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것도 피곤해 죽겠는데 한국 주변에 둘이 나란히 같이 있어서 더 골치 아픈 독재대장 2형제 중국과 러시아
이 둘이 민주주의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하면 흔히 독재자 개인 or 공산당 등 집권정당의 권력욕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음
근데 이건 너무 단편적인 해석임
왜냐하면 이 두 나라는 전제군주에 의한 통치, 즉 현대식으로 쉽게 이야기하자면
독재 정부를 고대부터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기 때문임
중국인과 러시아인이 다른 민족에 비해 유독 유전적으로 혼자서 다 해쳐먹고 싶어하는 경향이 새겨져 있거나 한 게 아니라면
이건 권력자 개인의 욕망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문제임
그럼 원인이 뭘까?
일단 중국사는 여기에 대해서 자주 나오는 설명이 있음
지랄맞은 황하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인력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하고, 이 때문에 전제정치가 발달했다는 것임
물론 이것도 맞는 말임
근데 문제는 이건 중국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라는 거임
러시아는 황하만큼 치수하기 지랄맞은 강이 딱히 없음
게다가 서양에서 주로 키우는 밀은 쌀만큼 대량의 물을 필요로 하지 않음
그래서 얘네는 애시당초 동아시아에 비해 치수에 대한 중요성이 떨어짐
따라서 치수사업의 유무만으로 독재정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거임
그럼 러시아와 중국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징이 뭘까?
이 두 나라는 모두 공통적으로
강력한 외적을 이웃으로 두고 있지만
이들을 효과적으로 막아줄 자연 방벽이 거의 없었음.
이게 중국과 러시아가 타국에 비해 유독 독재적인 태도를 보이는 핵심 원인임
중국은 다양한 종류의 유목민족이 난립하고 있었고
러시아는 약간의 유목민족에 폴란드 등의 동유럽 지역강국, 서유럽 등등의 위협이 더해진 상황이었음
얘네가 위협만 하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다면 모를까 중국은 고대부터 근세까지 말박이들의 사악한 포니 공세에 시달렸고
러시아는 동쪽으로는 말박이, 서쪽으로는 프랑스 땅꼬마와 독일 콧수염 등에게 침략을 당했음
설상가상으로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국력은 둘째치고 무력만큼은 중국, 러시아보다 훨씬 강력했기에 막아내기가 굉장히 힘들었음
자기들보다 훨씬 강력한 외적을 계속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였지만
한국은 대신 산악지형이 엄청나게 발달해 있음
이거 때문에 전근대에는 농사 생산량도 중국 일본에 비해 몹시 딸렸고 근대 들어서도 경제발전정책을 짜는 데에 있어서 상당히 애로사항을 많이 빚어냈다는 다소 사소한 찐빠가 나긴 했지만
어쨌든 이 산악지형이 자연 방벽을 만들어준 덕분에 한국은 주변국에 비해 체급이 작은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살아남았음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산악지형이 아예 없다는 건 아니지만
한국처럼 전 국토에 고루 도배된 게 아니라 특정 지역에 몰빵되어 있음(짤에서 이야기하는 파촉이 대표적인 산악지형 몰빵동네)
이거 때문에 외적이 굳이 산악지형을 들이받을 필요가 없고, 그냥 평야지대로 걸어와서 쳐들어오면 되는 구조임
설상가상으로 앞서 말했다시피 그 평야지대로 걸어오는 적들은 하나같이 중국, 러시아보다 무력이 훨씬 강한 놈들임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보기에 자기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유리한 체제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백성 대다수가 똘똘 뭉쳐서 절대 복종하는 시스템이었음
적이 프리패스로 쳐들어올 수밖에 없는 조건인데 싸움은 못하고... 결국 백성들이 하나의 구심점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지 않으면 나라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거임
그리고 그 상황이 수천 년간 이어지면서 각 나라 백성들에게 당연히 순응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각인됐고
이건 21세기까지도 이어지고 있음
(진삼국무쌍 8에 나오는 손상향)
p.s. 그렇다면 유목민족과 동떨어져 있는 중국 남부는 뭘까?
실제로 이거 때문에 중국 남부는 전통적으로 북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덜 중앙집권적인 경향이 있었음
당장 손상향의 오나라도 호족 연합체적인 성격이 위, 촉보다 훨씬 강했던 편
다만 중국은 화북에 자연방벽이 없다보니 특정 세력이 강성해지면 그 세력이 한번에 화북 전체를 집어삼키기가 굉장히 쉬운 조건이었고
화북을 다 먹고 나면 다른 세력에 비해 훨씬 체급이 커지기 십상이라 결국 그 세력이 통일을 하게 되는 순환구조가 완성되어 있었음
그래서 화북의 강자와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짊어진 중국 남부 역시 어디까지나 북부보다 느슨했을 뿐
아예 민주주의였던 고대 그리스나 다이묘들이 자기네 동네 대빵 하면서 놀았던 일본 전국시대만큼 풀어질 수는 없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