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리조실록』과의 차이점
국학연구용 편찬… 내용 어렵고 일반 구입 불가능
북한판은 고유명사까지 한글로 쉽게 풀어 써
북한은 이미 지난 91년 말 『리조실록』이란 이름으로 조선왕조실록을 400책으로 번역·출간해냈다. 북한이 사회과학원 민족고전연구소를 주축으로 실록 국역작업에 착수한 것은 70년대 초로 우리보다 한발 늦었지만 오히려 2년 앞서 출간까지 마쳤다.
『리조실록』과 『조선왕조실록』은 몇 가지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이 국학연구용으로 편찬된 반면 『리조실록』은 일반대중용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리조실록』은 한글전용 원칙을 철저히 지켜 대부분의 한자어를 한글로 풀어썼다. 심지어 고유명사로 취급되는 王號(왕호)까지 풀어쓴 것은 물론이고, 동명이인을 혼동하는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람 이름도 모두 한글로 표기했다. 이 때문에 『조선왕조실록』은 국역본이라도 전문적인 역사용어가 많아 일반인이 읽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리조실록』은 소설책 보듯 술술 읽어나갈 수 있다. 예컨대 『조선왕조실록』은 「전교」(傳敎), 「상계」(狀啓)같은 용어를 그대로 살려 쓰고 있는데 비해 『리조실록』은 「지시」, 「보고」로 고쳐쓰고 있다.
다른 예로 『累官至將相』(누관지장상)(정종실록 권1, 총서)이 『조선왕조실록』에는 「관직을 거듭해 장상(將相)에 이르렀다」고 번역돼 있는 반면 『리조실록』은 「점차 문무의 높은 자리에 이르렀다」로 풀어쓰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이 間註(간주)와 脚註(각주)를 붙이고 있는데 반해 『리조실록』에는 주석이 없으며 아예 색인집을 편찬하지 않았다는 것도 큰 차이. 또 『조선왕조실록』이 태조부터 철종까지 25대만을 담고 있는 반면 『리조실록』은 일제 치하에서 편찬된 고종과 순종실록까지 포함하고 있다. 현재 『리조실록』은 여강출판사가 원본을 수입, 복사해 권당 2만 원에 시판중이다. 그러나 『조선왕조실록』은 학술용 한정판이므로 일반인의 구입은 불가능하다.
〈裵明福(배명복) 기자〉
본문
[정보] 옛날신문) 조선왕조실록 남북한 번역 차이 (1994.3.2 중앙) [2]
2025.10.21 (15: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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