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일본서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가운데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이 있다. 일본 자민당의 중진 이시히라 신타로(石原愼
太郞)와 일본 재계의 중진 소니社회장 모리다 아기오(盛田昭天)의 공저인데,한마디로 일본은 이제 미국에 대해서 떳떳하게 ‘노’라고 말할 수 있고
말해야 한다는, 일종의 독립선언서 같은 것이다.
무시무시한 제목이 암시하듯 그의 주장은 자못 전투적이다."미
국의 부당한 요구엔 분연히 'NO!'라고 거부하자"던 10년 전 주장
보다 좀더 과격해졌다. 그는 "정면으로 맞서 승부를 가리자"며
'경제 개전'을 주장한다. 선전포고의 상대는 물론 미국이다. 아시
아를 금융노예로 지배하려는 미국의 인종차별적 세계전략을 분쇄
하자고 외친다.
그가 주장하는 '전쟁'은 일본만의 전쟁이 아니다. 그는 '대동
아 강엔권'의 창설을 제창한다. 일본과 엔을 중심으로 아시아가
단결해 미국에 대항하자는 개념이다. 2차대전 당시의 '대동아공영
권'에서 따온 명칭임을 조금도 숨기지 않는다. 일제의 '대동아 공동
선언'에서 제목만 바꾼 이른바 '아시아 헌장'의 견본도 제시했다.
그의 구상에 따르면 '대동아 강엔권'은 11개국의 동맹국을 전
제로 한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아세안(ASEAN)
그룹이다. 2차대전때 일본군 점령지와 대략 일치한다. 차이는 아
시아 각국을 아군으로 만드는 수단이 총칼에서 엔 자금으로 바뀌
었다는 점뿐이다.
'대동아 강엔권'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AMF(아시
아통화기금)를 창설할 것, '아시아판 에어버스 구상'을 추진할 것,
아시아독자의 신용평가기관을 만들 것, ODA(정부개발원조) 엔차관
을 활용할 것…. 아시아 각국을 경제적으로 도와주면서 동맹국으
로 끌어들이자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이책은 일본과 미국의 대등한 관계를 주장한 데 그치지 않고 일본과 일본인, 일본기업의 우월성
을 강조한 것이다. 이 책은 비단 미국에 대한 일본사람들의 자신감을 표시하는 데 그 친 것이 아니라, 일본의 전통문화와 역사에 대한 강한 자부
심의 표시와 함께 일본 내셔널리즘의 부활을 시사하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대만·싱가포르 등 경제가 잘되고 있는 나라들은 일본이 종전에 통치
한 일이 있는 곳이다. 확실히 잘못된 것은 인정하고 반성도 해야 하지만, 좋은 영향도 남겼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는 시각이다. 역
시 일본의 점령하에 있던 중국이나 필리핀, 베트남은 경제적으로 어찌된 것이냐 하는 것을 생각할 때 역사적 사실 자체를 왜곡한 발언이지만, 이
렇듯 식민통치를 찬양하는 사고방식을 어찌할 것인가. 이런 유의 국수주의적 성향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여기에 재미붙여 “그래도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속편을 써 일본 독서계를 휩쓸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시사하는 것일까.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그리고 잃어버린 20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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