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군은 그다지 행실이 좋지 않은 학생이었다.
이른바 양키로 불량한 짓을 대부분 해댔다.
그날 K군이 그녀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야간 데이트에 나섰다.
목적지는 현지에서 유명한 전망대다.
돈이 없는 학생이라 야경을 보면서 사온 캔 주스를 마시며 수다를 떨어댔다.
들뜬 마당에 자, 그녀의 집으로……라는 이야기 중에 K군은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전망대가 있는 산속이다. 근처에는 편의점도 없다.
어쩔 수 없이 비치된 화장실에 뛰어들었다.
돌아오자 그녀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기, 여기 화장실 뒤, 뒤쪽이 무덤이야."
"어, 진짜?"
K군이 화장실 뒤편을 들여다보니 분명 무덤이었다.
"뭐야, 소름끼쳐. 최악이잖아.
불량한 K군은 홧김에 무덤에다 발길질했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귀로에 나서, K군은 그녀의 집에서 잤다.
다음날 아침 K군이 일어났는데 동행했던 여자의 모습이 이상하다.
파랗게 질려서 K군의 얼굴을 보고, 무슨 일 있어? 응?하고 이상한 걸 물어왔다.
뭐야, 하고 K군이 묻자 그녀가 이런 말을 꺼냈다.
어젯밤 잠이 든 후 누군가가 웅얼거리는 소리에 그녀는 잠에서 깼다.
자세히 들어보니 옆에서 자고 있는 K군의 목소리다.
잠이 덜 깬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치고는 계속 떠들어대고 있다.
이상하게 느껴져 듣고 있자니 점점 그 목소리가 커졌다.
"...네..네..네..그렇습니다."
무슨 대화를 나누는 듯한 모양새다.
그녀는 섬뜩해졌다. K군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네...그렇습니다....네...입니다......저는...편이좋기때문에....네..."
"저기, 잠깐, 무슨 소리야?"
참을 수 없게 된 그녀가 K씨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갑자기 K군의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또렷해졌다.
"맞습니다. 전 죽는 편이 좋습니다."
깜짝 놀라 그녀는 K군 쪽을 향한 채 굳어버렸다.
K군은 눈을 감고 잠든 모습인 채 큰 소리로,
"야! 그렇지! 나는! 죽는 편이! 좋겠지?!"
하고 마치 그녀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고함을 질렀다.
그녀가 몸을 떨면서
"아, 아니오…"
라고 대답하자, 이번에는,
"갸하하하!갸하하하하!!"
하고 미친 듯한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고, 다음 순간,
"다행이네."
하고 정색을 하고 중얼거리더니 건전지가 다 떨어진 것처럼 잠이 들었다고 한다.
그녀는 아침까지 잠을 못 잤는데.
K군은 조금도 기억에 없어 반신반의했지만 훗날 전망 좋은 사거리에서 차와 오토바이가 제대로 부딪히는 대형 사고를 내 크게 다쳤다.
죽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고 한다.
큰 사고를 당했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건가.
아니면 죽진 않겠지만 죽기 일보 직전의 일을 당한 것일까.
어쨌든 그 이후로 K군은 무덤을 차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