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동급생 중에 A라는 애가 있었는데, 무서운 이야기를 엄청 좋아하는 놈이었다.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걸 보는 게 즐거운 듯했다. 남녀 불문, 장소 가리지 않고 무서운 얘기를 떠들어대는, 그런 ‘공포 이야기 중독자’ 같은 아이였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아이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었다. 무서운 이야기나 도시전설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도, 조금만 지나면 누군가가 “그거 나도 알아”라고 할 정도로, 정보의 원천은 한정적이었다.
점점 할 만한 이야기도 바닥나고, A의 이야기를 무서워하는 같은 반 아이들도 없어졌다.
그래도 필사적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계속하던 A에게, 주변도 슬슬 질려하던 어느 날, 여자애 한 명이 이렇게 말해 버렸다.
「A가 하는 얘기는 다 거짓말이잖아.
진짜 이야기가 아니니까 하나도 안 무섭거든」
아픈 데를 콕 찌르는 말이었다.
그 한마디에 A는 입을 꾹 다물었다.
주변 아이들도 그 여자애 말에 동조했다.
그러자 A는 짜내듯 입을 열었다.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잡목숲 근처에 2층짜리 작은 폐가가 하나 있다.
그 폐가 2층에는 방이 두 개 있고, 안쪽 방으로 가서
「아라이 씨, 아라이 씨, 계세요?
계시면 신호를 보내 주세요」
라고 말하면 신호가 오고, 그 신호를 확인한 뒤에
「아라이 씨, 아라이 씨, 계시면 나와 주세요」
라고 말하면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A는 혼자서 해 봤는데, 진짜로 어떤 남자가 나타났다고 했다.
‘아라이 씨’라는 사람은 원래 그 폐가에 살던 사람이라고 전해지는데, 소문에 따르면 미쳐서 가족을 전부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는,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를 이야기였다.
그 때문에 그 집은 동네에서 나름 유명한 심령 스폿이었고, 오히려 그래서 A의 이야기가 “완전 지어낸 소리 아니냐”고 더 시끄럽게 까였다.
모두에게 거짓말쟁이라고 불린 A는 울먹이면서도 필사적으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반에서 일종의 보스 역할을 하던 O가 “그럼 방과 후에 가서 확인해 보자”고 나섰다.
“거짓말이면 A, 벌칙이야”
라고 A를 부추기자, A도 자존심이 상해서
“거짓말이면, 슈퍼패미컴 소프트 전부 줄게”
라고 조건을 받아들였다.
방과 후, 말을 꺼낸 A와, 그 슈패미 소프트가 탐나서 모여든 O 포함 5명이서 ‘아라이 씨네 집’으로 향했다.
여기서부터는 그 다섯 명 중 한 명인 M에게서 T가 나중에 전해 들은 이야기다.
(T는 공포 쪽은 완전 못 견디는 타입이라 불참)
방과 후, 다섯 명은 집에 가지 않고 그대로 아라이 씨네 집으로 갔다.
가는 내내 A는 계속 놀림감이었다고 한다.
학교에서 30분 정도 가면 잡목숲이 나오고, 그 숲 속으로 들어가면 저수지가 보인다.
그 저수지 한켠에 그 폐가가 있다.
사람이 안 산 지 오래라 완전히 낡아 빠져서 말 그대로 ‘유령의 집’.
너무 기분 나쁘게 생겨서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웬만해선 들어가려 하지 않는 곳이었다.
다섯 명은 폐가 앞에서 한동안 멈춰 서 있었지만, 슈패미 소프트가 갖고 싶었던 O의 재촉에 폐가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현관문은 쓰러진 채 방치되어 있었기에, 그냥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거실인 듯한 큰 방이 하나 있었단다.
이것저것 둘러봤지만 쓰레기만 잔뜩, 별다른 건 없었다.
밖에서 봤을 때의 분위기와는 달리, 안은 그냥 더러운 쓰레기집 같아서, 의외로 그렇게까지 무섭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시 현관 쪽으로 돌아와 계단을 올라, 드디어 목표인 2층으로 향했다.
계단은 삐걱삐걱 엄청난 소리를 내며,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2층은 A의 말대로 방이 두 개였다.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바로 손앞에 하나, 그 방을 통과해서 안쪽에 또 하나. 그런 구조였다고 한다.
앞쪽 방은 더럽기만 했지, 그다지 무섭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쪽 방에 발을 들이는 순간, 등골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평소에 강하게 굴던 O조차 꽤 쫄았던 모양이다.
방 안에는 옷장이 하나 있었고, 그 옆에 전신 거울이 있었다.
방 안쪽에는 부적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아라이 씨, 아라이 씨, 계세요? 계시면 신호를 주세요」
겁먹은 분위기 속에서 A가 갑자기 예의 그 말을 입에 올렸다.
「야, A! 갑자기 하지 말라니까!」
O가 짜증을 내며 말하는데,
쿵!
어디선가 무언가를 치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일부러 소리를 낸 줄 알고, 서로를 쳐다보고 있는데,
쿵!
다시 한 번, 같은 소리가 울렸다.
「아라이 씨, 아라이 씨, 계시면 나와 주세요」
A가 이어서 말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연달아.
「그만 하라니까 그러냐!」
O가 A의 멱살을 잡으려는 순간,
계단 쪽에서 삐걱삐걱… 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다섯 명은 숨을 죽였다.
누군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 불길한 소리는 점점… 점점 가까워졌다.
아무도 움직이지 못하고 계단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삐걱… 삐걱…
그 소리는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쿵!
끝까지 올라온 걸까, 신발 밑창으로 바닥을 탁 치는 소리가 났다.
그 순간, ‘스윽—’ 하고 남자가 방 안을 들여다봤다.
모자를 푹 눌러쓴, 작업복 차림의 남자였다.
남자는 다섯 명을 뚫어지게 바라본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다섯 명 중 E가
「무단으로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금방 나가겠습니다!」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남자는 그 말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 기묘한 분위기에, 처음엔 ‘관리인 아저씨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 안심했었다는 M은, 곧 “이건 상당히 위험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O도
「정말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라며 반장 이미지 따위 다 버리고 허리를 숙였지만,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보니, 그 남자의 눈은 양쪽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사시였는데, 눈알이 이리저리 굴러가고 있었다.
그때, A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라이 씨다…」
「지어낸 이야기였는데, 왜…」
A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일행이 일제히 A에게 시선을 옮기자—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그 남자가 괴성을 질렀다.
다섯 명이 동시에 남자를 쳐다보는 사이,
그는 목을 ‘우두둑 우두둑’ 돌리며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남자가 다섯 명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을 M은 “마치 슬로모션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남자는 눈을 크게 부릅뜨고, 살기를 잔뜩 내뿜으며 달려들었다.
다섯 명은 뿔뿔이 흩어져 계단 쪽으로 달아났다.
운 좋게도, M이 도망친 방향으로 남자가 오지 않아, 무사히 계단까지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 스쳐 지나가듯 A가 붙잡힌 것이 눈에 들어왔다.
계단을 내려가며 뒤돌아보니,
A는 팔을 붙잡힌 채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
네 명은 계단을 거의 굴러떨어지듯 내려가 폐가를 빠져 나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살려줘!!」
2층에서 A의 절규가 들려왔다.
어떻게 할 수 없는 네 명은 우선 학교로 돌아가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숲을 벗어날 즈음, 근처 주민 아저씨 한 명을 우연히 마주쳤고,
M이 혼자 남아 사정을 설명하며 도움을 청했다.
나머지 세 명은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세 명이 사정을 말하자, 남자 교사 몇 명이 바로 차를 몰고 출발했다.
선생님들이 허둥지둥 뛰어나가는 바람에,
방과 후 남아 있던 학생들 사이에 난리가 났다.
게다가 곧이어 순찰차 여러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학교 옆을 지나 숲쪽으로 가니,
시골 초등학생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구경거리가 한 번에 몰려온 날이었다.
다음 날, A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A가 죽어서 어딘가에 묻혔다는 둥 별별 소문이 돌았지만,
실제로는 A네 가족이 이사를 갔다고 한다.
네 명의 이야기를 들은 반 친구들은,
A를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붙인 일을 후회했다.
특히 처음에 거짓말이라고 말했던 그 여자애와,
A를 부추겼던 O는, 주변의 시선까지 더해져 꽤나 어깨를 좁히고 다녀야 했다.
그 뒤로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A의 존재도 모두 점점 잊어 갈 즈음,
성인식 때 다시 모였을 때, A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그때 당사자 중 한 명인 M이, 그 뒤 이야기를 ‘후일담’이라며 덧붙였다.
「그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들었던 얘긴데,
이제 시효도 지났으니 말해도 되겠지」
라고 말문을 열었다.
네 명이 폐가에서 도망친 뒤,
M이 우연히 만난 동네 아저씨에게 사정을 설명하자,
아저씨는 바로 경찰을 불러 줬다.
“만약 A가 죽으면 어떡하냐”고 M이 울먹이자, 아저씨는 주변 집들을 돌며 도움을 요청했다.
두 명의 아저씨가 더 합류해, 총 세 명의 아저씨가 따라왔다.
M이 길잡이를 하며 아저씨들을 이끌고 가는 동안,
학교 선생님들도 뒤에서 따라와 함께 합류했다.
숲길을 지나 폐가에 도착하자,
A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그곳엔 그저 정적만이 가득했다.
아저씨들과 몇몇 교사가 폐가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교사 한 명이 나와 “A는 없다”고 알렸다.
밖에 남아 있던 M과 아저씨들, 그리고 다른 교사들이 함께 A의 이름을 부르며 수색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순찰차 두 대가 도착했다.
교사 입회 하에, M은 경찰에게 상황 설명을 했다.
엄청 나쁜 일을 저지른 사람처럼 느껴져서,
‘범인은 이런 기분일까’ 싶었다고 한다.
그때, 폐가 뒤편 깊숙한 곳에서
「찾았다! 여기 있다!」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사는 잠시 중단되고, M도 함께 그쪽으로 달려갔다.
A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살해당했구나!’ 하고 M은 오열했다.
그러나 발견한 아저씨가
「괜찮아! 살아 있어, 살아 있어!」
라고 소리쳤다.
그 말을 듣고 M은 안도의 눈물을 쏟으며 A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A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아저씨들과 교사들이 필사적으로 A의 이름을 불렀다.
M도 계속해서 이름을 외치고 있는데, 갑자기 A가 눈을 번쩍 떴다.
그 순간, M은 몸이 얼어붙었다.
A의 눈이, 그 남자처럼 사시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A를 잘 알던 선생님들도 같이 얼어붙었다고 한다.
A를 전혀 모르는 동네 아저씨들은 “다행이다, 살아 있었네!” 하며 A의 등을 토닥였지만,
그 눈의 기괴함에 M 일행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경찰관이 “의식은 돌아온 것 같습니다만, 혹시 모르니 구급차를 불렀습니다. 병원으로 옮기겠습니다”라고 말한 뒤에도,
A는 눈을 부릅뜬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저씨들도 그 모습에 이상함을 느꼈는지, 말수가 줄어들었다.
구급대가 도착해 A의 상태를 확인하고,
반응이 없자 들것에 태워 옮기려는 순간——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그 남자가 냈던 것과 똑같은 괴성을 A가 질렀다.
아기처럼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계속 비명을 질렀다.
M이 말했다.
「A는 큰 부상도 없었고, 결국 큰 사건으로는 안 번졌지만,
A는 그때 이후로 이상해진 거라고 생각해.
실제로 그 이후 학교에도 안 나왔잖아?
사실 선생님들에게 A 얘기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입단속도 당했었어.
누구한테 말하고 싶었지만, 그 약속 때문이라기보다도 그냥 너무 무서워서 말 못 했어.
말하면 그 남자가 또 나타날 것 같고,
나도 A랑 같은 꼴이 될 것 같아서…」
「A가 잡히기 전에 ‘지어낸 이야기인데’라고 했잖아.
그때 A는 진짜 죽을 만큼 필사적이었어.
사람의 생각이 현실이 된다… 이런 게 진짜 있을까?
아니면 진짜로 ‘아라이 씨’가 있었던 걸까.
지금 와선 그게 유령이었는지, 그저 ㅁㅊㄴ이었는지조차 모르겠지만,
A를 놔두고 도망친 건 정말 후회하고 있어.」
T는 이야기를 다 들려준 뒤, 이렇게 마무리했다.
“지어내는 이야기도 적당해야 된단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