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3년 전에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다.
딱 코로나가 심했을 시기였다.
그땐 술집들이 줄줄이 저녁 8시에 문을 닫았고, 제대로 술을 마시러 갈 수 없었다.
나는 주말마다 반드시 술자리에 가는 사람이라, 그 시기는 정말 힘들었다.
"8시 폐점이면 어쩌란 말이냐…"
8시 이후에도 영업하는 술집 정보는 있었지만,
나는 영업직이라 괜한 곳에 마시러 갔다가 코로나에 걸리고,
고객사에도 옮기기라도 하면 진짜 큰일이었거든.
그래도 술은 마시고 싶었다.
술 마시며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런 시기에, 내 술친구 A가 온라인 술자리에 초대해줬다.
‘온라인 술자리’라는 게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PC나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영상 채팅으로 몇 명이 모여,
집에 있으면서 서로 얘기하며 술을 마시는 거다.
카메라로 자기 모습을 비추면
상대방 반응도 볼 수 있고,
각자 집에 있으니 막차 걱정 없이 마실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원래 인터넷 상에서의 소통이 서툴러서,
이런 걸 해본 적은 없었지만,
술을 못 마시고 지낸 시간이 너무 외롭고 허전했다.
A가 여러 가지를 알려주겠다고 했기에,
나는 처음으로 온라인 술자리에 참여해보기로 했다.
슈퍼에서 술과 안주를 사서 PC 앞에 앉는다.
카메라를 켜고 화면에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한다.
A가 보내준 초대 ID를 클릭하니,
A가 만든 온라인 술자리에 접속되었다.
PC 화면에 A를 포함한 술친구들의 모습이 비쳤다.
“오! ○○! 왔구나! 수고했어~”
A는 파자마 차림이었고,
배경은 고급 바의 사진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 온라인 술자리는 배경도 자유롭게 편집 가능)
익숙한 사람들은 배경이나 효과 등을 바꾸며 놀기도 한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다.
내 집 인터넷 환경은 좋은 편이라 대화는 원활했지만,
사람에 따라 렉이 있어 타이밍이 잘 안 맞기도 했다.
동시에 여러 사람이 말하면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고,
수다 떨기에는 좀 어렵다고 느꼈다.
그래도, 오랜만에 모두의 얼굴을 보며 대화하고 술을 마시니
뭐라 해도 즐거웠다.
그 후로도 나는 정기적으로 온라인 술자리에 참여했다.
집에서 할 수 있고,
예산 안에서 마실 수 있다는 게 꽤 편했다.
게다가 언제든 가볍게 들어가고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현실에서 마시는 건 가게 예약도 해야 하고,
시간도 신경 써야 하니까 말이지.
점점 온라인 술자리의 즐거움을 알게 되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온라인 술자리가 있었고,
나는 참여했다.
그날은 A의 친구 B가 주최자였다.
참여 인원은 7명.
나는 편하게 술을 마시며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A의 모습이 없었다.
늘 빠짐없이 참석하던 녀석인데.
뭐, 바쁠 때도 있겠지.
그러던 중, 한 사람이 온라인 술자리에 들어왔다.
A였다.
나는 말을 걸려고 했는데,
그때 A의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A는 항상 명랑한 녀석이다.
온라인 술자리뿐 아니라 평소에도
밝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말 걸고, 분위기를 띄우는 그런 녀석이다.
하지만 그날의 A는 뭔가 달랐다.
고개를 숙이고 말도 하지 않았다.
항상 술이나 안주를 쫙 깔아놓곤 했는데,
그날은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어 보였다.
“야, A 괜찮아?”
말을 걸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고개를 숙인 채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뭐라고 말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
영상이 이상할 정도로 어두웠다.
평소라면 바, 이자카야 같은 밝고 재밌는 배경으로 설정했을 텐데,
그날은 그냥 완전히 깜깜했다.
불이라도 꺼놓은 건가?
아니, 그런 일반적인 어두움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상한 어둠이었다.
불을 꺼서 나오는 그런 어둠이 아니라,
검은색 위에 또 검은색을 덧칠한 듯한
완전히 칠흑 같은 어둠.
그 속에서 A의 모습만 어렴풋이 떠올라 있었다.
“야, A 상태 좀 이상하지 않냐?”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아무도 반응해주지 않았다.
다른 이야기로 다들 신나 있었다.
“야! A 이상하다고! 봐봐!”
나는 큰 소리로 외쳤지만,
역시나 아무도 내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마치 나 혼자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그들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은 나를 볼 수 없는 듯한—
마치 유령이 된 것 같은 느낌.
“으… 으으…”
A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왁자지껄하던 다른 사람들의 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A의 목소리만 점점 커졌다.
“…데…야…
…모…이요…”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듯했다.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던 A가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ㄴ데… 뭐야
…모…이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던 게,
점점 뚜렷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좌우로 흔들림이 격해지고,
고개가 여기저기로 휘청거리고,
혀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며, 침이 사방으로 튀었다.
“야, A! 정신 차려!!”
나는 소리쳤다.
그러자 A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추고, 얼굴을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눈은 완전히 흰자만 보였다.
A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
그 순간, A의 뒤에서 수많은 손이 뻗어 나왔다.
눈 깜짝할 새에 A는 어둠 속으로 삼켜졌고,
이후로는 그저 새까만 어둠만 화면에 비치고 있었다.
“우와아아아!”
나는 쓰고 있던 헤드폰을 내던지고, 컴퓨터 앞에서 도망쳤다.
지갑을 들고 슬리퍼를 신은 채 밖으로 뛰쳐나갔다.
“뭐야 저게! 뭐야 저거!!”
갑자기 나타난 수많은 손은 도대체 뭐였을까?
A의 장난?
아니, 그런 정교한 장난이 있을 리 없다.
A는 분위기를 띄우는 걸 좋아하긴 해도,
그런 호러 같은 건 싫어하던 녀석이었다.
나는 무서워서 집에 돌아갈 수가 없었다.
역 앞의 넷카페에 머물며 밤을 보냈다.
A에게 LINE을 보내봤지만 읽지도 않았고,
직접 전화할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이른 아침, 나는 무서움을 억누르며 조심스럽게 집으로 돌아왔다.
당연하게도 방은 내가 뛰쳐나갔던 그대로였다.
컴퓨터도 살펴봤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도대체 그건 뭐였을까?
혹시 술을 너무 마셔서 환각이라도 본 걸까?
하지만 아니야,
그건 그런 게 아니었어. 그건 분명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내 스마트폰이 울렸다.
B한테서 전화였다.
“좋은 아침이에요! 이렇게 아침 일찍 죄송해요.
좀 걱정돼서요. LINE으로 메시지 여러 번 보냈는데, 답이 없길래…
그날 이후 괜찮으셨나요? 상태가 꽤 안 좋아 보였는데요.”
상태가 안 좋았다고?
무슨 소리지?
상태가 이상했던 건 나 아니라 A였잖아.
“나는 괜찮아. 메시지 못 본 건 미안.
그보다 A 말이야. 꽤 이상했잖아. 걔 괜찮은 걸까?”
그랬더니 B가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A요? 어제 A는 안 왔는데요?”
…뭐?
아니 아니, 무슨 소리야 그게?
“아니, 왔잖아.
화면은 어두워서 잘 안 보였지만, 분명히…”
“안 왔어요. 꽤 취하신 것 같았으니까 착각하신 거 아닐까요?
갑자기 좌우로 흔들리시고, 상태가 이상하셨어요.
저희가 뭘 말해도 아무 반응 없으셨고요.”
“아니, 아니!! 그건 A였잖아?
A가 좌우로 흔들렸던 거잖아?”
“A는 오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셔도 좋아요.”
B는 단호하게 말했다.
자세히 얘기를 들어보니,
A는 그날 한 번도 접속하지 않았다는 게 확실하다고 한다.
이상했던 건 오히려 나였다.
처음엔 평소처럼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
점점 흔들림이 심해지자 걱정돼서 말을 걸었는데,
그때 통신이 끊겼다고 한다.
그 이후 몇 번이나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어서 지금 전화를 했다는 거였다.
나는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확실히 B한테서 온 메시지가 잔뜩 와 있었다.
어젯밤, 넷카페에서 스마트폰을 계속 들여다봤는데,
왜 나는 그걸 못 봤을까?
나는 도대체 뭘 한 걸까?
내 기억엔 평소처럼 술을 마셨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전혀 기억이 없다.
“뭐, 괜찮으시다면 다행이에요.
다음에 또 같이 마셔요.”
그렇게 통화는 끝났다.
나는 그렇게 술이 세지도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마셔 본 적은 없다.
게다가 그 정도로 흔들릴 정도로 마신 적도 없었다.
…아니, 흔들렸던 건 A였다. 내가 아니라.
하지만 B의 말로는
A는 아예 온라인 술자리에 접속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A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자꾸만 생각이 났고,
걱정은 되었지만,
나는 출근해야 했다.
억지로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A는 근처 하천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사건성은 없었고, 사고거나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A의 가족 증언에 따르면,
그 온라인 술자리 날 이후로 연락이 안 됐다고 한다.
나는 그게 사고도 자살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날 이상했던 A,
그건 분명 나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A는 수많은 손에 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게 도대체 뭐였는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래도,
더 이상은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기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마지막, A가 했던 말.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A가 어둠에 끌려가기 직전,
나를 바라보며 했던 말.
"왜 나만… 너도 이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