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레우스라고 불리지. 물론 진짜 이름은 아니다만."
다소 곱슬거리지만 풍성한 검은 머리와 창백하다라는 표현이 알맞을 새하얀 피부, 그리고 가늘게 찢어져있는 붉은 눈의 사내는 상대를 조롱하는 듯한 표정에 걸맞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듀얼 디스크를 가동한 눈 앞의 상대에게 맞서 자신의 커스텀 사양의 검은색 듀얼 디스크를 가동하고 있었다.
"그 보다도, 기왕에 이렇게 만난 거, 간단한 자기 소개라도 듣고 싶은데 말이야."
"내 이름은 브레이크다!"
자기 눈 앞에 있는, 별 관심없이 지나치기 쉬운 몰개성한 외모의 남성의 이름을 들은 자그레우스는 그의 자기 소개를 들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자기가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인가 싶어 재차 물어보고 있었다.
"뭐? 다시 말해봐. 이름이 뭐라고?"
"브레이크야, 브레이크!"
하지만 소년은 상대를 깔아뭉개는 듯한 자그레우스의 어조에 발끈한 듯, 자신의 이름을 두 번이나 강조하며 받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의 소녀 귀신은 벌써부터 발끈하는 그의 모습에 내심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름 한 번 별로구만. 네 부모님이 너한테 관심이 없었나보다? 아니면 그 양반들 성격이 이상하던가."
"뭐라고?!"
그런 와중에 시작부터 본인의 이름을 비꼬면서 자신의 부모를 욕보이는 자그레우스의 도발에 브레이크는 발끈했다. 스트도 도를 넘은 그의 도발에는 참을 수 없었지만 명색이 한 때는 최고의 듀얼리스트의 한 명이었던 만큼, 침착함을 잃은 러프 플레이의 말로가 어떤지는 잘 알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침착함을 유지하고자 깊은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네 부모가 널 낳다가 뇌에 브레이크가 걸렸던 것이 분명해. 아니면 너를 낳기도 전에 부부관계가 깨졌던지.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너 진짜 죽여버릴 거야! 진짜로!"
"그래? 자신이 있다면 그것도 한 방법이겠지. 차라리 몸싸움이 나한텐 더 편하기도 해서 말이지. 할테면 해봐."
자신을 향해 수위를 가차없이 넘어서는 도발을 던지는 자그레우스의 이죽거리는 표정에 브레이크는 당장이라도 그의 안면에 주먹을 날리고 싶어졌지만, 자기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큰 상대에게 무턱대고 덤벼드는 것도 막상 겁이 났고, 자신이 먼저 듀얼 디스크를 가동해 듀얼을 신청한 것도 있어 애먼 스트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고 있었다.
"야, 너도 한 마디 좀 해봐! 저 놈이 막말을 지껄이는데 너는 왜 가만히 있냐고!"
"나는 유령이거든? 벌써 잊어버렸어? 그리고 한 마디 하자면, 저 녀석의 도발에 넘어가선 안 돼. 선을 심하게 넘은 건 알지만, 그런 상태로는 절대 저 녀석을 이길 수 없다고."
물론 소녀도 지금의 그가 자신의 말을 얼마나 귀담아들을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초면부터 자신의 부모를 욕보이는 상대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고 싶었던 브레이크는 뜬 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스트의 말에 더더욱 발끈하고 있었다.
"지금 그런 게 눈에 들어오냐?!"
"이봐, 누굴 보고 헛소리를 지껄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한 눈을 팔 생각이라면 내가 선공을 가져가도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누가 그렇게 둔데?! 코인 돌려!"
그리고 자그레우스는 자신의 도발에 발끈하고 있는 브레이크의 모습을 보며 기분 나쁜 미소를 재차 짓고 있었다. 상대를 열받게 만들어 사고와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도 승리로 향하는 한 방법이었다. 설령 귀신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해도 조언자에게는 결국 상황을 주도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기에, 자그레우스는 지금의 상황을 주도해야할 듀얼리스트가 저렇게까지 분노하는 이상, 지금의 그에게 승산은 없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뒷면이다."
"그럼 나는 앞면이지!"
솔리드 비전으로 만들어진 코인이 땅에서 나와 하늘을 향해 던져지고, 결과는 우자트의 눈을 가진 뒷면이었다.
"뒷면이군. 그럼, 선공은 내가 가져가지."
기분 나쁜 웃음과 함께 자그레우스는 다섯 장의 카드를 패에 넣으며 듀얼의 시작을 알렸다. 브레이크도 다섯 장의 카드를 패에 넣으며 응수했지만, 스트는 어딘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그레우스 LP 8000
브레이크 LP 8000
"그럼 시작은 가볍게 하지. 마법 카드, [홍옥의 패]를 발동. 패의 [붉은 눈 소울]을 묘지로 보낸다. 뭐 할 거 없나?"
"쯧...! 아깝게도 없는데...!"
브레이크의 패에는 소위 '패 트랩'이라고 말하는, 패에서 던져 상대의 행동에 제약을 걸 수 있는 카드가 단 한 장도 없었다. 그래도 스트의 조언, 좀 더 정확히는 끔찍할 정도로 퍼붓던 잔소리들을 따라 나름의 정석적인 덱 구축을 했음에도 그의 손에는 자그레우스의 플레이를 저지할 수 있는 카드가 한 장도 없었다. 틀림없는 불운이었다.
"그럼 덱에서 카드 2장을 드로우하고, 덱에서 [붉은 눈의 흑룡]을 묘지로 보낸다."
자그레우스의 덱은 [붉은 눈의 흑룡]을 주축으로 하는 비교적 정석적인 [붉은 눈] 덱이었고, 현실에서는 여러 문제로 인해 대회권 파이를 한 조각도 차지하지 못 하는 약소 덱으로 전락한지 오래였지만 스트의 눈에는 [붉은 눈] 덱만큼이나 자그레우스의 인상에 어울리는 것도 없어보였다.
"이어서 마법 카드, [부활의 복음]을 발동. 아까 묘지로 보내졌던 [붉은 눈의 흑룡]을 묘지에서 특수 소환한다. 물론 따로 할 것은 없겠지?"
"없어...! 네 마음대로 해보라고!"
"고맙기도 하셔라."
붉은 눈의 흑룡 / 드래곤족 / 어둠 / ☆7 / ATK 2400 / DEF 2000 / 일반
분노의 검은 화염으로 자신의 눈에 띠는 적을 모조리 태워버린다고 전해지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설명이 무색해질 정도로 지분을 차지하지 못 하고 있는 검은 드래곤이 그의 필드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자그레우스는 상대의 분노를 자극해 브레이크의 미스 플레이를 유도, 자신의 페이스에 휘말리다 그대로 궤멸당하는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계속해서, 덱의 [붉은 눈의 흑룡]을 묘지로 보내고, 패에서 [붉은 눈의 흑성룡]을 특수 소환한다."
붉은 눈의 흑성룡 / 드래곤족 / 어둠 / ☆6 / ATK 2000 / DEF 2000 / 효과
이번에는 갈라진 검은 피부의 아래에서 붉게 빛나는 에너지를 품고 있는 흑룡이 자그레우스의 필드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공격력 2000이라는 그리 높다고 말할 수 없는 수치를 지녔음에도 그 박력만큼은 공격력 4000을 족히 넘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효과로 특수 소환한 [붉은 눈의 흑성룡]의 레벨은 1개 올라가, 레벨 7이 되었지."
붉은 눈의 흑성룡 ☆6 → 7
평소였다면 상대 필드에 레벨 7의 몬스터가 2장이 있었기에 브레이크도 농담을 적당히 던졌을지도 모를 상황이었지만 다짜고짜 선을 넘는 자그레우스의 언행에 분노한 지금의 그로서는 농담할 마음은 일절 없었다.
"선공 첫 턴에는 공격할 수 없지만 그 외엔 뭘 하든 내 자유지. 마법 카드, [흑염탄]!"
선공 첫 턴에 공격할 수 없는 것은 룰로서 정해진 것이었지만, 그 선공 첫 턴에 무엇을 할지는 룰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는 자유였다. 곧 자그레우스의 필드에 서있던 [붉은 눈의 흑룡]의 입에서 검붉은 화염이 구의 형태를 갖추어가고, 그 화염은 이윽고 브레이크를 향해 발사, 분노에 눈에 멀어지던 그에게 정통으로 박혔다.
브레이크 LP 8000 → 5600
"어윽...! 시작부터 좀 아픈데...!"
"인사 대신이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군."
[흑염탄]의 불길에 타들어가는 아픔이 브레이크의 몸을 훑고 지나가고, 그 아픔에 눈이 확 뜨인 브레이크는 잠시 주춤하다 이내 자세를 다시 바로잡고 있었지만, 그 아픔에는 솔리드 비전만으로는 재현할 수 없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솔리드 비전으로도 약간의 고통은 전달되겠지만, 이건 뭔가 달라... 왜인지는 몰라도 나와 그의 영혼을 불사르려던 고통이 느껴졌어..."
방금 전의 [흑염탄]으로 전해진 고통은 솔리드 비전으로 재현되는 약간의 따끔함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아픔을 둘에게 전해주고 있었고, 스트는 자칫하면 자신마저도 저 불꽃에 사그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와, 씨이... 장난 아프게 아프잖아...!"
분노로 당장이라도 눈이 뒤집히려던 브레이크도 다를 바는 없었다. 그 불꽃이 자신의 온 몸을 훑고 지나가는 그 순간에서, 그는 정신을 차리게해줄 만큼의 강렬함과 함께, 이번 듀얼에서 졌다간 큰 일이 일어나겠다는 본능적인 위기감도 그의 마음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강렬함과 위기감도 그의 마음에서 거세게 타오르는 분노의 불길을 잠재울 순 없었다.
"하나도 마음에 안 들어!"
"그렇다고 하니 유감이군. 이어서 두 장의 몬스터로 오버레이 네트워크를 구축!"
이번에는 자그레우스의 필드에 있던 두 장의 몬스터가 자신의 속성에 걸맞는 보라색의 빛으로 변해 그의 필드에서 나선을 그리며 한 자리에 모여들고 있었고, 그 자리에서 보라색의 폭발이 일어남과 동시에 금속의 질감이 느껴지는 검은 피부를 지닌 하나의 거룡이 검붉은 화염을 휘감은 채 비어있던 엑스트라 몬스터 존 한 곳을 차지하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엑시즈 소환! 검은 화염을 품은 강철의 거룡! [붉은 눈의 강염룡]!"
붉은 눈의 강염룡 / 드래곤족 / 어둠 / ★7 / ATK 2800 / DEF 2400 / 엑시즈 / 효과
그 몸을 휘감던 검붉은 화염은 곧장 흐트러지며 사라졌지만 그 순간에서 느껴졌던 열기는 브레이크로 하여금 마음 속에서 솟아오르던 위기감을 재차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정신 차려야 해! 이 듀얼에서 졌다간 우리 모두 무사하지 못 할 거야...!"
"알아, 임마! 알았으니까 좀 조용히 해!"
스트 역시 그 순간에 느껴졌던 열기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브레이크에게 충고를 하려 했지만, 이미 부모에 대한 욕지거리를 들어 열이 오를 대로 오른 브레이크에겐 그 충고는 지겹도록 듣던 잔소리와 다를 바 없었다.
"그 유령의 말을 새겨듣는 것이 좋을 거다. 헌데, 네 녀석 수준이 얼마나 형편없으면 유령이 널 돕겠다고 나선 건지 모르겠군."
그런 브레이크의 화를 자그레우스는 자신의 그림을 따라 더더욱 키우고 있었고, 스트는 자신의 존재를 알아챈 듯한 그의 발언에 일순 놀라 할 말을 잃었다. 물론 브레이크가 티를 대놓고 낸 것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설마 자신의 말이 들리는 것인가 싶었던 소녀는 불길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뭐야?!"
"끝내주는군. 네 부모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대충 감이 온다고. 형편없는 건 작명 실력만이 아니었던 건가?"
"너 진짜 죽여버릴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버릴 거야!"
그러나 브레이크에겐 그런 건 아무 의미도 없었다.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자그레우스를 향한 살의는 자신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가고 있었고, 그의 손은 마음 속에 담긴 분노를 격한 떨림을 빌어 표현하고 있었다.
"할 수 있다면 어디 해보시지. 하지만 아직 내 턴은 안 끝났다."
자그레우스는 그런 브레이크를 보면서도 자신의 계획대로 그가 자신의 분노를 제어하지 못 하고 엉망이 되어가는 것을 기분 나쁜 미소와 함께 그를 조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아직 2장의 카드가 남아있었다.
========
자그레우스
- LP : 8000
- 패 : 2장 [정보 없음]
- 필드
* 엑스트라 몬스터 존
1. [붉은 눈의 강염룡] (오버레이 유닛 : 2/[붉은 눈의 흑룡], [붉은 눈의 흑성룡])
- 묘지 : [붉은 눈 소울], [홍옥의 패], [부활의 복음], [붉은 눈의 흑룡], [흑염탄]
- 제외 존 : 없음
- 특기 사항 : 일반 소환권 남아있음
브레이크
- LP : 5600
- 패 : 5장 [정보 없음]
- 필드 : 없음
- 묘지 : 없음
- 제외 존 : 없음
- 특기 사항 : 손에 패 트랩 없음
(IP보기클릭)211.198.***.***
저도 설마 2분 차이로 릴레이가 올라올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하핳 그리고 칭찬 감사합니다
(IP보기클릭)223.39.***.***
으악! 2분 차이로 늦었다! 근데 정말 잘 쓰셨네요!
(IP보기클릭)223.39.***.***
으악! 2분 차이로 늦었다! 근데 정말 잘 쓰셨네요!
(IP보기클릭)211.198.***.***
저도 설마 2분 차이로 릴레이가 올라올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하핳 그리고 칭찬 감사합니다 | 22.05.23 21:5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