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거지?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고오오?!
다시 정리해보자, 내가 할 일이라는 건 나와 이름이 같은 에스트렐라라는 최고의 듀얼리스트로 위장해서 이 곳에 다니는 그... 브라크인가 브레이크인가 하는 녀석을 감시하라는 거였지...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미친 것 같아! 왜 내가 이런 짓을 해야하냔 말이야!!
난 그저 평범한 여성 듀얼리스트에 지나지 않았다고! 아, 물론 애프터라이프의 말단으로 들어간 주제에 평범하다고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아, 그래도 그렇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졸지에 변장까지 하고서, 그것도 30 다 되어가는 나이에 느닷없이 고등학생으로 위장 잠입하라고?! 이건 또 무슨 미친 소리냐고!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고 싶어! 근데, 어떻게 해야 나가지? 아니, 멋대로 들어가놓고 멋대로 나가는게 되나? 그것도 어둠의 신이라는게 진짜로 모습을 드러냈는데?
아으, 이를 어쩌면 좋대? 이를 어떻게 해야 이 쪽팔리는 짓을 그만둘 수 있는 거냐고! 내가 미쳐도 제대로 미쳤나봐!
에스트렐라, 정확히는 그녀와 동명이인인 올해 나이 28세의 여성은 신의 일곱 눈 중 하나인 자그레우스의 지시-라고는 하지만 정확히는 어둠의 신의 계시를 받아 그가 내린 지시-를 받아 어둠의 신이 흥미를 느껴 눈여겨보고 있는 브레이크를 가까이서 감시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하지만 체격이 그녀와 비슷하거니와 이름도 같다는 이유로 여러 단기 속성 교육을 받아 투입되었지만 속으로는 그가 자신의 정체를 알아챌까봐 불안에 떨고 있었다.
신이든 부처든 좋으니 누가 좀 말해줘요! 어떻게 해야 이 정신나간 짓을 안 할 수 있는건데!
방금 듀얼도 그래! 허세란 허세는 다 부려놓고 막상 아무 것도 못 하고 끝났잖아! 이걸 어쩌면 좋아! 만약에 그 녀석이 내가 자기가 아는 그 여자가 아니란 걸 눈치채면 일이 꼬이는 거잖아!
아니... 생각해보니 왠지 눈치를 챘을 것 같기도 한데... 아, 이걸 어쩌면 좋아! 차라리 나말고 다른 사람에게 떠넘겼어도 되는 일이잖아! 나보다 더 듀얼 잘하고 더 머리 잘 돌아가고 더 연기 잘하는 단원도 분명 있었을텐데 말이야!
왜 하필이면 나냐고!
재수없으면 어둠의 신이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핑계로 자신을 숙청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죽음보다 더 한 꼴을 안겨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동명이인인 에스트렐라는 속이 더더욱 쓰렸다. 어둠의 신의 계시를 받은 자그레우스가 자신을 일방적으로 선택해 투입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일이 잘못되는 순간 자비는 고사하고 차라리 어둠의 신이 깔끔하게 자기를 죽여주는 것이 다행일 지경이었던 그녀는 일단 몇 번 숨을 고른 후 다시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로 돌아갔다.
"응? 왜 너가 여기에 있어?"
아니, 그러려던 참이었다. 하필이면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난 건 언제부터 자신을 미행했는지 모를 브레이크였고, 그와 눈을 마주친 그 순간 에스트렐라의 심장은 미칠 듯이 뛰기 시작했다.
젠장, 역시 눈치챈게 분명해! 어쩌자고 나한테 이런 일을 맡긴 거냐고!!
그 보다도 이걸 대체 뭐라고 둘러대지? 잘못하면 이거 임무고 뭐고 망하는 거잖아! 이러면 골치가 아프다고!
으아아, 어둠의 신님!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하지만 어둠의 신은 미동도 없었다.
도와줄 리가 없지... 나같은 말단에게 무슨 도움을 주겠냐고... 어떻게든 알아서 해보는 수밖에 없는건가...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이야기할게 좀 많아서 말이지."
"난 할 이야기 없어. 그리고 앞으로는 어지간해선 나 따라오지마. 기분 나빠. 진짜 수틀리면 신고할 수도 있다?"
자기 눈 앞에 있는 브레이크를 떨쳐내고,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볼 요량으로 에스트렐라는 일부러 고압적인 자세로 그를 떨쳐내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녀가 잊은 사실이 있었다면 애초에 자신은 그를 감시할 목적으로 그와 같은 반에 배정되었다는 것이었다.
아, 잊고 있었다. 나, 얘랑 같은 반이었지. 감시 목적으로.
어떡하지, 어떡하지... 아니, 지금은 생각을 잠시 멈추자. 잘못하면 안 해도 되는 짓을 괜히 저질러서 쓸데없는 의심만 부추긴다고.
...진짜 싫어!!
자신과 동명이인인 그녀의 성격은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 브레이크를 감시하고자 파견된 에스트렐라는 듀얼 경험보다는 운동 경험이 더 많은 인물이었고, 머리보다는 피지컬이 더 앞서나가는 육체파인데다 그녀의 진짜 덱은 힘에 살고 힘에 죽는 [열차] 덱이었다. 거기에 그녀는 거짓말이나 연기와는 인연이 없는 털털한 인물이었고, 지금처럼 치마 차림으로 다니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어둠의 신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라는 목숨이 걸린 부여동기가 아니었다면 이런 짓은 절대로 할 수 없었다.
진짜 쪽팔려 죽겠다... 차라리 이대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쓰러지는 것도 좋은 방법일지도 몰라. 아니지, 치마도 짧은 교복 차림으로 죽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어떻게든 정신을 바싹 차리려고 노력하는 에스트렐라였지만, 전학 첫 날부터 자신의 정체가 까발려진 듯한 이 불안감은 그녀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이 양반아, 어둠의 신이 시켰다지만 왜 나같은 사람한테 시키냐고! 적임자라면 얼마든지 있었을 거 아냐!"
"거 되게 시끄럽네. 그래도 명색이 네 윗사람한테 이 양반 저 양반이 뭐야, 진짜."
결국 그 불안감은 그 날 저녁, 도시 공원 어딘가에 있는 벤치에 앉아 자신의 상관인 자그레우스에게 울분을 토로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의 자그레우스는 이미 자신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던질 것을 예상했는지 틱틱 쏘아붙이듯이 말하고 있었다.
"나라고 애프터라이프의 단원들을 일일이 다 알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변장에도 한계가 있다는 거 몰라? 그나마 그 에스트렐라와 제일 닮았고, 이름도 같은 그쪽이라서 이번 일을 맡긴 거라고."
"내 나이가 몇인지 다 알면서 그래! 그리고 그렇다곤 해도...!"
"그렇다곤 해도 뭐? 어둠의 신이 내게 계시를 내려서 시킨 일인데, 뭐하면 그 분에게 직접 따져보시던가."
자그레우스의 말에 에스트렐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도 어쨌든 어둠의 신이 '시켜서' 하는 일이었기에 핑계는 있었고, 그래서 그녀도 꿍한 표정을 지을 뿐 별 다른 말대꾸는 할 수 없었다.
"아무튼 학창생활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놔. 다음 지시 사항이 내려오기 전까진..."
"그런 학창생활 필요없어!"
"거 되게 시끄럽네, 이 아가씨. 그래도 몸매 관리 잘해둔 덕분에 교복도 잘 어울리더만, 뭐. 아무튼 다음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 지시받은 대로 행동해. 필요하면 스틱스 할멈한테 부탁해서 듀얼 수업 맡길테니까 그리 알고."
그 말을 끝으로 자그레우스는 연락을 끊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회용 번호로 연락을 걸었기에 이 번호는 현 시간부로 폐기되었기에 그에게 다시 연락할 방법은 없었다. 에스트렐라는 도대체 어쩌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싶어 자기 머리를 쥐어뜯었고,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아아... 일하기 싫다..."
결국 에스트렐라는 그 말을 내뱉고서는 깊은 한숨을 푹 쉰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일은 더욱 꼬이고 있었다.
"어쩐지 느낌이 이상했어. 내가 아는 스트라면 아까 전의 듀얼, 절대 허투루 하지 않았거든."
언제부터 자신을 미행했는지 자신의 감시 대상이었던 브레이크가 자기 주변에 떡하니 있었고, 에스트렐라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자신의 정체가 드러났다라는 강한 확신을 받았다.
"당신 누구야? 겉으로는 스트인 척하지만 아까 날 밀쳤을 때 견적이 오더라고."
이대로 순순히 자기 정체를 실토하는 건 썩 내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달리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닌 에스트렐라는 결국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법을 동원하기로 했다.
"나도... 어어?!"
무력이었다. 브레이크가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그 순간, 기습적으로 그의 자세를 무너트린 후 길로틴 초크를 가해 그대로 기절시킨 에스트렐라는 축 늘어진 브레이크를 자기 등에 업고서 어디에 어떻게 적당히 던져놓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미 자신의 목적인 브레이크가 자신의 정체를 파악한 이상 일이 잘못되어도 자신으로선 그 해결 방법을 내놓을 뾰족한 수가 없었고, 그렇다고 바보처럼 당하고 있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기에 이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일단 일을 저지른 에스트렐라였다.
"아아, 진짜 짜증나... 어째서 내가 이런 바보 짓을 해야하는 거람..."
"왜긴, 바보 녀석이 네 상관으로 있어서 그렇지."
사람들의 시선을 최대한 피해 도시 외곽까지 빠져나온 그녀의 눈 앞에 나타난 건, 뜻밖에도 또 다른 브레이크였다. 하지만 그 말투는 조금 달랐다. 비록 브레이크의 그것을 놀랍도록 비슷하게 모사했지만 그 안에는 변장한 인물 특유의 여유로움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봐도 생긴 것만으로는 네가 적임인 것도 사실이야. 그 녀석이 좀 더 신경을 썼다면 다른 사람을 택했을테지만."
"어... 음... 혹시, 당신..."
에스트렐라가 그의 정체를 추론하려던 순간, 브레이크의 모습을 한 누군가는 자신의 오른손 검지를 자신의 입에 대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바로 '신의 일곱 눈' 중 한 명이자 어둠의 신 이외에는 그 누구도 진정한 정체를 파악하지 못 한 인물인 변신과 변장의 달인, '세라피스'였다.
"앞으로는 내가 그의 역할을 맡도록 하지. 적당한 시점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줄테니 너무 걱정말고 우선은 다음 지시를 기다리도록."
"아, 알겠습니다..."
곧 애프터라이프의 다른 단원 몇몇이 기절한 브레이크를 인계해 어디론가로 데려가고, 세라피스는 수고 많았다는 의미에서 에스트렐라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쳐주고서 다른 방향으로 사라졌다.
"감사합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그리고 에스트렐라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자신을 도우러 나타난 세라피스와 아마도 그를 내보냈을 어둠의 신에게 감사를 올리고 있었다.
"듀얼 수업 좀 열심히 받아야겠다..."
미숙한 듀얼 실력에 대한 반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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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개 액셀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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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의 나이에 고등학생으로 위장 잠입한 불쌍한 처자였읍니다 그리고 잠든 사이에 2편이 더 올라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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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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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월
깔끔...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2.05.31 00: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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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의 나이에 고등학생으로 위장 잠입한 불쌍한 처자였읍니다 그리고 잠든 사이에 2편이 더 올라왔더군요 | 22.05.31 07:0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