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생 시절, 어디서부터 퍼졌는지도 모르겠고, 누가 처음 말했는지도 모를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가 대유행한 적이 있었다.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가 되면 그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예를 들면 유명한 ‘분신사바’ 같은 것처럼, 무서운 이야기와 실제로 따라 해야 할 절차가 같이 있었던 거다. 다들 실제로 해보자, 가보자, 그 절차를 해본 애는 실종됐다더라… 뭐 그런 식으로, 매일같이 학교에서 화제였다.
그건, 요즘 말로 하면 “이세계로 이어지는 야채 가게”다. 당시에는 “워프할 수 있는 야채 가게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지금처럼 이세계 공포 이야기 같은 게 유행하기 전이라, “그 야채 가게에 가면 모르는 곳으로 워프할 수 있다”는 도시전설로 크게 퍼졌던 거다.
방법은 이랬다. ○○마치에 있는, 이미 셔터가 내려가 상점이 딱 12개밖에 남지 않은 작은 상점가 골목을, 비가 내리는 금요일 오후 5시 30분에 붉은 우산을 쓰고 야채 가게 앞을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조건이 꽤 세세해서, 실제로 해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소문만 자꾸 부풀어 올랐고, 결국 우리 반 남자애 셋이 “진짜로 해본다”고 나선 것이다. 그 셋 중 하나가 내 소꿉친구였다.
실제로 실행할 수 있을 때까지 2주가 걸렸지만, 어느 금요일에 마침 비가 왔다.
퍼붓는 비가 아니라, 하루 종일 부슬부슬 내리는 비라는 예보였고, 창밖에는 조용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침 내가 빨간 우산을 가지고 있어서, 소꿉친구가 내게 우산을 바꿔 달라고 해서 우산을 바꿨고, 그 빨간 우산은 그 셋이 들고 갔다.
여기서부터는, 그 소꿉친구에게 나중에 들은 이야기다. 실제로 조건대로 해봤더니, 애초에 그 길에 야채 가게 같은 건 없었고,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내 소꿉친구가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다른 둘에게 말하려던 순간, 한 애가 “에이, 이 야채 가게만 열려 있잖아…”라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남자애가 보고 있던 건 가게와 가게 사이의 골목길. 아무것도 없는 길을 보면서 야채 가게라고 말했던 거다.
소꿉친구는 장난치는 줄 알고 “장난치지 마, 이제 가자고” 하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 남자애는 그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그대로 휘청휘청 골목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는 거다.
참고로 그때 붉은 우산을 쓰고 있던 건 내 소꿉친구였다. 골목으로 들어간 남자애가 아니라.
“야! 어디 가는데!”라고 남은 둘이 아무리 불러도 돌아보지 않고, 그 남자애는 그대로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가 버렸고, 남은 둘은 시간도 꽤 늦어진 터라 그냥 먼저 집에 가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주말 이틀을 지나 맞은 다음 주 월요일, 아침에 갑자기 전교생 집합이 걸려서, 교장 선생님이 “○○마치 상점가에서 장난치면 안 됩니다, 앞으로 출입 금지입니다”라고 주의를 줬다. ‘아, 소꿉친구들이 한 짓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때 문득 그 남자애가 결석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날 담임 선생님은 그 남자애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쉬는 시간에 소꿉친구에게 물어봐도 “몰라, 몸이라도 안 좋은 거 아냐?”라고만 했다. 소꿉친구에게서 빨간 우산을 돌려받고, 그 뒤로는 따로 이야기할 일도 없었기에, 그 남자애에 대해서는 어느새 잊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도 그 애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담임 선생님도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반 친구들이 물어봐도 “쉬고 있어요”라고만 할 뿐이었고, 그러자 다시 학교 전체에서 “쟤 워프한 거 아냐?” 하면서 예전 그 야채 가게 얘기가 또다시 떠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확히 1주일이 지난 금요일, 또다시 비가 내렸다.
나는 빨간 우산을 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때 친구가 내 우산을 보더니 “헉” 하고 작게 비명을 질렀다. 내 우산에, 어른 손 크기만 한 새까만 손자국이 세 개나 찍혀 있던 것이다.
나는 당연히 소꿉친구가 장난친 줄 알고, 따져 물었지만, 떨어뜨린 적도, 더럽힌 적도 절대 없다고, 정말 모르는 일이라고만 했다. 그럼 대체 누가…? 기분이 너무 나빠진 나는 우산을 버렸다.
그 다음 주, 계속 결석 중이던 그 남자애 가족이 “집안 사정으로 전학을 가게 됐다”고 담임 선생님이 알려 주었다. 그리고 같은 주에, 그 상점가 철거가 결정되었다.
이건 나중에 다른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사실 그 상점가는, 조건을 맞춰서 지나가면 원래는 가게가 있을 리 없는 골목 부분에 13번째 가게인 야채 가게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 야채 가게에 들어가 버리면, 주인에게 자신이 채소처럼 팔린다느니, 토막난다느니 하는 무서운 이야기들도 있었다고 한다.
친구 말로는, 그 야채 가게에 들어간 사람은 며칠 간 실종되었다가, 이상해진 상태로 돌아온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해준 친구는, 전학 간 그 남자애의 옆집에 살던 아이였다. 그 남자애가 결석했던 날, 경찰이 집으로 찾아온 걸 봤고, 그 며칠 뒤엔 옆집에서 괴성이나, 짐승이 낮게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고 했다.
친구는 직접 보진 못했지만, 부모님들 사이에 오가는 소문으로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 남자애가 하루 동안 실종됐다가 경찰에게 보호된 이후, 네발로 기어 다니게 됐다”라거나, “개처럼 손을 쓰지 않고, 그릇에 직접 얼굴을 대고 뭔가를 먹고 있는 걸 봤다”라든지. 그리고 끊임없이, 그 남자애가 「돌아가지마돌아가지마돌아가지마돌아가지마돌아가지마…」 하고 으르렁거리듯 중얼거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 야채 가게에 발을 들인 사람은, 도대체 어떤 세계에서 무엇을 보고 온 걸까. 무엇을 당한 걸까. 그 남자애가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든 건 어둠 속이다.
다만, 지금은 철거되었을 터인 그 상점가 자리에 생긴 주차장에선, 차를 세워 두면 새까만 손자국이 찍혀 나온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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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야기를 듣자하니 주일 미군맨을 부르면 해결짝이 날거 같은 이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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