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한·미 긴밀공조… 안보태세 강화”
美 F-35機 등 공중전력 투입 가능성
北, ICBM 연료 주입 땐 발사 임박
美 본토 타격 ‘화성-17’ 가능성 제기
대미 압박 노린 ‘기만전술’ 분석도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이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동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 주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주목, 대비태세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한·미, 대비태세 강화 포함 대응 준비 진행
최근 북한이 평양 인근에서 ICBM 발사를 준비하는 동향을 포착한 한·미 군과 정보당국은 경계 수위를 높이면서 북한 동향을 주시하는 모양새다. 군 관계자는 19일 “한·미 정보 당국이 긴밀한 공조 아래 관련한 동향을 면밀히 추적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군은 확고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도 지난달 말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과 궤적 등을 추적·감시할 수 있는 RC-135S 전자정찰기를 배치했다. RC-135S는 오키나와 배치 이후 거의 매일 동해로 출격해 오랜 시간 비행하면서 북한 미사일 동향을 감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핵실험 징후 포착에 쓰이는 WC-135W를 최근 영국에서 가데나 기지로 이동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핵실험 동향을 감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미는 북한 ICBM 시험발사를 포함한 전략적 도발에 대비해 미군 전략자산 전개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우리가 지금 미 측과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해 여러 가지로 논의하고 대응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략자산 전개 계획은 추후 공개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종섭 신임 국방부 장관은 전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북한 위협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연합방위태세 유지의 일환으로 미군 전략자산 전개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출동 결정이 내려질 경우 F-35 스텔스 전투기나 B-52H, B-1B 폭격기 등 단시간 내 출동이 가능한 공중전력 등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사일에 연료 주입하면 돌이키기 어려워
북한이 개발한 화성-14·15·17형 ICBM은 액체연료를 사용한다. 탄도미사일은 일반적으로 동체 두께가 매우 얇다. 특히 먼 거리를 비행하는 ICBM은 무게를 줄여야 하므로 동체 두께를 얇게 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쓴다. 독성이 매우 강한 액체연료나 산화제를 탄도미사일에 주입한 뒤 오랜 기간 방치하면 동체가 부식될 위험이 높다. 따라서 연료 주입은 동체가 부식될 위험을 막기 위해 발사 준비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연료 주입 정황이 포착되면 ICBM 발사가 임박했다는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는 20일이나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 ICBM 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북한이 ICBM 발사를 감행한다면 화성-17형을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화성-15형보다 더 무거운 핵탄두를 탑재한 채 미 본토까지 날아갈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되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화성-17형이 실질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화성-17형의 신뢰성을 높여 핵 투발능력을 강화하려면 시험발사가 필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있는 기간을 노려 시험발사를 감행하면 정치·기술·군사적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있는 기간에 미사일을 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한·미 정보당국의 정보수집 능력을 역이용해 대미 압박 차원에서 발사 준비를 의도적으로 드러내거나 기만책을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조심스레 나온다. 과거 북한은 탄도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TEL)을 기습 전개, 미사일 발사 준비까지 한 뒤 갑작스레 철수하는 등의 기만 전술을 사용한 바 있다.
핵실험 시기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갱도 공사를 비롯한 활동들이 계속 포착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당장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기상 상황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가 오면 도로가 미끄러워지면서 핵실험 관련 장비를 옮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프리 루이스 미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핵실험이 재개되지 않으면 올 가을 쯤 핵실험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 핵시설 침투 훈련과 하반기 한·미 연합 야외기동 훈련 재개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향후 북남 관계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가 과거 보수 정권 때보다 더한 파국 상태로 치닫게 될 것을 예고한다”고 비난했다.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도 한·미 군사 공조를 지적하면서 “핵보유국인 우리 공화국 전략적 지위와 대세 흐름도 판별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