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그래도 쿠보의 구력은 쩌는 수준 맞져

[엠폴리오소년]

  이젠 블리치의 모든게 희화화되고 웹에서 조롱 받는 신세여도 진지하게 보자면 쿠보는 좋은 창작자입니다. 거장까진 아니어도 자기만의 세계를 확립하고 역사의 한페이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급은 된다고 봅니다.

 블리치도 이제 60권 넘었고 아마 이번이 끝이라고 봐도 0번대와 영왕까지 다 나오면 거의 90~100권쯤에서 끝날 수도 있죠. 쿠보는 이렇게 긴 만화를 무려 한주에 한화씩 거의 쉬지 않고 그려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사편 끝나고나 아란칼편 초중반부쯤에 재충전을 해줬어야 했는데 계속 달리느라 이미 동력이 바닥난 상태로 수년간 그려오는 중이라고 봅니다. 그래도 이 만화가 아이젠편 끝나고 풀브링편 나오고 최종편까지 편집부가 GO사인을 내준건 상품성이 있다는거죠. 쿠보가 연재하는 곳은 철밥통 웹툰사이트가 아니라 일본 출판만화계의 정점인 소년점프입니다.

 블리치 초반의 다소 떨어지는 작화력에서 극화체와 만화체가 적절히 섞인 매력적인 그림을 완성하고 그 그림체로 개성적인 수십명의 캐릭터를 만드는 능력은 아무나 가진 게 아니죠. 이제 블리치가 대세인 시대는 끝났지만 이른바 블리치 그림체라고 불리는 블리치의 잔재는 여러곳에서 볼 수 있죠. 쿠보의 그림솜씨는 함부로 평가할 수준의 것은 아닙니다. 배가본드 그림이든 블리치 그림이든 어느 정도 손이 되는 사람이라면 헛손질 없이 따라그리고 모방하는 거 쉽죠. 그 그림을 만들어내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데포르메 시켜 그 얼굴에 어색하지 않은 인체를 달고 그 인체의 동세과 형태를 어색함 없이 만들어내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걸 따라하는 건 쉽지만요. 그리고 지금은 힘겨운 주간 연재에 맞춰 더욱 단순화시키며 주간 연재의 스케줄을 위한 최적화를 시킨 것 뿐인데 그 최적화 그림을 가지고 쿠보의 그림실력을 논하는 건 말도안되죠. 여백의 미 여백의 미 하며 놀림당하곤 하지만 여백의 미는 단순히 안그리는 게 아니라 강렬한 이미지와 하얀 여백의 콘트라스트를 잘 알고 화면 구성력의 감각이 있어야 가능한 건데 쿠보는 블리치라는 상업 만화에서 어느정도 여백의 미를 실현시키고 있다고 봅니다.

 글도 이제는 허세대사, 허세 시라고 까이지만 22권 정도까지만 해도 적절한 화면연출과 그에 어울리는 간지나는 대사는 따라할 수 없는 블리치 옥도장 같은 거였죠.

 그동안 개인적으로 블리치가 한번정도는 예전의 포스를 되찾길 기대해오고 그런 글도 많이 썼지만 아마 그럴 일은 없겠죠. 그러나 쿠보는 분명 단기포스만으로는 일세를 풍미했었고 그 단기포스만 가지고도, 분명 원피스와 나루토 급의 꾸준함이 없이도 어느 정도의 대접을 받으며 여전히 계속 연재하고 있습니다. 불법 스캔본을 가지고 이러면 우습지만 중국인들이나 미국인들은 흥미없어하지 않은 만화는 제대로 스캔하지도 않습니다. 이젠 예전에 만들어놓은 떡밥과 캐릭터를 가지고 연명하는 신세긴 하지만 그것만 봐도 쿠보는 한때 부자였고 부자는 망해도 오래 간다는 거죠. 이젠 소년점프의 뒷방늙은이 신세가 됐어도 연재가 짤리는 거보단 블리치를 마지막까지 완결내는 걸 보고 싶습니다. 쩌리들끼리의 싸움은 이찌되든 좋으니 중요한 캐릭터들끼리 결전 정도는 쿠보가 잘 연출해주길 기다립니다. 쿠보를 까는 데 종종 동참하긴 했지만 너무 폄하당하는 거 같아 한번 글을 써봤습니다.

[Vae victis]

ㅊㅊ

[쿠쿨스 도안]

저도 그림실력 가지고 까이는 건 좀 아니라고 봅니다.

[앙코1]

까는건 아니고 취향문제인데. 초반보다 입술 선이 넓게 벌어진건 좀 아쉬움ㅠ

[천국or극락]

솔직히 그림실력빼고 스토리텔링은 까도 된다고 생각

[zxcqa]

쿠보는 제대로 된 스토리작가만 붙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그림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지라.
또 나름 약간 일상편 풀어내는 거 보면 개그? 쪽으로도 나름 잘 맞을지도.

[난...다토?]

그 아란칼이 최고라고 빨면서 쿠보찬양하는 어느분과 대조적인 좋은글

[커피우윳빛얼굴]

루리웹만큼 블리치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관심받는 곳도 드문듯

[유리유릿]

[이제는 허세대사, 허세 시라고 까이지만 22권 정도까지만 해도 적절한 화면연출과 그에 어울리는 간지나는 대사는 따라할 수 없는 블리치 옥도장 같은 거였죠.]
가 왠지 슬프게 들리네요. 그 이후 40권 가량에는 해당되지 않으니...

[도박남]

진짜 초반 한 10여권 까지는 정말 재밌게 봤는데 ㅋㅋ

[별빙수]

소울 소사이어티편까지는 진짜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그 이상의 장기 연재가 쿠보에겐 무리였던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