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는 생선조림 된장국 장아찌 같은 일본식 메뉴가 놓여져 있었고 배고픈 그는 어서 먹으려고 젓가락에 손을 뻗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식탁 위에 있는 것은 익숙하고 익숙한 자신의 평소 젓가락.
플라스틱으로 색상은 파란색. 다케모토 소년이 당시 좋아했던 비행기 그림이 그려진, 어디에나 있을 법한 어린이용 물건이다.
그게 웬일인지 탁자 위에 두 쌍이 있다.
젓가락이라는 것은, 두 개를 한 쌍이라고 취급하는 것이다.
즉 그때 다케모토 가문의 식탁에는 비행기 무늬의 푸른 젓가락이 두 쌍 있었다.
일부러 부러졌을 때를 대비해 여분의 젓가락을 사 둔 것도 아니다.
소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식탁을 함께 둘러싸고 있는 부모에게 물었다.
"왜 내 젓가락이 하나 더 있어?"
그러자 순간 떠들썩할 식탁이 조용해졌다.
"…정말이다, 한 쌍 더 많았네"
"엄마는 덜렁이네. 잠깐 기다려. 치워줄게."
아이가 보여준 여분의 한 쌍을 엄마가 얼른 집어 부엌으로 가져간다.
아버지는 텔레비전을 켜고, 하하하하, 하고 어색함을 감추듯 웃음을 터뜨렸다.
'아, 지금 뭔가 얼버무리고 있어.'
타케모토 소년은, 어린 마음에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예전에 어머니 지갑에서 오백엔짜리 동전을 훔친 적이 있었다.
인기 카드 게임에 쓸 용돈을 얻으려고 한 짓으로 금세 들켰지만 필사적으로 시치미를 떼려던 그에게 어머니가 매서운 눈초리로 말했다.
"네 모습을 보면 거짓말하는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어. 부모님이니까."
분명 당황하고 동요하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 말에 체념한 타케모토 소년은 나쁜 짓을 자백하고, 단단히 쥐어짜내져,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맹세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그때 어머니의 마음을 왠지 알 것 같았다.
저 젓가락 내 젓가락 아닌건가?
신기하지만 고작 젓가락이 한 벌 많은 정도였다.
신경쓰는 마음보다 배고픈 마음이 더 커서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하고선 위화감을 느낀 것조차 잊어버렸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어느 날의 일.
타케모토 소년은 아직 오전 중인데도 벌써 집으로 가고 있었다.
이날은 학기말 특유의 단축수업이라 수업이 오전에 끝나고 급식도 나오지 않는 날이었던 것이다.
이 사실은 며칠 전에 공지되었지만, 공교롭게도 그는 전형적인 "배부물을 모아버리는 아이"였기 때문에 엄마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을 잊고 있었다.
타케모토 소년의 부모는 맞벌이이기 때문에 낮에는 집에 없다.
그건 알지만 열쇠도 있고 냉장고를 열면 뭔가 먹을 것은 있을 것이다.
어제 반찬 있으면 그걸로 됐고 없으면 없고 계란밥 한 그릇이라도 적당히 먹으면 돼.
다 먹고 뒷정리하고 놀러가자. 오늘은 축구약속을 하고 왔으니 가능한 한 빨리 공원으로 가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익숙한 방 앞에 서서 열쇠를 열고 실내로.
구두를 난잡하게 벗어던지고 털털 거실까지 올라갔는데 그곳에서 기묘한 광경을 보았다.
식탁 위에 벌써 식기가 올려져 있는 것이다.
흰 쌀밥 한 그릇, 젓가락 한 쌍, 물컵 하나
평소 반찬을 담는 용도로 쓰이는 익숙한 접시가 한 장.
접시 위에는 뭔가 걸쭉한 토사물을 연상시키는 액체와 꾸물꾸물해진 고형물이 올려져 있다.
……뭐지, 이거?
엄마, 오늘 단축수업인 거 알고 계셨나?
의아해하며 접시 위 반찬을 들여다보았을 때 그의 비강을 찌르는 푹 쉰 냄새가 났다.
그것은 소년에게 익숙한 냄새였다.
나레즈시다. 전에 할머니집에서 먹이고 너무 기분나빠서 토해버렸다.....그런 역겨운 추억밖에 없는 음식.
지금도 그때의 일은 우스갯소리로 이야기 될 정도여서 나레즈시라면 질색하는 것을 엄마가 모를 리 없다.
게다가 눈앞에 있는 나레즈시는 기억 속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흐물흐물하게 삭아있어서 더 이상 음식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나 엄마한테 무슨 짓을 했나...?"
괴롭힘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 눈앞의 스시에 초조함을 넘어 불안감을 느끼면서 문득 그는 깨달았다.
랩이 안 씌어져있다.
타케모토 소년의 어머니는 결벽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아주 잠깐이라도 식품에는 빠뜨리지 않고 랩을 한다.
그런데 쌀밥도 물도, 나레즈시도 어느 것 하나 랩이 안 씌어져 있다.
거기에, 밥을 해두는 경우는 있지만, 보통 물까지 컵에 부어 놓고 가기도 할까?
엄마, 방금 전까지 집에 있었나?
그런 것을 다케모토 소년이 생각하던 때였다, 쿵 하는 소리가 난 것은.
그의 뒤편에서.
"엄마?"
쿵, 쿵.
소리는 다가온다.
곧 다케모토 소년은 이해했다.
아니야, 엄마가 아니야.
어른인 엄마라기엔 그 발소리는 너무 가볍다.
쿵, 쿵.
소리가 다가오다. 타케모토 소년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돌아서면 안 된다는 걸 왠지 알았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식탁에 오른 식기를 응시하는 것뿐.
쿵, 쿵.
그때 문득 그는 생각했다고 한다.
낯익은 익숙한 파란색 비행기 손잡이 젓가락.
(아. 이거 내 젓가락 아니구나)
뒤에서 오는 녀석 거야.
거기까지 생각해 봤자 소년의 귀에 메아리 같은 한숨이 훅 불어왔다.
"네 집이 아니야"
목소리는 쉬고, 시들었다, 듣고 있는 이쪽이 답답해지는 듯한 목소리로, 뒤의 그것이 속삭였다.
노인의 목소리처럼 탁한 목소리였지만, 그것은 틀림없이 타케모토 소년 자신의 목소리였다고 한다.
아니, 그와 같은 목소리였다는 것이 적절할까.
쿵, 하고.
등을 들이받혔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그는 몸과 머리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오른쪽 눈이 눈물인지 피인지 뭔지로 제대로 떠지지 않는다.
남아 있는 왼쪽 눈에서 보이는 경치는 집안이 아니라 왠지 밖이었다.
둔탁한 소리를 듣고 방에서 얼굴을 내비친 아래층 주민이 구급차를 불러줬다.
왜인지 그는 아파트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버린 것 같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머리를 몇 바늘 꿰매는 큰 부상을 입었다.
또 오른쪽 눈에 큰 상처를 입어서 시력이 크게 떨어지는 후유증도 남았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그는 중학생이 될 때까지 그 아파트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었으니 당연히 그도 부모님께 이사하고 싶다고 부탁했지만, 그 소원이 이루어지기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아파트에 사는 동안, 그 후에도 몇 번인가 "나 이외의 아이"의 존재를 느낀 적은 있었다고 한다.
모습을 보거나 목소리를 듣거나 저쪽에서 간섭하는 일은 그 이후 없었다고 하는데, "이상하다"고 느끼는 일은 몇 번인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사하고 나서는 확 없어졌다.
이후로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게 되었다든가 그런 일도 없이, 타케모토 소년--모토이 타케모토씨는 지금 건강하게 대학생을 하고 있다……하지만.
"하지만, 전 역시 취직하고나서도 본가에 가지 않아요."
믿을 수 없잖아요, 라고 타케모토(竹本) 씨는 말했다.
그의 오른쪽 눈은 겉으로 봐선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시력이 왼쪽에 비해 크게 낮다.
"확실히 어머니도 아버지도 저를 잘 키워주셨지만……"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그 아파트에 계속 살다니 절대로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날 봤다. 파란 젓가락 한 벌이 더.
일찍 귀가한다고 전하지 않았을 텐데 준비되어 있던 식사.
아들이 정말 싫어하던 나레즈시가 올려져 있던 접시.
"우리 부모님은 분명히 한 사람 더 있다는 걸 알았을 거예요.
...아니, 한 명 더 키웠을 거예요."
타케모토 가의 진짜 아이는 과연 어느 쪽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