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는 대학 시절 알게 된 친구로, 취직한 뒤에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같이 술을 마시곤 했다.
그 친구가 요즘 이상한 꿈을 꾼다는 것이다.
그 꿈이라는 건 가족과 함께 어딘가의 레스토랑에서 즐겁게 식사하는 꿈인 모양이다.
어디 해외의 레스토랑인 듯했으며, 요컨대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는 꿈을 요즘 자주 꾼다는 것이었다.
그게 뭐가 이상한 꿈이냐는 이야기지만, 그 친구는 지금까지 나쁜 꿈밖에 꾼 적이 없다.
그 친구가 꾸는 꿈은 항상 불쾌한 꿈이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지각해서 혼나는 꿈이라든가, 학교 시험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도전했는데 완전히 엉뚱한 문제만 나와서 낙제점을 받는 꿈이라든가,
그런 꿈밖에 꾼 적이 없다고 한다.
좋은 꿈도, 평범한 꿈도, 의미를 알 수 없는 꿈도 꾸지 않는다.
명백하게 나쁜 꿈만 꾼다.
그것도 현실적인 꿈밖에 꾸지 않는다.
괴물에게 쫓긴다든가, 외계인에게 습격당한다든가, 그런 비현실적인 꿈은 단 한 번도 꾼 적이 없다.
모두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내용의 꿈뿐이다.
대학 시절부터 자주 들었다.
“내 꿈엔 꿈이 없어.”
무엇이든 가능한 게 꿈일 텐데, 내가 꾸는 꿈은 전부 리얼하고, 게다가 비참하기까지 해서 재미도 하나도 없다고.
그런 불평을 자주 늘어놓곤 했다.
그건 사회인이 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일에서 실수해서 상사에게 혼난다든가, 주식에 도전했다가 대폭락해서 큰 손해를 본다든가,
역시나 현실적이고 비참한 꿈뿐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친구가 최근엔 즐거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서, 즐겁게 식사를 하는 꿈.
명백히 좋은 꿈이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는, 그게 “이상한 꿈”이었다.
“동남아시아 쪽의 가게 같아. 그런 느낌의 요리가 하얀 테이블 위에 줄줄이 놓여 있고, 나랑 어머니가 먹고 있으면 가게 직원이 샴페인을 들고 와.
가게 중앙에는 무대가 있어서, 예쁜 여자가 노래를 부르고 있어. 매번 같은 꿈이야.”
상당히 자세히 꿈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굉장히 즐거운 꿈.
그리고, 그 친구에게는 비현실적인 꿈이기도 했다.
그 친구는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다고 한다.
사회인이 된 이후로는, 한 번도 가족을 만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런데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는 꿈이라니,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친구는 갑자기 그런 꿈을 꾸기 시작했고, 그게 너무 신경 쓰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좋은 나이에 뭘 그런 쓸데없는 걸로 고민하냐”
라는 게 솔직한 감상이었다.
어차피 꿈이잖아.
자신이 죽는 꿈을 연속으로 꾼다든가 하면 몰라도,
가족과 즐겁게 식사하는 꿈을 반복해서 꾼다는데, 그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
나는 적당히,
“너무 걱정하지 마. 무의식중에 가족과의 단란함을 원하고 있는 거겠지.”
라고 말해뒀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다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좀 큰일이 났어.”
그 친구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사실 우리 엄마가 동네 슈퍼에서 주최한 경품 행사에서 1등에 당첨됐어.
그건 좋았는데, 문제는 이 상품이야.”
친구는 한 장의 전단지를 책상 위에 꺼내놓았다.
경품 이벤트의 전단지처럼 보였다.
1등 상품은 “해외여행”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이게 뭐 어쨌다고? 해외여행에 당첨됐다니 축하할 일이잖아.”
“그게 아니야! 이 해외여행이 문제야!”
친구는 전단지를 뒤집었다.
1등 상품인 해외여행에 대한 상세 정보가 적혀 있었다.
동남아시아로 3박 4일간 갈 수 있는 상품이었다.
즐겁게 식사하는 남녀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이거 봐! 이 사진의 레스토랑! 내가 요즘 꾸는 꿈이랑 똑같아!”
“엣!?”
나는 다시금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사진은 태국에 있는 유명 레스토랑에서 찍은 것이라고 한다.
하얀 테이블 위에 타이 요리로 보이는 음식이 놓여 있다.
즐겁게 식사하는 남녀의 곁에는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샴페인을 들고 있다.
머리 위엔 화려한 샹들리에가 달려 있고, 그 뒤편에는 무대 같은 것이 있으며,
예쁜 여성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확실히, 최근 친구에게 들었던 꿈과 똑같은 풍경이었다.
“대단한데? 완전 똑같잖아! 이거 예지몽 아니야? 아니면 꿈을 꿨기 때문에 현실이 그렇게 된 건가?”
나는 이 우연에 살짝 흥분했다.
하지만 친구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렇게 단순한 얘기가 아니야.
내가 꾸는 꿈은 전부 현실적이고 비참한 꿈뿐이라고 항상 말했잖아!
내게 있어서 가족과 해외여행을 간다는 건 비현실적인 얘기였어.
그게 현실적인 이야기로 바뀌어버린 거야.
그 말은, 이대로 가족 여행을 가면 비참한 일이 일어난다는 뜻 아니냐!?
항상 꿈이 현실을 따라왔지만, 이번엔 현실이 꿈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아니, 그건 너무 비약이 심하지 않나…
라고 나는 생각했지만, 친구는 도저히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던 듯하다.
“우리 엄마는 갈 의지가 완전 충만하다고.
지금까지 해외에 가본 적이 없으니까.
지금까지 연락 한 번 없던 사람이 매일같이 ‘해외여행 가자’고 연락해 와.
하지만 난 절대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여행을 안 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같이 좀 생각해줘.”
나는 그건 너무 아깝지 않냐고 말했지만, 친구는 의견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점점 꿈이 선명해져 가.
꿈속의 나는 3월에 여행을 가는 것 같아.
그런데 우리 엄마가 가자고 하는 시기도 3월이야.
어떻게든 3월만큼은 피하고 싶어.
부탁이야.”
너무 간절하게 부탁하길래,
나는 “회사 일이 바빠서 못 간다”는 거짓말을 하는 평범한 아이디어를 냈다.
친구의 어머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조금도 시간 안 나니?”
라며 집요하게 물어왔고,
결국엔 내가 친구 회사의 상사인 척 전화를 걸어서
“지금 이 사람이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간다”
고 전해주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렇게까지 해서, 결국 해외여행은 취소되었다.
휴우.
꿈 하나 때문에 왜 내가 여기까지 해야 하는 건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 3월에 사건이 일어났다.
친구 어머니가 당첨된 여행지.
그곳에서 테러가 일어난 것이다.
유명한 쇼핑몰에서 무장 집단이 민간인들에게 총을 난사해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 쇼핑몰 안에 바로 그 레스토랑이 있었다.
그 레스토랑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그곳에서의 피해자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역시 난 비참한 꿈밖에 못 꾸는구나.”
나는 곧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친구가 제일 먼저 한 말이 그것이었다.
가족과 즐겁게 식사하는 꿈.
그건 비극을 예언하는 꿈이었다.
그 일이 있고, 벌써 5년이 지났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신기한 체험이다.
…응?
그 친구는 지금도 잘 지내냐고?
죽었어.
지금으로부터 1년 전에.
복권 판매소에서 줄 서 있던 중,
자동차가 들이닥쳐서.
즉사였대.
그 사고 이틀 전에 연락이 왔었어.
“또 즐거운 꿈을 꾸게 됐어. ○○역 복권 판매소에서 복권을 샀더니 1등에 당첨됐거든.”
나는 그 복권 판매소엔 가까이 가지 말라고 말했는데…
욕심을 이기지 못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