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아청법을 화상, 영상 등의 전자 매체 뿐 아니라 출판물로까지 확대시키자는 법안이 제출되었지요. 결국 부결되었지만.
그런데 최근에 한국의 간행물 심의에 대해 조사해보면서 느낀 점은,
만약 이 법이 통과되었다면, 지금까지 합법적으로 정식 출간된 만화책을 모으던 분들이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현행 아청법이 가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Dlsite나 히토미 같은 데서나 나올 수 있을 만한, 실제로 성기나 성행위가 대놓고 나오거나 스토리가 빈약한 노골적인 19금 상업지나 동인지가 아닌, 현재까지 한국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제도권 안에서, 심지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서도 합법적으로 출간된 만화들까지 처벌 대상에 넣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현 아청법은 인쇄물, 즉 종이책을 범위에 넣고 있지 않죠.
이 점을 이용해, ㅍㄹㄴ 급으로 수위가 높지는 않지만, 청소년 캐릭터들의 성적 판타지나 욕망이 대놓고 묘사되는 일본 러브 코미디나 에로 만화들은 아청법 처벌 위험 때문에 종이책으로만 출판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 중 대표적인 작품이 이 <투 러브 트러블 다크니스> 구요.
https://bbs.ruliweb.com/etcs/board/700429/read/6675그 외에 <비실비실 선생님>이나 <아야카시 트라이앵글>등도 이런 케이스에 들어가는 작품인 것으로 압니다. 모두 성적 수위가 상당히 높고, 국내에선 종이책으로만 출판되었고 E북은 나오지 못했죠.
이외에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BL만화들의 경우, 출판본은 배경이 고등학교라는 설정을 그대로 따르지만 E북 버전만은 아청법을 피하기 위해 설정을 대학교로 바꾸는 사례가 왕왕 있어요. <훌러덩 킨타로>가 그 중 하나죠.
<메이드 인 어비스>도 캐릭터들의 젖꼭지가 보이는 이미지가 국내 기준으로 E북에선 삭제되고 출판본에서만 남아있는 걸로 압니다.
그런데 만약 올해 초, 인쇄물까지 아청법의 범주에 넣는 법이 통과되었다면,
저런 정발판 만화책을 개인적으로 소장하는 사람들이, 전부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될 수도 있었고, 심지어 중고책 거래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거래가 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오늘 집안 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건데, 제 동생이 투 러브 트러블과 다크니스의 만화책 정발본 전권을 다 소장하고 있었더군요. 제 동생도 자칫하면 아동 성착취물 소지죄가 될 수 있었던 거죠.
또한 이런, 종이책과 화상의 아청법 처벌 기준이 상이함으로써 생긴 문제들이 있습니다.
1. 상기한 대로, 분명 한국 법상 간윤위의 심의를 받고 제도권 안에서 유통이 가능한, 일단 법적으로는 음란물이 아닌 만화를, 똑같은 내용 그대로 E북으로 출간하면 아청물이 되어 출판사가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
2. 그리고 그 만화책을 개인적으로 스캔 떠서 내 컴퓨터에 이미지 파일로 저장하면, 누군가에게 공유하지 않더라도 그 행위만으로 아청물 소지죄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3. 2번과 같은 사유로, 투 러브 트러블 다크니스의 영문판 E북을 해외에서 합법 구입하여 보면, 분명 한국에 출판된 종이책과 수위나 이미지가 똑같음에도 현행법상 아청물 화상 시청이 될 수 있습니다.
가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처벌하는 명분이, 가상이라고 해도 그것이 현실에서 잘못된 성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는데,
종이책으로는 제도권 안에서 합법적으로 출간이 되어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서 잘만 팔리는 도서가, 형태만 전자책으로 바꾸면 갑자기 잘못된 성관념을 심어주는 유해물로 탈바꿈해 버린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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