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실록1권, 인조 1년 3월 20일 경술 6번째기사
이귀가 아뢰기를,
"유희분은 죄악이 있으나 유희량(柳希亮)은 사류로 자처하였습니다. 유효립(柳孝立) 등 여러 사람에 있어서도 모두 구속되었는데, 이들에게 무슨 범죄가 있습니까."
하고, 또 아뢰기를,
"내노비(內奴婢)는 대부분 폐조 때 주인을 배반하고 투탁(投托)한 자들이라 그 주인이 지금에 와서는 반드시 죽일 것이니, 그대로 속오군(束伍軍)을 만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주인을 배반한 종을 그 주인이 죽인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경의 말이 잘못이다."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폐주 때 사노(私奴)로서 내사(內司)에 투탁한 자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투탁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위세를 믿고 본주인을 모해하기까지 하는 자가 비일비재하였다. 시골 사람들은 꼼짝 못하고 탈취당하면서 오직 화를 면하는 것만을 다행으로 여겼다. 온 나라가 그 분노를 쌓아온 지 오래다. 주인을 배반한 종은 저절로 거기에 해당하는 율이 있으니, 반정 초기에 있어 의당 법으로 다스려 무너진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어찌 그들을 용서하여 병졸로 만들 수 있겠는가. 이귀의 이 말은 너무도 생각지 않은 것이라 하겠다. 그리고 내사에 투탁한 사노는 모두 본주에게 돌려주라는 하명이 간곡하므로, 원방 사람들이 모두 기뻐뛰며 양식을 싸 가지고 상경하였는데, 갑자기 상고한 후에 돌려주라는 하명이 있어 모두들 신용을 잃었다고 하며 실망하였다. 이처럼 새로운 정치에 누를 끼치는 일이 없지 않으니, 참으로 애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