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트 특급 살인. 대부분 어디선가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라 본다. 원전이건, 영화화건 스핀오프건 여러 방식으로 인용되는 작품인지라 어떤 식으로든 제목은 접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고.
내가 추리소설의 고전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이 책을 처음 봤을 때의 감정은 아리송함이었다. 한국어 제목의 중의성 때문이었다. 살인이 특급인지 오리엔트가 특급인지 헷갈리게 하는 번역본 제목은 이 소설의 방향을 읽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진입 전 갈피가 안 잡혔던 나의 생각은 순식간에 정해지게 된다. 소설의 무대 그 자체이니까. 말 그대로 오리엔트라는 특급열차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룬다는 면에서 제목은 그 배경을 충실히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은 영문 제목인 Express가 딱 어울리게 급박하면서도 직선적으로, 매우 신속히 진행된다. 그러한 속도감에서 나오는 몰입도는 이 책이 그렇게 짧은 분량이 아님에도(약 350쪽 정도이다) 금방 읽게 만들어준다. 내 경우는 다 읽는데 세 시간이면 충분했을 정도니까. 또한 다른 추리소설을 안 읽어본 내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독자에게 다른 것을 잊게 만드는 몰입감을 주기에도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어 번역 제목의 중의성을 소거법으로 해소했다는 뜻은 아니다. 소설이 막을 내리면서 모호했던 중의적 번역은 오히려 소설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알파이자 오메가가 된다. 피해자 라쳇을 둘러싼 살인도 특급이었던 것이다.
나는 보통 고전이 되는 책이라 생각하면 그 내용을 다 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면 이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현장감과 긴박감을 빼앗아 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추리소설의 고전 중 하나로 일컬어진다. 물론 위에서 적은 소설의 전개와 재미가 이 책을 고전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책이 고전으로 남는 이유는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남기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의 결말은 다른 의미에서 이 책을 고전으로 만들게 해 주는데, 그 의미를 말하는 것 자체가 중대한 누설이라 그 글은 따로 파야지 싶다.
소설 거의 안 읽는 사람으로서 추리소설에 흥미가 크게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할 만하겠다.
![[책을 읽고]오리엔트 특급 살인-어떤 의미로건 특급인 추리소설의 고전_1.png](https://i3.ruliweb.com/img/25/09/27/1998b63e3d44a6aeb.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