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정신
시대는 조선 시대. 옛날 옛적 한 마을에 사냥꾼이 살았어. 사냥꾼의 어머니는 작년 겨울부터인가? 그때부터 기침을 하기 시작했었어. 올해 봄에는 각혈을 하고 앎아누웠지. 여름부터는 잠에 드는 시간이 많아지시고 죽도 못 삼키셨지. 설상가상으로 동생들도 기침을 하기 시작했어.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식은 땀만 흘리며 낮빛이 점점 좋지 않아지는 사냥꾼의 얼굴만 보게 되었지. 나무에서 낙엽잎이 떨어지기 시작한 날, 마을에는 의원이 찾아왔어. 사냥꾼이 소문으로 듣기에는 학식을 넓히기 위해 여행 중이라는 것이 그 의원이 마을에 찾아온 이유였지. 사냥꾼은 오늘따라 무거운 발을 이끌고 의원을 찾아갔어.
"의원님, 의원님, 제발 불쌍한 저희 어머니, 동생들을 한 번만 봐주세요."
의원은 사냥꾼에게 가족들의 증상을 물어봤어. 의원은 사냥꾼의 가족들의 증상을 듣고 잠시 눈을 감고 팔짱을 낀채 가만히 서있었지. 한참 후였어,
"좋소, 한 번 봅시다."
의원이 물었어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된 것 같소?"
"어머님께 피냄새가 나는데 각혈하셨소?"
"밤에 땀을 많이 흘리시오?"
문답이 여러번 오가는 사이에 의원은 환자의 안색을 살피고 코에 손가락을 가져다가 호흡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맥을 짚었어.
"흠, 실례하겠소"
의원이 어머니의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찌르고 피를 하얀 가루가 담긴 병에 넣었어. 그리고 검은 막대를 병에 넣었다가 빼내었지. 액체에 젖은 막대 끝은 하얀 색이 되어있었어.
"영 좋지 않소, 폐결핵이오. 사실 나는 이 병을 연구하고자 여행을 나온 것이오. 그러니 돈은 받지 않겠소. 고칠 방법도 딱히 마땅치 않으니 말이오."
고개를 숙인 사냥꾼의 두 뺨에는 슬픔이 흐르기 시작했어.
"아, 방법이 하나 있긴 하오. 용의 뿔을 갈아서 먹으면 이 병이 완치되오."
사냥꾼은 고개를 들었어
"그 말씀이 정말입니까? 하지만 용의 뿔을 어디서 구한다는 말입니까?"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이 마을에서 동쪽에 있는 산 속의 호수에 이무기가 잠들어 있다고 알고 있소. 이 이무기는 뱀으로 500년 살아 이무기가 되었고 이무기로 499년을 살았으니 올해 10월 1일에 총 1000살을 먹게 되어 용이 될 수 있게 되지. 그때 이무기는 호수 밖으로 나와있을 것이오. 당신은 이무기 앞에 서서 "용이다!"라고 외치시오. 그러면 용이 되오."
사냥꾼의 낮빛은 아직 어두웠지.
"허나, 제가 어찌 용을 잡을 수 있을까요?"
"서쪽에는 조선 최고의 장인이 있소. 그녀는 필시 용을 잡을 수 있는 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니 그 칼을 받아 용을 잡아와 주시오. 나는 이곳에서 당신의 가족을 보살피며 기다리고 있겠소."
사냥꾼은 일어섰어.
사냥꾼은 방문 앞에 섰어.
사냥꾼은 직감했어.
이 문을 열면 이제는 용의 뿔을 얻기 전까지 돌아오지 못하리라.
의원의 눈에 비친 방문을 활짝 열고 걸음을 옮기는 사냥꾼은 찬란하게 빛났어.
"아아, 이 무슨 황금의 정신이란 말인가."
서쪽으로 향하는 고난의 길과 지옥참마도
사냥꾼은 해가 뜰 무렵부터 해가 질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그의 발걸음은 희망에 부풀어 있었지만, 여정은 고단했다. 낮에는 타는 듯한 햇볕이, 밤에는 뼈를 에는 찬바람이 그를 괴롭혔다. 가파른 산길을 넘고, 굶주림을 참아가며 며칠 밤낮을 걸었다. 험한 산을 헤매다 발목을 접질려 며칠간 움직이지 못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는 멀리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통을 이겨냈다.
마침내, 수많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넌 끝에 사냥꾼은 마을 사람들이 서쪽 끝이라 부르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낡고 오래된 초가집 한 채가 있었고, 마당 한편에는 새까만 잿더미로 가득 찬 화덕과 녹슨 쇠붙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제야 사냥꾼은 그곳이 조선 최고의 장인이 머무는 곳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초가집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사냥꾼이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오래전부터 당신같은 사람을 기다려 왔다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조선 제일의 장인입니까?"
"그렇다우, 내가 조선 제일의 장인이라우."
사냥꾼은 식은땀을 흘렸다.
"어떻게 제가 올 것을 알았습니까?"
장인은 머리를 짚었다.
"골치 아프게도 내가 만든 것들은 모두 자신이 주인으로 인정한 자만을 따른다우. 당신이 올 것은 내가 만든 검중 각오를 다진 자에게만 자신을 뽑는 것을 허락하는 칼, 지옥참마도가 울고 있기 때문이라우. 이 칼은 당신이 사용할 수 있으니 가져가라우."
사냥꾼은 지옥참마도를 받아들고 시험삼아 근처 바위에 내리쳤다.
"울어라, 지옥참마도!"
서겅
바위는 두부 썰리듯, 반으로 갈라졌다.
검의 무개 때문일까, 다시 떠나는 사냥꾼의 발은 전보다 무거웠다.
덮쳐오는 병마
사냥꾼은 장인에게서 지옥참마도를 받은 후, 이무기가 잠든 동쪽으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은 희망에 부풀어 있었지만, 발걸음은 무거웠다. 낮에는 타는 듯한 햇볕이, 밤에는 뼈를 에는 찬바람이 그를 괴롭혔다. 가파른 산길을 넘고, 굶주림을 참아가며 며칠 밤낮을 걸었다. 험한 산을 헤매다 발목을 접질려 며칠간 움직이지 못하기도 했다. 각혈을 하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그는 멀리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통을 이겨냈다.
이무기를 만나러 가는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는 가족들의 얼굴이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마음에 잠시 집에 들르기로 했다.
마침내 사냥꾼은 동쪽으로 가는 여정 중, 집에 잠시 들릴 수 ㅇ
사냥꾼은 쓰러졌다.
눈을 뜬 사냥꾼의 눈에는 의원이 비쳤다.
"안타깝소, 당신도 폐결핵에 옮았소. 보아하니 장인에게서 칼을 받아 온 것 같기는 하나, 이 상태로 어찌 용을 잡겠소.
사냥꾼은 천근과도 같은 몸을 일으켰다.
사냥꾼은 다시 한번 방문을 열고 나가며 말했다.
"문제없습니다. 저는 가족을 위해 용의 뿔을 가져올 것입니다."
"아아, 이 무슨 황금의 정신이란 말인가."
마지막 고난
사냥꾼은 지옥참마도를 쥐고 이무기가 잠든 호수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은 더 이상 희망에 부풀어 있지 않았다. 매 순간이 처절한 싸움이었다. 폐부를 찢는 기침과 함께 검붉은 피가 터져 나왔고, 발을 내디딜 때마다 온몸에 날카로운 칼날이 박히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가파른 산길을 오를 때마다 그는 몇 번이고 쓰러졌지만, 그때마다 지옥참마도를 땅에 박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은 이미 희미해졌지만, 멀리서 기침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그는 지옥 같은 고통을 이겨냈다.
마침내, 수많은 산을 넘고 깊은 숲을 헤맨 끝에 사냥꾼은 이무기가 잠든 호숫가에 도착했다. 단풍이 붉게 물든 숲은 고요했고, 호수 위에는 차가운 새벽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호수 밖에는 거대한 구렁이 같은 것이 있었다. 이무기였다.
사냥꾼은 외쳤다.
"용이다!"
이무기는 그 외침에 반응했다.
얼굴은 악어와 같이 변하고 뿔이 자랐으며 새 같은 다리가 돋아났다.
이무기는 용이 되어 승천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냥꾼은 용의 뿔을 얻고자 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울어라…쿨럭…지옥참마도"
사냥꾼이 날린 검기가 용의 오른쪽 뿔을 잘라내었다.
용은 자신의 뿔을 자른 사냥꾼에게 격노하여 날뛰기 시작했다.
용의 격노는 거대한 폭풍이 되어 호수 전체를 뒤흔들었다. 거대한 날개짓 한 번에 맑던 호수물이 갈라지고, 억센 발톱이 하늘을 긁자 굉음과 함께 번개가 내리쳤다. 사냥꾼의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그는 용의 위압감에 굴하지 않고 오직 가족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지옥참마도를 고쳐 잡았다.
용은 사냥꾼에게 입에서 불을 내뿜었지만, 사냥꾼은 익숙하게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려 피했다. 폐부를 찌르는 기침과 함께 검은 피가 터져 나왔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용의 머리가 잠시 움직임을 멈추자, 사냥꾼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쿨럭…울어라, 지옥참마도!"
그의 검은 번개처럼 빠르게 용의 턱을 스쳤고, 용의 비늘이 찢어지는 끔찍한 소리가 호수 전체에 울려 퍼졌다. 용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고, 그 거대한 몸이 호숫가 바위들을 부수며 쓰러졌다. 사냥꾼은 그제야 검을 바닥에 박고 무너져 내렸다. 그는 가족을 위한 희망, 용의 뿔을 품에 안은 채 피로 얼룩진 몸을 겨우 가누며 쓰러진 용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앞에는 천신만고 끝에 얻은 승리의 결과, 용의 뿔이 놓여 있었다.
사냥꾼은 용의 뿔을 들고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한 걸음에 어머니를, 두번째 걸음에 동생을, 발걸음 끝에 사냥꾼은 집에 도착했다.
"의원님..쿨럭… 용의 뿔을 가져왔습니다."
사냥꾼은 쓰러졌다.
눈을 뜬 사냥꾼은 몸이 가벼워졌다. 어머니와 동생도 활기를 되찾았다. 의원에게 감사인사를 하려 했지만, 그는 이미 떠난 뒤였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