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예전에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라는 녹음·재생 기기가 있었던 것을 알고 계신가요?
이 이야기는 그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에 얽힌 무섭고도 슬픈 이야기입니다.
30대에 접어들었지만 독신이고 특별한 취미도 없는 S는, 어느 8월 마지막 일요일에 북쪽 산으로 놀러 갔다.
특별히 그 산에 가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북쪽에 이어져 있는 산들 중 하나를 적당히 찍어, 애차를 몰고 북쪽으로 향했을 뿐이다.
잘게 찢어진 구름들이 떠다니는 푸른 하늘 아래, 창문을 내린 틈으로 스쳐 지나가는 상쾌한 바람을 느끼며 그는 쾌적한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었다.
왼편에는 가드레일, 오른편에는 산림이 이어지는 완만한 산길을 계속 달려 몇 번째인가의 커브를 돌았을 때, 약 100m 앞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 앞에는 간판이 있었다.
속도를 줄이며 다가가 보니, 그곳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앞 1km 오토 캠핑장”
흥미가 생긴 S는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
양쪽을 산림이 끼고 있는 1차선 산길을 계속 달리자, 이윽고 왼편 앞쪽에 ‘오토 캠핑장’이라는 큰 간판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간판 앞에서 속도를 줄이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왼쪽의 좁은 길로 들어갔다.
무성한 나무와 풀에 둘러싸인 좁은 길을 잠시 지나자 시야가 갑자기 열리고, 이곳저곳에 잡초가 자란 넓은 자갈밭이 펼쳐져 있었다.
그 너머에는 시냇물이 사각사각 흐르는 것이 보였다.
S는 차를 하천 가까이까지 몰고 가 세운 다음, 엔진을 끄고 내렸다.
꽤 산속 깊이까지 들어온 것인지, 공기가 서늘했다.
이미 시즌이 끝난 듯, 주변에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고요했다.
들려오는 것은 가끔 들리는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부드러운 시냇물 소리뿐.
올려다보니 여전히 옅은 구름이 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해가 질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듯했다.
S는 조금 상류 쪽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발아래 시야에 들어오는 맥주 캔이나 불꽃놀이 다 쓴 찌꺼기들이, 성수기엔 꽤나 사람들로 붐볐을 캠프장의 흔적을 떠올리게 했다.
그때였다.
앞쪽에서 순간이었지만, 강가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불꽃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과, 자갈밭에서 바비큐를 하거나 맥주를 마시며 떠드는 어른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 것만 같았다.
잠시 더 걸은 S는 강가에 굴러 있는 적당한 바위를 찾아 그 위에 앉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천천히 강물을 바라보며 피워 물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왼쪽을 보니, 몇 미터 앞 땅바닥에 배낭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일어나 그곳 가까이 가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쇼와 시대에 한창 인기를 끌었던 특촬 히어로가 그려져 있는 파란 바탕의 어린이용 배낭이었다.
오래전부터 여기 있었던 듯 낡아 해지고 색도 바래 있었다.
— 다른 물건이라면 모를까, 배낭을 두고 가다니… 참 착한 아이지 뭐야.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은 그는 배낭 가까이 쪼그리고 앉아 지퍼를 열어 보았다.
안에는 배낭과 깉은 파란 물통, 히어로 자수가 놓인 수건, 몇 개의 봉지 과자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눈길을 끈 건 깊숙한 곳에 있는 금속제의 은빛 상자 같은 물건이었다.
궁금해져 꺼내 보니, 그것은 소형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였다.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녹음과 재생만 가능한 그런 기기.
작은 창으로 보니 테이프가 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 카세트 테이프라… 추억이네.
여기엔 쇼와 시대 아이가 직접 녹음한 게 들어 있는 걸까?
대체 무엇이 녹음되어 있을까.
호기심이 생긴 S는 시험 삼아 재생 버튼을 눌러 보았다.
물론 작동하지 않았다.
본체를 뒤집어 뒷면 아래쪽의 뚜껑을 열어 보니, AA 건전지 4개가 들어 있었다.
아마 방전된 모양이다.
그때 문득 그는 차 대시보드에 새 AA 건전지를 넣어둔 걸 떠올렸다.
일어서서 자동차로 걸어가 새 건전지 5개 팩을 꺼내, 그것을 들고 다시 배낭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다시 쪼그려 앉아 레코더의 건전지를 새 것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아까 앉았던 강가의 바위로 가 다시 앉아 레코더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약간 긴장한 채 재생 버튼을 눌렀다.
볼륨을 올리고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정말로…
잠시 이상한 소음이 이어진 뒤, 갑자기 소년의 쉰 목소리가 들렸다.
“1980년 8월.
오늘은 여름방학 마지막 일요일이다.
드물게 엄마 아빠가 시즌이 지난 캠프장에 놀러 데려와 줬다.
평생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이제부터 작년 크리스마스에 선물 받은 테이프 레코더로 들키지 않게 이것저것 녹음해 보려고 한다.
나중에 둘에게 들려주고 깜짝 놀라게 해줄 거다.”
그 뒤 잠시 무음이 흐른 후, 중년 남녀의 이야기 소리나 웃음소리, 그리고 소년의 즐거운 목소리가 끊기듯 이어졌다.
또 잠시 무음이 흐른 뒤, 세 사람의 목소리가 뒤섞여 들리기도 했다.
음성으로 미루어 보아,
초등학생인 아들이 부모님과 시즌이 지난 이 캠프장에 온 날, 부모님 몰래 차 안이나 캠프장에서의 대화를 제멋대로 녹음한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음성은 약 15분 정도 이어지더니, 다시 소년의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오후 5시 30분.
꽤 해도 저물어 가는 것 같다.
석양이 정말 예쁘다.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 아빠랑 바비큐도 하고 물놀이도 하고, 정말 즐거웠다.
평소엔 맨날 싸우기만 하던 엄마 아빠도 오늘은 어쩐 일인지 사이가 좋고, 정말 다행이다.
무엇보다 평소엔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아빠가 나랑 같이 놀아준 게 정말 기뻤다.
(잠시 무음 후, 멀리서 들려오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
‘야— 유이치— 거기서 뭐 하냐!? 이쪽으로 와라—’
(그리고 다시 소년의 속삭임)
앗 큰일, 큰일.
아빠가 오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럼 잠깐 다녀올게….”
여기서 음성은 끊기고, 그 뒤로는 무음이 계속됐다.
그대로 한동안 테이프는 돌아갔지만, 이내 끝에 도달해 자동으로 재생 버튼이 올라왔다.
그 후에도 S는 무릎 위의 레코더를 뚫어지게 바라본 채 굳어버려, 움직일 수 없었다.
태양은 이미 서쪽 산 뒤로 모습을 감추려 하고 있었고, S가 있는 넓은 자갈밭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놓인 낡은 배낭도, 붉은 노을빛에 윤곽이 뚜렷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힐끗 바라본 S는 생각했다.
— 왜 이 소년은 배낭을 잊고 갔지?
둘에게 들려주려고 그토록 기대했던 레코더도 들어 있었는데…
그리고 테이프는 마지막에, 소년이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갑자기 끝나 있었다.
아들은 그 뒤 어떻게 된 걸까?
왠지 모르게 S의 심장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따뜻한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 턱끝에서 뚝 떨어졌다.
그 순간이었다.
뒤에서 누군가가 찌르듯 바라보는 시선을 느껴 온몸이 오싹해졌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곳곳에 잡초가 난 자갈밭과 그 너머의 우거진 숲뿐이었다.
주변은 제법 어두워지고 있었다.
S는 레코더를 땅에 내려놓고 천천히 일어서더니, 무언가에 이끌리듯 비틀비틀 걸어가기 시작했다.
자갈밭을 가로질러, 나무들이 늘어선 곳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서, 나무들 사이 어딘가를 가만히 응시했다.
얼마나 바라보았을까, 그는 순간 숨을 삼켰다.
나무들 사이 깊숙한 곳에, 소년이 덩그러니 서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기 때문이다.
노란 야구 모자로 보이는 모자를 쓰고, 하얀 티셔츠에 검은 반바지를 입은 소년.
마치 아지랑이처럼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S는 “야— 잠깐만!” 하고 외치며 그 소년이 서 있던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소년은 도망치듯 나무들 사이로 더 깊숙이 뛰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부르짖으며 하얀 작은 등을 뒤쫓는 S.
눈앞에 스치는 나무들을 헤치며 그는 끈질기게 소년을 뒤쫓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그는 그루터기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야…” 하며 이마를 짚고 천천히 일어났다.
그곳은 사람 키 정도의 풀이 빽빽하게 솟아 있는 장소였다.
풀이 길을 막고 있어 양쪽으로 헤치고 나아가자, 눈앞에 갑자기 자동차의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놀라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차가 있는 위치는, S가 자갈밭에 도착하기 전에 지나쳤던 짐승길에서 몇 미터 들어간 지점으로 보였다.
이 주변만 나무가 별로 없고, 사람 키 높이의 풀만 자라 있어 차량이 진입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차는 완전히 풀에 덮여 있어 근처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S는 풀을 헤치며 차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것은 흰색 박스형 세단 같았고, 여기저기 녹이 슬고 더럽혀져 있었으며 타이어도 펑크가 나 있었다.
누가 봐도 오래도록 방치된 차량 같았다.
앞유리, 옆유리, 뒷유리 모두 더러워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그래서 S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앞유리를 닦아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점점 안이 보이기 시작했고, 완전히 보이게 된 순간 그는 숨을 삼켰다.
운전석에 한 사람, 조수석에 두 사람이 몸을 맡긴 채 앉아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들은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
완전히 말라버린 시신들이었다.
오후의 붉은 햇살이 세 사람의 검붉고 뼈가 드러난 얼굴을 떠오르게 하고 있었다.
모두 평온한 듯 눈을 감고, 멍하니 입을 벌린 채였다.
입고 있는 옷으로 미루어 보면 운전석은 중년 남성, 조수석은 여성, 그리고 그녀에게 기대듯 앉아 있는 소년이었다.
소년은 방금 S가 뒤쫓았던 그 아이와 비슷한 차림이었다.
그리고 S가 세 사람의 손목을 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운전석 남자의 왼쪽 손목은 조수석 여성의 오른쪽 손목과, 여성의 왼쪽 손목은 소년의 오른쪽 손목과 굵은 새끼줄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了】
이 이야기는 그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에 얽힌 무섭고도 슬픈 이야기입니다.
30대에 접어들었지만 독신이고 특별한 취미도 없는 S는, 어느 8월 마지막 일요일에 북쪽 산으로 놀러 갔다.
특별히 그 산에 가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북쪽에 이어져 있는 산들 중 하나를 적당히 찍어, 애차를 몰고 북쪽으로 향했을 뿐이다.
잘게 찢어진 구름들이 떠다니는 푸른 하늘 아래, 창문을 내린 틈으로 스쳐 지나가는 상쾌한 바람을 느끼며 그는 쾌적한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었다.
왼편에는 가드레일, 오른편에는 산림이 이어지는 완만한 산길을 계속 달려 몇 번째인가의 커브를 돌았을 때, 약 100m 앞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 앞에는 간판이 있었다.
속도를 줄이며 다가가 보니, 그곳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 앞 1km 오토 캠핑장”
흥미가 생긴 S는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
양쪽을 산림이 끼고 있는 1차선 산길을 계속 달리자, 이윽고 왼편 앞쪽에 ‘오토 캠핑장’이라는 큰 간판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간판 앞에서 속도를 줄이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왼쪽의 좁은 길로 들어갔다.
무성한 나무와 풀에 둘러싸인 좁은 길을 잠시 지나자 시야가 갑자기 열리고, 이곳저곳에 잡초가 자란 넓은 자갈밭이 펼쳐져 있었다.
그 너머에는 시냇물이 사각사각 흐르는 것이 보였다.
S는 차를 하천 가까이까지 몰고 가 세운 다음, 엔진을 끄고 내렸다.
꽤 산속 깊이까지 들어온 것인지, 공기가 서늘했다.
이미 시즌이 끝난 듯, 주변에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고요했다.
들려오는 것은 가끔 들리는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부드러운 시냇물 소리뿐.
올려다보니 여전히 옅은 구름이 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해가 질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듯했다.
S는 조금 상류 쪽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발아래 시야에 들어오는 맥주 캔이나 불꽃놀이 다 쓴 찌꺼기들이, 성수기엔 꽤나 사람들로 붐볐을 캠프장의 흔적을 떠올리게 했다.
그때였다.
앞쪽에서 순간이었지만, 강가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불꽃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과, 자갈밭에서 바비큐를 하거나 맥주를 마시며 떠드는 어른들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인 것만 같았다.
잠시 더 걸은 S는 강가에 굴러 있는 적당한 바위를 찾아 그 위에 앉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천천히 강물을 바라보며 피워 물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왼쪽을 보니, 몇 미터 앞 땅바닥에 배낭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일어나 그곳 가까이 가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쇼와 시대에 한창 인기를 끌었던 특촬 히어로가 그려져 있는 파란 바탕의 어린이용 배낭이었다.
오래전부터 여기 있었던 듯 낡아 해지고 색도 바래 있었다.
— 다른 물건이라면 모를까, 배낭을 두고 가다니… 참 착한 아이지 뭐야.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은 그는 배낭 가까이 쪼그리고 앉아 지퍼를 열어 보았다.
안에는 배낭과 깉은 파란 물통, 히어로 자수가 놓인 수건, 몇 개의 봉지 과자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눈길을 끈 건 깊숙한 곳에 있는 금속제의 은빛 상자 같은 물건이었다.
궁금해져 꺼내 보니, 그것은 소형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였다.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녹음과 재생만 가능한 그런 기기.
작은 창으로 보니 테이프가 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 카세트 테이프라… 추억이네.
여기엔 쇼와 시대 아이가 직접 녹음한 게 들어 있는 걸까?
대체 무엇이 녹음되어 있을까.
호기심이 생긴 S는 시험 삼아 재생 버튼을 눌러 보았다.
물론 작동하지 않았다.
본체를 뒤집어 뒷면 아래쪽의 뚜껑을 열어 보니, AA 건전지 4개가 들어 있었다.
아마 방전된 모양이다.
그때 문득 그는 차 대시보드에 새 AA 건전지를 넣어둔 걸 떠올렸다.
일어서서 자동차로 걸어가 새 건전지 5개 팩을 꺼내, 그것을 들고 다시 배낭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다시 쪼그려 앉아 레코더의 건전지를 새 것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아까 앉았던 강가의 바위로 가 다시 앉아 레코더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약간 긴장한 채 재생 버튼을 눌렀다.
볼륨을 올리고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정말로…
잠시 이상한 소음이 이어진 뒤, 갑자기 소년의 쉰 목소리가 들렸다.
“1980년 8월.
오늘은 여름방학 마지막 일요일이다.
드물게 엄마 아빠가 시즌이 지난 캠프장에 놀러 데려와 줬다.
평생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이제부터 작년 크리스마스에 선물 받은 테이프 레코더로 들키지 않게 이것저것 녹음해 보려고 한다.
나중에 둘에게 들려주고 깜짝 놀라게 해줄 거다.”
그 뒤 잠시 무음이 흐른 후, 중년 남녀의 이야기 소리나 웃음소리, 그리고 소년의 즐거운 목소리가 끊기듯 이어졌다.
또 잠시 무음이 흐른 뒤, 세 사람의 목소리가 뒤섞여 들리기도 했다.
음성으로 미루어 보아,
초등학생인 아들이 부모님과 시즌이 지난 이 캠프장에 온 날, 부모님 몰래 차 안이나 캠프장에서의 대화를 제멋대로 녹음한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음성은 약 15분 정도 이어지더니, 다시 소년의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오후 5시 30분.
꽤 해도 저물어 가는 것 같다.
석양이 정말 예쁘다.
오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 아빠랑 바비큐도 하고 물놀이도 하고, 정말 즐거웠다.
평소엔 맨날 싸우기만 하던 엄마 아빠도 오늘은 어쩐 일인지 사이가 좋고, 정말 다행이다.
무엇보다 평소엔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아빠가 나랑 같이 놀아준 게 정말 기뻤다.
(잠시 무음 후, 멀리서 들려오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
‘야— 유이치— 거기서 뭐 하냐!? 이쪽으로 와라—’
(그리고 다시 소년의 속삭임)
앗 큰일, 큰일.
아빠가 오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럼 잠깐 다녀올게….”
여기서 음성은 끊기고, 그 뒤로는 무음이 계속됐다.
그대로 한동안 테이프는 돌아갔지만, 이내 끝에 도달해 자동으로 재생 버튼이 올라왔다.
그 후에도 S는 무릎 위의 레코더를 뚫어지게 바라본 채 굳어버려, 움직일 수 없었다.
태양은 이미 서쪽 산 뒤로 모습을 감추려 하고 있었고, S가 있는 넓은 자갈밭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놓인 낡은 배낭도, 붉은 노을빛에 윤곽이 뚜렷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힐끗 바라본 S는 생각했다.
— 왜 이 소년은 배낭을 잊고 갔지?
둘에게 들려주려고 그토록 기대했던 레코더도 들어 있었는데…
그리고 테이프는 마지막에, 소년이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갑자기 끝나 있었다.
아들은 그 뒤 어떻게 된 걸까?
왠지 모르게 S의 심장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따뜻한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 턱끝에서 뚝 떨어졌다.
그 순간이었다.
뒤에서 누군가가 찌르듯 바라보는 시선을 느껴 온몸이 오싹해졌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곳곳에 잡초가 난 자갈밭과 그 너머의 우거진 숲뿐이었다.
주변은 제법 어두워지고 있었다.
S는 레코더를 땅에 내려놓고 천천히 일어서더니, 무언가에 이끌리듯 비틀비틀 걸어가기 시작했다.
자갈밭을 가로질러, 나무들이 늘어선 곳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서, 나무들 사이 어딘가를 가만히 응시했다.
얼마나 바라보았을까, 그는 순간 숨을 삼켰다.
나무들 사이 깊숙한 곳에, 소년이 덩그러니 서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기 때문이다.
노란 야구 모자로 보이는 모자를 쓰고, 하얀 티셔츠에 검은 반바지를 입은 소년.
마치 아지랑이처럼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S는 “야— 잠깐만!” 하고 외치며 그 소년이 서 있던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소년은 도망치듯 나무들 사이로 더 깊숙이 뛰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부르짖으며 하얀 작은 등을 뒤쫓는 S.
눈앞에 스치는 나무들을 헤치며 그는 끈질기게 소년을 뒤쫓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그는 그루터기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야…” 하며 이마를 짚고 천천히 일어났다.
그곳은 사람 키 정도의 풀이 빽빽하게 솟아 있는 장소였다.
풀이 길을 막고 있어 양쪽으로 헤치고 나아가자, 눈앞에 갑자기 자동차의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놀라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차가 있는 위치는, S가 자갈밭에 도착하기 전에 지나쳤던 짐승길에서 몇 미터 들어간 지점으로 보였다.
이 주변만 나무가 별로 없고, 사람 키 높이의 풀만 자라 있어 차량이 진입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차는 완전히 풀에 덮여 있어 근처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S는 풀을 헤치며 차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것은 흰색 박스형 세단 같았고, 여기저기 녹이 슬고 더럽혀져 있었으며 타이어도 펑크가 나 있었다.
누가 봐도 오래도록 방치된 차량 같았다.
앞유리, 옆유리, 뒷유리 모두 더러워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그래서 S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앞유리를 닦아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점점 안이 보이기 시작했고, 완전히 보이게 된 순간 그는 숨을 삼켰다.
운전석에 한 사람, 조수석에 두 사람이 몸을 맡긴 채 앉아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들은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
완전히 말라버린 시신들이었다.
오후의 붉은 햇살이 세 사람의 검붉고 뼈가 드러난 얼굴을 떠오르게 하고 있었다.
모두 평온한 듯 눈을 감고, 멍하니 입을 벌린 채였다.
입고 있는 옷으로 미루어 보면 운전석은 중년 남성, 조수석은 여성, 그리고 그녀에게 기대듯 앉아 있는 소년이었다.
소년은 방금 S가 뒤쫓았던 그 아이와 비슷한 차림이었다.
그리고 S가 세 사람의 손목을 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운전석 남자의 왼쪽 손목은 조수석 여성의 오른쪽 손목과, 여성의 왼쪽 손목은 소년의 오른쪽 손목과 굵은 새끼줄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