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아버지에게 들은 것이다.
아버지의 동급생 중에 절의 주지 스님이 된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집은 유서 깊은 절로, 이 이야기는 그 절의 신도 집안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한다.
그 주지 스님 말에 따르면, 해마다 1~2건 정도 심령 상담이 들어오는데, 대부분은 착각에서 비롯된 경우라고 한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어느 신도 집안에서 상담이 들어왔다.
지난달, 별채에 살던 사람이 사망한 이후로 본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 집에서 누가 죽었다는 연락도, 장례식이 있었다는 소식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집은 지역에서도 비교적 큰 농가였으며, 본채 옆에 창고와 별채가 있었다.
별채는 본채에 비해 훨씬 낡아서 한마디로 말하면 폐가 수준이었고, 아무도 살지 않는 줄 알았기에 창고인 줄로만 알았다고 한다.
가문도 좋고, 법사(佛事, 불교 의례)도 빠짐없이 해왔던 집이라, 이번 소식은 무척 놀라웠다고.
당시 벼 베기 철이라 바빴을 거라고 생각하며 납득할 만한 이유를 떠올리며 그 집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단번에 느낀 건, 그 집 전체에 무겁고 음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의 별채뿐 아니라 본채와 창고에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묘한 분위기를 느꼈다고 한다.
현관을 지나 거실로 안내받아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집주인 M은 스님에게, 별채에는 먼 친척이 살고 있었는데 그가 죽은 뒤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아무도 없어야 할 방에서 소리가 나고, 발소리가 들리며, 닫은 문이 다시 열려 있다는 것.
‘아, 또 그런 류의 이야기인가. 착각이겠지.’
처음 느꼈던 기묘함도 자기 착각일 거라고 생각하며, 경을 한 번 읽어주고 끝내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 “그럼 별채에서 경을 올릴까요?” 하고 별채로 향하게 되었다.
그런데 별채의 현관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그 사이로 남자가 이쪽을 보고 있었단다.
50~60대쯤 되어 보이는 마른 체형의 남자였고, 눈매가 매서웠다고 한다.
‘저런 사람이 있었나?’ 싶어 시선을 피했다가 다시 보니 그 남자는 사라져 있었다.
별채에 도착하자 M이 “또 현관이 열려 있네요”라고 중얼거렸다.
“분명히 문을 잠갔는데 자꾸 열려요.”
안에 들어가자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작은 별채로 방은 두 개 정도였고, 안쪽 방에는 오래된 불단(부처를 모신 제단)이 있었다.
거기서 경을 올리기 위해 방에 들어선 순간, 염주가 끊어졌다.
스님의 아버지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설마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고 한다.
경을 읽기 시작하자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는데,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경을 마치자 M은 “감사합니다”라며 공양금을 건넸다.
그걸 받아든 스님은 발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오자 새벽에 전화가 걸려왔다.
받아보니 아무 말이 없었다.
장난 전화인가 하고 끊었더니 다시 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다시 받아도 침묵.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진짜 질 나쁜 장난이구나 하고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밖에서 남자의 외침이 들려왔다고 한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를 소리 지르고 있었다.
그러다 그 외침이 웃음소리로 바뀌었고, 남자는 웃으면서 절 안마당을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미친 사람이 길을 잃고 들어온 건가 싶어서 대나무 빗자루를 들고 나가봤더니, 아무도 없었다.
스님의 아버지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일어나 나왔다.
선대 스님도 “혹시 너 이상한 걸 데려온 거 아니냐?”고 물어와, M 씨 집에 다녀온 일을 설명했다.
선대도 대대로 M 씨 집안은 알고 있었지만, 별채에 누가 살았는지는 몰랐다고 했다.
어쨌든 그날은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M 씨 집을 선대와 함께 다시 찾았다.
스님이 절에서도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설명하자, M 씨는 스님들께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고 한다.
신도 집안으로서 누군가가 사망했으면 절에서 공양을 올리는 게 도리인데,
이번에 죽은 먼 친척이라는 사람은 M 씨의 이복형이었다는 것이다.
M 씨의 아버지는 지역에서 평판이 좋은 인물이었지만, 겉과는 다르게 사생활은 문란했다고 한다.
도박이나 여자 문제로 종종 문제를 일으켰지만, 그때마다 돈으로 해결해 왔다고 한다.
별채에 살았던 사람은 이웃 마을의 여성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고,
아들이라서 후계자로 삼으려 했던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M 씨 아버지에게 혼담이 들어왔고 결혼 후 M 씨가 태어났다.
애초에 후계자로 생각하던 정부(첩)의 아이는 자라면서 이상한 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지금으로 치면 정신분열증(조현병)이었던 것 같다.
유서 깊은 M 씨 가문에 들일 수 없었기에, 첩에게 위자료를 주고 관계를 정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아이를 인정하라고 소란을 피웠다.
M 씨의 아버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여성은 점점 버려졌다는 생각에 미쳐버렸다고 한다.
반년쯤 지나 조용해졌을 때쯤엔 이미 정신이 무너진 상태였고,
M 씨 아버지는 다행이라며 안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여인은 조현병 아들을 안고 절망했고,
10년쯤 지나 아들과 함께 근처 강에서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
어머니는 사망했지만, 아들은 살아남았다.
불쌍하게 여긴 M 씨 아버지는 그 아이를 별채에 격리시키고 키우게 되었다.
그 아이는 별채에서 절대 나오지 않았고,
세 끼 식사는 M 씨 어머니가 현관 앞에 놔두었으며,
식사를 마치면 그릇이 밖에 놓여 있고, 어머니가 그것을 치웠다고 한다.
계절마다 옷은 상자에 담아 현관에 두고 전달했다.
M 씨도 가끔 식사를 가져다주곤 했지만, 끝내 말을 섞은 적은 없었다고 한다.
현관 문틈 사이로 가끔 이쪽을 노려보듯 바라볼 때가 있었는데,
그 눈빛이 무서웠다고 한다.
M 씨는 어릴 때부터 그 아이를 ‘먼 친척’이라고만 들어왔지만,
M 씨 아버지가 죽기 직전에야 진실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언으로 “절대 같은 무덤에 넣지 마라”는 말을 남겼기에
스님을 부를 수도 없었다.
M 씨는 스님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어떻게든 제사를 지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선대 스님과 현 스님은, 무연고묘지에 모시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고,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남자의 유골함은 별채의 불단에 있었기에,
선대와 스님은 다시 경을 올렸다.
만지지도 않았는데 유골함에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고 한다.
며칠 뒤, 무연불에 매장했지만,
그 뒤로 한동안 절 경내에서 남자의 외침이나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49일이 지나자 그런 현상은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나 M 씨 집안엔 그 후로도 불행이 끊이지 않았다.
몇 년 후 M 씨는 사고로 사망했고, 부인은 병으로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났다.
남은 세 자녀 중 장남은 사고로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되었고,
차남은 행방불명되었으며,
무사한 것은 막내딸 하나뿐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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