분화하는 화산 앞에 선 한 남자.
딛고 서 있던 대지가
와르르 갈라지며
머리를 감싸쥐고 절규합니다.
그런 남자 곁에서 '이번에는 어떤 환시를 봤느냐'고 묻는 다른 남자.
??? : "화산이... J가 붙는 지명이야... 풍차..."
수염난 남자의 말에 짚이는 게 있던 대머리 남자는
화산 기슭에 풍력 발전소가 있는 짐바포를 언급하면서
'자네가 미래를 봤으니 이 예언을 널리 알려 사람들을 구하자'고 달랩니다.
이때 누군가가 "요한"이라고 부르자
자신의 이름을 듣고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본 곳에는
장백의(alba)를 입은 채 경건한 태도로 서 있는
미모의 성직자.
이번화부터 등장하는 새로운 캐릭터들.
왼쪽 백금발 남성은 아까 나왔던 사람입니다.
바티칸 기적 조사관 6화 '주께서 온갖 계시를 내리시나니'입니다.
여기는 바티칸.
오늘도 로베르토는 전공 분야인 고서 해독에 여념이 없습니다.
로베르토가 해독 중인 고서는 중세 수도사들이 신에게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
진리 탐구를 목적으로 벌인 온갖 기괴한 실험이 적혀 있습니다.
열성적인 신앙은 때로는 죄악이 되는 법이기도 합니다.
때마침 컴퓨터 화면에 뜬 메시지 알림 램프.
사울 대주교의 호출입니다.
로베르토에게 호출이 들어왔다면
파트너인 히라가도 당연히 호출 대상.
집무실로 향한 두 사람에게
아프리카 소프마 공화국의 세인트 가르멜 성당으로부터 접수된
기적 심사 요청에 대해 알려주는 사울 대주교.
그곳 신부 한 명이 병에 걸려 선종했는데
1년 반이 넘도록 유해가 부패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히라가 : "마치 루르드의 성녀 베르나데트 같군요."
루르드의 성녀 베르나데트 수비루(1844.1.7~1879.4.16)는 성모 마리아의 발현을 목격했으며,
그녀가 성모와 만난 자리에서 솟아난 샘물은 치유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금도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성녀 베르나데트 수비루는 세상을 떠난지 130년이 넘었음에도
유해가 조금도 부패하지 않고 마치 방금 전에 잠든 사람처럼 완벽하게 보존된 것으로 유명합니다.
1879년에 세상을 떠난 후 1909년, 1919년, 1925년 세 차례에 걸쳐 무덤을 열어 보존 상태를 확인했는데
공기에 노출된 얼굴과 손을 보호하기 위해 세 번째 조사 때 밀랍으로 얼굴과 손에 얇은 막을 덧씌웠습니다.
아무튼 성녀 베르나데트 수비루를 연상시키는 그 신부의 이름은 요한 조던.
생전에 예언자로 유명했으며
키드 골드먼이 쓴 <십자가 요한의 종말 예언>이라는 책이 인기를 끌면서
전 세계적으로 신봉자가 늘어났습니다.
요한을 시성하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지만
그런 것에 신경쓰지 말고, 바티칸의 대리인 자격으로서
기적 조사에 엄정하게 임하라고 당부합니다.
두 사람 모두 그렇게 하겠노라 대답하고...
그날 저녁, 여기는 로베르토의 집.
히라가를 위해 저녁 식사를 거하게 준비했습니다.
엔딩 영상에서도 느낀 거지만, 히라가가 식사할 때 목에 두른 게 꼭 아기 턱받이처럼 생겼습니다.
소프마 공화국에 가면 한동안 이런 음식은 먹기 힘드니까 솜씨를 발휘한 로베르토.
(잘 먹겠습니다)
식사 도중, 요한의 예언을 읽어봤느냐는 히라가의 질문에
로베르토는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예언을 편집한 저자 키드의 주장에 따르면
요한은 발작을 일으킨 상태에서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해 미래의 환시를 봤다고 합니다.
그렇게 본 미래를 그림으로 그리거나 시로 써서 남겼는데...
히라가 : "'시편 번호 522번. 영웅이 나일 근처에서 탄생하리라.
그는 이웃 국가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로베르토 : "키드의 해설에 따르면 그 시는 자이로비의 아도아 대통령 탄생을 예언했다고 해."
아도아 대통령의 출신지가 나일 강 하류이고,
시편 번호는 생일인 5월 22일을 의미한다는 것.
히라가 : "종말 예언과 썩지 않는 유해..."
책 겉표지에 있는 섬뜩한 그림.
히라가가 이번에야말로 진짜 기적을 만날 수도 있겠다며 좋아하는 동안 무표정한 로베르토.
소프마 공화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
썩지 않는 유해라고 하니까 영광의 손(hand of glory)도 비스무레하지 않겠느냐는 히라가.
히라가 : "우선, 잘라낸 손에서 피를 완전히 짜내죠.
그 다음으로 소금, 고추, 초석과 함께 항아리에 담아..."
사형당한 죄수의 손을 잘라 만드는 주술 도구인 영광의 손 제조법을 히라가가 읊자
로베르토 : "히라가, 식사가 끝난 다음에 들어도 될까..."
(우웁)
(초췌)
뱃멀미로 고생하긴 했지만 히라가는 이런 일로 지체할 수 없다며 걸음을 옮깁니다.
(웅성웅성)
무슨 일인가 싶어서 다가가니
웬 여자의 시체가
살점이 다 썩어 백골을 드러낸
끔찍한 사건 현장.
로베르토 : "바즈나의 장례 의식인가? 아니, 그런 것 치고는..."
??? : "바즈나의 의식이란 것은?"
로베르토 : "뱀의 신 쿤카바를 숭배하는 민간 신앙으로, 조장(鳥葬)하는 관습이 있는데-"
한창 설명하던 도중, 누가 그걸 물어봤나 문득 고개를 돌리니
FBI 특무수사관 빌 서스킨스(CV : 야스모토 히로키).
행방불명된 미국인을 찾아 여기까지 왔다고 합니다.
로베르토 : "저는 로베르토 니콜라스."
로베르토 : "그리고 저쪽이 히라가 요셉 코우 신부. 바티칸에서 파견되었습니다."
바티칸에서 왔다는 말에 빌은 자신도 가톨릭 신자라며 태도가 부드러워집니다.
저쪽에 시체가 된 피해자 에이미 보네스도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1년 전, 다큐멘터리 취재차 소프마 공화국을 방문한 에이미는 그대로 연락이 두절.
생전의 에이미 보네스.
시체를 살펴보던 히라가 : "아기는 어디에 있죠?!"
사체의 골반이 밑으로 내려가고 크게 벌어진 정도로 봤을 때
임신한 상태였을 거라고,
그것도 산달이 가까웠을 거라고 추정.
산달이 다 된 산모가 죽었는데 태아의 시체가 없다면 과연 태아는 어디로?
이 와중에 뭔가를 발견한 로베르토.
로베르토 : "입 안에 '침묵의 돌'이...!"
망자의 영혼이 비밀을 발설하지 못하게 돌로 입을 막는 주술.
그렇다면 에이미는 어떤 비밀을 안 탓에 입막음 당한 것 아니냐는 빌.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단 조사를 위해 두 사람의 설명을 참고하기로 하고, 어디로 가는 중이었느냐고 빌이 묻자
'저쪽'이라며 히라가가 가리킨 곳은
멀리 언덕 위에 세워진
새하얀 성당.
성당을 둘러싼 성벽 입구에 관계자들이 히라가와 로베르토를 마중나왔습니다.
삼손 신부(CV : 오가미 신노스케) : "세인트 가르멜 성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삼손,"
삼손 신부 : "이쪽은 조슈아입니다."
삼손 신부가 두 사람을 안내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 묘사된 소용돌이 구름을 닮은 듯...
안내를 받아 들어간 성당.
내부에서는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주 제대 앞에 선 성직자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을 받으며
청아한 미성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성스러움이 흘러 넘치는 모습에
두 사람도 넋을 넣고 쳐다봅니다.
특히나 깊은 인상을 받은 히라가.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봅니다.
방해해서 죄송하다고 히라가가 사과하려는 순간
오히려 마중나가지 않은 실례를 범했다는 백금발의 성직자.
줄리아 미카엘 보르지에 사제(CV : 유사 코지). 세인트 가르멜 성당의 책임자입니다.
로베르토가 자기 소개를 하려고 하는데
로베르토의 말을 자른 히라가 : "지금 그 노래는 미세레레군요?"
미세레레(miserere)는 시편 51편 '하느님, 당신 자애에 따라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Miserere mei, Deus, secundum magnam misericordiam tuam)'의 라틴어 첫머리에서 유래했으며
망자를 위해 부르는 단선율 성가입니다.
줄리아 사제 : "네. 어젯밤 진료소에서 어린 소녀가 죽고 말았습니다."
줄리아 사제 : "적어도 그 아이의 영혼이 구원받을 수 있기를 기도하며...
어린아이의 죽음을 보는 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병상에서 투병 중인 동생 료타를 생각하면 히라가로서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진료소라는 말을 들은 히라가는 이곳이 의료 활동도 병행하느냐고 묻습니다.
1538년에 세워진 이래 의술로 포교 활동을 한 세인트 가르멜 성당.
노후화된 의료 설비를 최신형으로 교체한 것도 줄리아 사제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는 말에
복지단체 브레네 재단의 원조 덕분에 가능한 거지 자기 때문이 아니라고 겸양하는 줄리아 사제.
브레네 재단이라면 세계적인 석유 기업을 모체로 둔 곳 아니냐는 로베르토.
소프마 공화국을 포함한 현지 주민에게 해당 기업이 도움을 주기 위한 일환이라고 합니다.
히라가는 자기들이 기도를 방해했다면서
줄리아 사제에게 말하기를...
히라가 : "부디 하늘의 부름을 받은 소녀를 위해 노래를 계속해 주시기를."
줄리아 사제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며
삼손 신부와 조슈아 신부에게 두 사람을 방으로 안내하라고 부탁합니다.
세인트 가르멜 성당에서는 아침과 저녁에 각각 미사를 드리며
미사 시간은 종을 쳐서 알리고 식사는 점심과 저녁 두 끼,
전기와 목욕물은 쓸 수 있지만 인터넷은 전화실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등
이곳만의 규칙과 세세한 사항을 알려줍니다.
본격적으로 짐을 정리할 시간.
로베르토가 나서자
순식간에 정리 끝.
로베르토는 못 하는 게 없다면서 히라가가 감탄을 금치 못하는 동안
서로의 특기 분야가 다른 것뿐이라는 로베르토.
오히려 로베르토로서는 로렌과 대등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히라가쪽이 더 놀랍습니다.
짐 정리가 끝나면 줄리아 사제가 요한 조던의 무덤으로 안내해준다고 합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특이하게 생긴 오두막 형태의 무덤들.
그 중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히라가와 로베르토의 눈 앞에
예언자로 칭송받은 요한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습니다.
줄리아 사제 : "요한 조던입니다."
얼핏 봐도 부패의 징후가 보이지 않습니다.
히라가와 달리 잔뜩 불안한 표정을 지은 로베르토.
(동공지진)
(아이캐치)
방부처리한 흔적도, 실리콘으로 피부를 덮은 흔적도 없는 유해.
요한 신부가 선종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장례를 치렀느냐고 물으니
지역 토착 풍습에 따라 장례를 치르고 나서 장례 미사를 집전했으며
그런 후에 입관하고 여기로 옮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일주일 후, 줄리아 사제는 신기한 꿈을 꿉니다.
머리맡에 나타난 천사가 요한이 특별한 은총을 받았으니 확인하라고 했다는 것.
그래서 다른 수도사들 입회 아래 관 뚜껑을 열었더니
이런 '기적'이 일어났다는 이야기입니다.
줄리아 사제는 히라가가 조사하기 편하도록 이곳 열쇠를 맡기는 대신 유해가 상하지 않도록 당부합니다.
줄리아 사제 : "그럼, 저는 이만..."
사람이 죽으면 부패하는 속도가 빠른 안구도 그대로 있고
구강을 이러저리 살펴봐도
부패할 때 발생하는 그 흔한 냄새조차 전혀 나지 않습니다.
이곳처럼 고온다습한 열대 기후에서는 몇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시취가 나야 정상인데...
유해가 썩지 않는 현상 중 시랍화(屍蠟化)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공기가 장시간 차단되어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유해는 시랍화된 딱딱한 시체와 달리 피부에 탄력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히라가가 주목한 부분은
양 손바닥에 난 성흔 현상.
(초조)
상처가 아물 때 새 살이 돋아난 것 같습니다.
상태로 봐서는 생전에도 몇 번씩이나 성흔 때문에 고생했을 겁니다.
한동안 침묵하던 로베르토는 잠시 바깥에 나갔다 온다며 자리를 뜹니다.
기분이 영 좋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 로베르토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히라가.
바깥 공기를 마시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로베르토.
그때 누군가가 다가옵니다.
??? :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키드 골드먼(CV : 야마지 카즈히로). <십자가 요한의 종말 예언>의 저자입니다.
(책)
동행한 다른 신부님은 어디 계시느냐고 키드가 묻길래 지금 요한의 유해를 조사중이라고 대답했더니
요한처럼 성인임에 확실한 사람의 유해를 조사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말하자
그걸 판단하는 건 바티칸 소관이라고 로베르토가 대꾸합니다.
그러자 두 사람의 조사를 위해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면서
요한의 예언이 거짓 없는 사실이라는 증거라고 합니다.
두 사람을 위해서라고 하니 히라가도 데려오기로 하는데...
성당 경내의 수도원.
키드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곳은
요한이 생전에 사용하던 방.
여기서 예언을 묘사한 그림을 그리고
예언을 적은 시도 썼습니다.
그런데 죄다 이탈리아어로 적힌 예언시.
혹시 요한이 이탈리아인이었나 싶었는데 키드도 그것까지는 잘 모른다고 합니다.
줄리아 사제의 증언에 따르면 요한이 세인트 가르멜 성당에 나타났을 때는 이미 기억을 잃은 상황.
그건 그렇고, 여기로 오기 전 에이미의 유해를 봤느냐고 키드가 물으면서
FBI 수사관이 이곳에도 들렀다고 덧붙입니다.
가톨릭 신자였던 에이미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 매주 일요일 미사 때마다 이 성당에 들렀다고.
요한이 남긴 예언의 뜻을 빨리 깨닫지 못해 에이미가 죽었다며 키드가 안타까워하는 동안
로베르토 : "'이국의 여인이 악마 의식에 의해 목숨을 잃으리라.'"
로베르토 : "'여인의 영혼은 새에게 먹히고 태아는 끌려가리라.'"
이미 죽은 요한이 생전에 만나지도 않은 에이미에 대한 일까지 예언했길래
혹시나 싶어서 방을 뒤졌더니
또 다른 예언시를 찾아냈다는 키드.
키드 : "'하느님의 옥좌에서 두 명의 사자가 오리라.'"
키드 : "'한 사자는 하느님의 영광을 접하고 주님의 은총을 받으리라.'"
키드 : "'다른 한 사자는 늙은 뱀 같은 악마의 덫에 빠져 신신 축제 날 목숨을 잃으리라.'"
영락없이 히라가와 로베르토를 가리키는 내용.
여기에다가 로베르토를 빼닯은 사람이 그려진 예언 그림까지.
(경악)
보자보자 하니까 키드가 할 말 못할 말 안 가리고 아무말 대잔치를 벌여서 발끈한 히라가.
히라가 : "그 무슨 망발을! 로베르토가 악마의 덫에 빠질 리가 없어요!"
키드는 예외 없이 적중한 요한의 예언이 신경쓰여 노파심에 충고한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로베르토 : "제가 진짜로 죽는다면 요한 조던의 예언 능력은 확실하게 인정받겠죠..."
막상 당사자가 이렇게 나오자 키드도 당황해서 얼버무립니다.
조사를 위해 자료를 빌려가겠다는 로베르토.
그렇게 하라면서 키드는 자신이 해석한 내용도 함께 건넵니다.
히라가 : "그딴 예언은 신경쓰지 마세요."
히라가 : "무슨 일이 있어도"
히라가 : "제가 절대 당신을 죽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
로베르토 : "그래, 고마워."
점심 시간.
식탁에 차려지는 음식.
줄리아 사제 : "고마워요, 올리올라."
음식을 나눠주고 돌아가는 올리올라는 쳐다보는 히라가.
식사 전 기도가 빠지면 안 돼죠.
줄리아 사제 : "주님.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음식과 저희에게 강복하소서."
기도가 이어지는 동안 로베르토의 시야에 포착된 건
아담과 이브에게 선악과를 먹으라고 유혹하는 뱀.
이 그림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에 그린 천장화 중 일부로,
오른쪽에는 선악과를 먹은 벌로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는 아담과 이브가 그려졌습니다.
식사 끝.
밥도 다 먹었으니 줄리아 사제는 진료소로 가려고 하는데
직접 진찰하느냐고 놀라는 히라가.
의사라고는 본인 한 명뿐이라 늘 일손이 부족해 걱정.
그 말을 들은 히라가는
동생 료타를 떠올리며
자신도 도와주겠노라고 자청합니다
줄리아 사제로서는 대환영이지만
그 전에 동료 기적 조사관 로베르토의 의견도 들어봐야 합니다.
기적 조사를 하면서 시간이 날 때만 의료 봉사를 하겠다고,
병자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돕고 싶다고 하자
자기는 상관 없으니 그렇게 하라고 로베르토도 체념하듯 동의.
히라가는 바티칸 정보국의 로렌에게 연락해 조사에 사용할 소형 음파 스캐너를 보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밖에 필요한 건 더 없느냐는 로렌의 말에
자신의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메일로 부탁한 '그것'도 함께 보내달라는 히라가.
투덜거리면서도 요구하는 건 다 들어주는 츤데레 로렌.
히라가 : "죄송합니다. 부탁드릴게요, 로렌."
여기는 세인트 가르멜 성당 부속 진료소.
줄리아 사제가 진찰을 막 시작하려는데
히라가도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빵끗)
복도를 가득 메운 환자들.
가난한 사람들은 이곳에서밖에 치료받을 수 없습니다.
워낙 환자가 많다보니 히라가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다는 줄리아 사제.
감사에 고무된 히라가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돕겠다고 호응합니다.
줄리아 사제 :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당신은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선물입니다."
히라가 : "당치도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주신 선물은 바로 줄리아 사제님이십니다."
다른 신부들도 열심히 일손을 거들고
금방 날이 저뭅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히라가.
(보람)
진료소가 문을 닫을 시간.
약병을 정리하는데 뒤쪽에서 뭔가가 쓰러지는 둔탁한 소리가 납니다.
줄리아 사제가 바닥으로 엎어졌습니다.
줄리아 사제 : "괜찮습니다. 모자란 제 자신을... 벌했을 뿐입니다..."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자기 자신에게 벌을 주나 싶었는데
(당혹)
전날 죽은 소녀에 시체로 발견된 에이미까지,
자신이 조금만 더 신경썼으면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죄책감에 스스로를 채찍질했던 것.
책임을 느끼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러다간 상처가 곪을지도 모릅니다.
고통을 참아가며, 이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는 함구해달라는 줄리아 사제.
히라가 : "네..."
로베르토 : "'시편 번호 317번.'"
로베르토 : "'금성의 10.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가 위대한 포세이돈의 분노를 산다.'"
로베르토 : "이 시는 솔로몬 제도의 쓰나미를 예언한 건가?"
로베르토 : "'시편 번호 930번.'"
로베르토 : "'큰 대륙 북쪽에서 우라노스가 비명을 지른다.
메뚜기 피해는 점차로 퍼져나가 살아 있어도 죽은 것 같다.'"
로베르토 : "핀란드의 원전 사고를 예언-"
(쾅)
그 순간 복도에서 들린 소리.
문을 열고 주변을 살피지만 아무도 없는 복도...
가 아니라, 누군가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똘망똘망)
이곳에 온 뒤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은 로베르토.
(스르륵)
로베르토 : "'가시로 치장한 나오미가 강 속에서 잠들다.'
이 예언화에만 시편 번호가 없어."
로베르토 : "이 그림이 그려지고 두 달 후인 부활절 다음날."
로베르토 : "세인트 가르멜 성당 인근 강변에서 그림과 똑같은 상태인 소녀의 시체가 발견됐지..."
로베르토 : "게다가 Naomi라는 이름은 피해자의 이름 Modania에서
일부 글자의 순서를 바꾼 것이고..."
요한의 예언을 분석하면서 극도로 예민해진 로베르토.
그런 로베르토의 머릿속에서 되살아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
남자 : "팔리지 않아... 내 그림은 안 팔려..."
여자 : "또 술이야! 이제 그만 좀 해!"
남자 : "시끄러워!"
여자 : "나가! 더 이상 당신이랑은 할 이야기가 없어!
안 나가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
남자 : "그만둬! 그만두라고!"
잔뜩 웅크린 로베르토의 발치에 펼쳐진 책.
여자 : "로베르토... 로베르토..."
핏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에서
그때 있었던 책이 이번에도 발치에 놓여져 있습니다.
책의 왼쪽 페이지에 있는 그림은 라파엘로 산치오가 그린
<예수의 부활>(1499~1502, 패널에 유채, 52 × 44 cm, 상파울루 미술관 소장)을 묘사한 듯...
(공황)
남자 : "어째서 눈을 돌리느냐?"
남자 : "소용 없다!"
남자 : "아무리 도망쳐 봐야 나는 그림자처럼 네놈에게 따라 붙을 거다."
남자 : "지옥 끝까지 말이다."
남자 : "자, 나를 보거라. 로베르토!"
로베르토 : "싫어! 오지 마!"
로베르토 : "오지 말란 말이야!"
잔뜩 겁에 질려 절규하는 로베르토 앞에 활짝 열린 문.
로베르토 앞에 나타난 사람은
학창 시절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줬던 선배.
이미 반쯤 정신줄을 놓은 로베르토는
예전처럼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선배를 향해
손을 뻗지만
모래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멘붕)
바닥에 널브러진 의자.
아까 전에 로베르토가 본 건 모두 환상이었습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로베르토.
'하느님의 옥좌에서 두 명의 사자가 오리라.'
'한 사자는 하느님의 영광을 접하고'
'주님의 은총을 받으리라'
'다른 한 사자는'
'늙은 뱀 같은 악마의 덫에 빠져'
여기는 횃불이 밝혀진 동굴의 입구.
소프마 공화국의 토착 종교 바즈나 교를 믿는 사람들이 모여서 의식을 치릅니다.
머리 일곱 개 달린 뱀의 신 쿤카바 신상.
이들 중 우두머리가 오른손을 들어 다른 사람에게 축복합니다.
??? : "네 사역마에게 축복을 내리노라."
(바글바글)
??? : "신신 축제날"
??? : "목숨을 잃으리라."
밖으로 나가려던 로베르토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엔딩곡 말미에 이어진 히라가와 로베르토의 대화.
히라가 : "로베르토의 요리는 항상 맛있어요."
로베르토 : "그래, 그렇구나..."
히라가 : "로베르토가 파스타 삶아낸 정도를 논하자면 정말 완벽해요!"
로베르토 : "그래, 그렇구나..."
히라가 : "...로베르토?"
로베르토 : "그래, 그렇구나..."
마지막 컷은 작중에서 언급될 바르보아나 가문의 문장입니다.
이번화부터는 원작 소설 2권의 내용이 전개됩니다.
과거 가톨릭에서는 하느님의 가호를 받은 성인의 유해를 Incorruptible이라 해서 부패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유해는 인공적인 방부 처리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사후경직이 없거나, 향기가 나거나, 장기가 온전하거나, 체온이 남아 있는 등
일반적인 시체와 확연히 구별되는 미라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부패하지 않은 유해가 시성 조건이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온전했던 유해가 무덤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급속도로 부패해버리거나
생전에 명망이 높았던 대상자였는데도 막상 무덤을 열었더니 뼈만 남은 사례가 보고되면서
'이건 기적이 아니라 주변 환경이나 보존 방식 때문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현대 과학의 관점으로는 성당 지하 무덤의 낮은 온도와 건조한 습도 등 환경적 조건 때문에
성인의 유해가 미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았을 거라 보고 있지만
개중에는 도저히 자연적으로 미라가 될 환경이 아닌데도 미라화된 경우도 있는지라 그야말로 천차만별입니다.
물론 인공적으로 미라를 만든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교황 성 요한 23세(1881.11.25~1963.6.3)가 있는데,
선종 직후 유해에서 혈액을 빼내고 특수 용액을 주입해 방부 처리했기 때문에
2000년에 관 뚜껑을 열었을 때 4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유해가 온전했습니다.
초반부에 나오는 영광의 손 제조법은 원작에서 로베르토가 밥을 먹으며 히라가에게 알려줍니다.
후반부에서 로베르토가 공황 상태에서 환각을 볼 때 로베르토에게 손을 내미는 선배가 나오는데,
1화에서 세인트 로사리오로 가던 중 로베르토의 짤막한 회상 속에 등장했던 사람과 동일 인물이며
원작 소설 7권에 실린 단편에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이 나옵니다.
다행히도 애니화 버프를 받아 7월에 6권이 정발된 데 이어
8월 중순에 7권이 정발될 예정이니 조만간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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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손에 불을 붙이면 그 집에 있는 모든 사람의 움직임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도둑이 도둑질을 하기 전 불을 붙여보고 잘 타면 도둑질을 강행하고, 잘 타지 않으면 운수가 사나우니까 도둑질을 포기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 17.08.15 00: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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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의 주장대로라면 아카식 레코드의 접속할 때 발작 상태였으니까 온갖 정보가 뒤죽박죽으로 섞였을지도... | 17.08.15 00:1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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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애니보다 더 어두운 분위기라, 이런 느낌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 | 17.08.15 00: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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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순진한 히라가만 안타까울 뿐입니다... | 17.08.15 23:0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