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광개토대왕이나 세종대왕 등등의 명군들을 두고 'A왕 시절에 B왕조가 전성기였다!' 라고 설명을 하다 보니까
간혹 나라가 계속 발전하면서 '전성기' 왕 시절에 정점을 찍고, 그 이후로는 모든 문물이 서서히 쇠퇴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음
특히 조선시대의 경우 교과서나 학습만화 등지에서 조선 전기, 특히 세종대왕 시절을 설명할 때에는 4군 6진 개척부터 장영실 등 과학 관련 업적까지 온갖 것들이 다 튀어나오는 반면, 그 이후 시대는 대체로 전쟁사나 정치사 파트만 나올 때가 많아서 유독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편임
하지만 이건 착각임
흔히 '전성기' 라고 불리는 왕 시절에 업적이 많은 건, 역설적으로 그 시절에 아직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가 안 되어 있어서 그걸 정리하느라 해야 하는 일이 많아서 그런 거
그 이후 왕들이 전성기 왕들에 비해 뭔가 한 일이 없어 보이는 건, '전성기 왕' 이 닦아놓은 시스템을 바탕으로 유지보수를 하느라 새로 사업을 벌릴 일이 없어서 그런 것이지 이 사람들이 전성기 왕보다 게을러서 그런게 아님
그리고 기술력, 경제력, 행정력 등등은 국토 전체가 황폐화되는 수준의 자연재해가 벌어지거나, 여요전쟁이나 몽골 침입마냥 전쟁이 수십 년간 벌어지거나 하지 않는 이상 시대가 뒤로 갈수록 웬만하면 발전하는 방향성을 유지함
쇠퇴하는 사례가 아예 없다는 건 아닌데 그게 상수라고 보기는 힘듬
'전성기에는 과학기술도 발전했는데 후기에는 쇠퇴했구나!' 가 아니라는 거
대표적인 게 시계임
위 짤은 장영실이 만들었다는 자동 물시계를 그린 거임
이거 복원품 보면 막 매 시간마다 인형이 자동으로 튀어나와서 북도 두드리고 그래서 진짜 신기함
이런 걸 보다보니 '야 조선 초기에는 과학기술에도 투자를 많이 해서 이런 것까지 만드는데 후기에는 왜 이런게 없냐' 라는 반응도 종종 나오는데
이건 1669년에 송이영이라는 사람이 일본을 통해서 유출된 서양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자동 혼천시계의 설계도임
놀랍게도 이 시계의 설계는 1669년으로부터 불과 12년 전에 네덜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된 추시계 원리를 그대로 적용해서 만든 거임
이 시계는 당대 동아시아의 서양 지식 습득 속도가 세간의 인식에 비해 굉장히 빨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실제로 중국의 과학사를 연구한 조지프 니덤은 이 시계를 굉장히 고평가함
당연한 거지만 이 시계가 장영실 물시계보다 훨씬 발전된 형태이고, 흔히 외부에 대해 폐쇄적이라고 알려져 있던 조선 후기에도 필요한 기술은 어떻게든 가져와서 적용시키려고 노력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함
그러면 왜 전성기에 잘 굴러가던 나라가 후기에는 망가지느냐
이건 잘 닦아놨던 행정력이나 기술력이 사라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회 내부 모순이 쌓이고 쌓이다 폭발하거나 외부로부터 강한 충격을 받아서 그런 것이 대부분임
아무리 잘 만든 행정 시스템과 기술이 있어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거거든
당장 조선 후기 홍경래의 난은 지역 차별과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폐해가 원인이지 행정력, 기술력이 조선 초기보다 쇠퇴해서 벌어진 게 아님
비슷한 걸로 고구려도 예시를 들어볼 수 있는데
수나라 당나라의 수십만 백만 대군을 끊임없이 막아냈다는 점에서 고구려는 망국 직전까지도 상당한 저력을 보여준 건 사실임
하지만 이때 고구려가 강대국이었다고는 표현해도, 광개토대왕이나 장수왕 때처럼 전성기라고 표현하진 않음
근데 광개토대왕 때 고구려가 동원하는 군대를 보면 왕이 친정을 해도 5천, 4만, 5만 이 정도 수치가 나옴
반면 당나라랑 전쟁할 때 벌어진 주필산 전투에서는 왕이 아니라 고위 귀족이 이끄는 군대인데도 중국 기록에 고구려군 규모가 15~20만이라고 적혀져 있음
당연히 고대 기록이고 고구려 자체 기록이 아닌만큼 호왈 과장이 들어간 건 당연하겠지만, 아무리 과장이 들어갔다고 해도 그 수치를 15만 20만 이렇게 써놨다는 건, 이 병력이 광개토대왕의 4만 5만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함
즉 고구려도 '전성기' 광개토대왕 장수왕 이때보다 후기에 동원력이 훨씬 좋았다는 거임
실제로 당나라는 이 때문에 고구려에 내분이 벌어져 연남생이 항복해오기 전에는 걍 전쟁 그만하고 고구려를 당나라의 천하관에 포함시키려고 했음
근데 연남생이 항복하면서 보급 문제가 해결되면서 당나라 입장에서는 침공 난이도가 급락했고, 그 결과 고구려가 멸망한 거임
즉 고구려도 문물이 쇠퇴해서 멸망한 것이 아니라, 사회 내부 모순과 외부 충격이 시너지를 일으켜 멸망한 것에 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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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세국가가 비잔틴인데 동로마 기술력이 로마기술력보다 떨어질 이유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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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진짜로 적용되는 경우도 있는데 로마 전성기 시절에 이륙해놓은 유럽 각지의 도로시설과 상수도시설 중세찐따들은 전성기 로마시설 도로와 상수도시설만큼의 토목을 못하고 유지보수하면서 천년전 조상들이 만들어놓은 문물에 의지하면서 살았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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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진짜로 적용되는 경우도 있는데 로마 전성기 시절에 이륙해놓은 유럽 각지의 도로시설과 상수도시설 중세찐따들은 전성기 로마시설 도로와 상수도시설만큼의 토목을 못하고 유지보수하면서 천년전 조상들이 만들어놓은 문물에 의지하면서 살았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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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찐따설도 최근에는 르네상스 시절 만들어진 과장이 너무 심해서 이미지가 그렇게 잡혔는데, 실제로는 세간의 인식만큼 쇠퇴하지는 않았다는 게 거의 정설임 당장 체코 프라하에 있는 정교한 천문시계가 만들어진 게 중세시대임 1410년 | 25.09.06 15:49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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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하루
그 중세국가가 비잔틴인데 동로마 기술력이 로마기술력보다 떨어질 이유가 없지 | 25.09.08 06:53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