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정말 죽을 뻔했던 이야기입니다.
그때 저는 사회인이 된 지 2년 차였고, 회사에서는 힘들지만 어떻게든 버텨가며 일하고 있었습니다.
사회인이 되기 전에는 기숙사 생활을해서 처음엔 혼자 사는 게 무척 외로웠지만, 결국 익숙해지더라고요.
그날은 상사에게 호되게 혼나서, 풀이 죽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했습니다.
상사의 말을 떠올리며 짜증이 난 채 머리를 감고 있었는데,
갑자기 “쿵쿵쿵쿵!”
여러 명의 발소리가 샤워 소리를 덮쳐 들려왔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도 모르고 그대로 얼어붙었습니다.
누가 집에 들어온 걸까? 문을 잠그지 않았던가?
혼란 속에 숨을 죽이며 샤워기를 껐습니다.
……무음.
그래도 누군가 집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감히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샴푸 거품이 눈에 들어가려고 해도 닦을 수도 없이 그대로 굳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머리를 굴렸고, 샤워실 겸 세면대가 있는 공간의 문을 잠그는 걸 생각해냈습니다.
왼쪽 눈은 샴푸 때문에 제대로 뜰 수 없었지만, 한쪽 눈으로 조심스럽게, 소리 내지 않도록 욕실 문을 열었습니다.
여전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집 안 어딘가에 숨어 있는 걸까……
욕실 문에서 탈의실 문까지, 한 발자국 숨을 참고 나아가, 문에 귀를 대보았습니다.
적어도 바로 근처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잠금장치를 걸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주저앉았습니다.
그 순간——
다시금 “쿵쿵쿵!”
복도에서 신발을 신은 여러 사람이 마루를 달리는 듯한 소리.
“망했다, 진짜 사람이야.”
그 발소리는 점점 다가오더니, 탈의실 문손잡이를 덜컥덜컥 돌리고, 문을 쾅쾅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욕실 안으로 물러나 욕실 문에도 잠금장치를 걸었습니다.
급히 손에 쥐고 있던 수건을 문손잡이에 묶고, 반대쪽은 금속 타월걸이에 고정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탈의실 문엔 ‘썸턴’이라는게 있어서, 동전 등으로 밖에서 쉽게 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직후——
잠갔다고 믿었던 탈의실 문이 열렸습니다.
저는 완전히 패닉에 빠졌습니다.
반투명 유리문 너머로, 크고 검은 사람 그림자가 어른거렸습니다.
저는 문이 부서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문을 막았습니다.
욕실 문에는 썸턴 홈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플라스틱 테두리의 허술한 문이라 매우 불안했습니다.
“왜? 왜? 대체 왜 이러는 거야?”
혼란 속에서도 화재 현장에서 나오는 괴력처럼 문을 막아섰습니다.
쾅! 쾅!
문을 발로 차는 강한 충격이 그대로 몸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문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프레임의 약한 문이다 보니,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되었고 팔도 이미 한계였습니다.
‘이제 끝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눈물로 얼굴이 흘러내리는 가운데, 눈을 꼭 감았습니다.
그러자——
충격이 멈췄습니다.
“……어?”
놀라서 고개를 들고 보니, 유리문 너머에 있던 그림자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그대로 굳었습니다.
그러다 용기를 내어 문을 살짝 열고 탈의실을 들여다봤습니다.
조심스레 바라본 그곳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
탈의실은 물론, 방 안 어디에도 사람은 없었습니다.
언뜻 보면 평소와 다름없는 내 방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혹시 옷장 안 등에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벌거벗은 채로 전력질주하여 휴대폰을 집어 들고,
다시 탈의실로 돌아가 문을 잠갔습니다.
(……물론 썸턴 홈이 있어서 의미는 없었지만요.)
욕실 문을 다시 잠근뒤, 저는 생전 처음으로 경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목소리는 떨리고, 말도 횡설수설이었지만,
경찰은 진지하게 대응해주었습니다.
곧바로 출동하겠다는 말을 들었고, 그동안 계속 통화하며 저는 공포를 쏟아내듯 이야기했습니다.
약 10분 뒤——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이어서, “경찰입니다! 괜찮으세요?”라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에서부터 안도감이 몰려왔습니다.
“네!!”
최대한 큰 목소리로 대답하며 (아마 이웃에 폐를 끼쳤겠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대충 감싸고, 허겁지겁 잠옷을 입고 경찰을 맞이했습니다.
……그 순간,
얼굴이 반쯤 으깨지고 피범벅이 된 사람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야!”
욕설이 들렸습니다.
경찰관이 달려가며 멀어졌습니다.
제 앞에 서 있던 그 사람은——
머리가 으깨진 또 다른 경찰관이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경찰은 두 명이 한 조로 저희 집에 도착했고,
제가 안에서 문을 열기 직전,
계단에 숨어 있던 누군가가
비치된 소화기로 경찰 한 명을 내리쳤다고 했습니다.
범인은 키 2미터 가까이 되는 거한이었다고 합니다.
무사했던 경찰은 범인을 뒤쫓았지만, 순식간에 놓쳐버렸다고 했습니다.
곧바로 다른 순찰차와 구급차도 도착했습니다.
(맞은 경찰관은 다행히 살아 있었습니다.)
저는 방 안에서 여러 경찰에게 둘러싸여,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했습니다.
다음 날, 경찰서에 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회사를 쉬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희 옆집에 살던 아주머니가 살해당했습니다.
저는 경찰서에 있어서 무사했지만,
그 남자는 아주머니가 귀가하는 순간 침입해, 20곳 이상 칼로 찔렀다고 합니다.
뉴스에도 나왔습니다.
그 방 벽엔, 어린아이가 낙서한 듯한 글씨로
횡설수설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그 후 저는 곧장 이사를 했고,
지금은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오늘 뉴스에서,
제가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싱글맘과 5살 아들이 살해당했다는 걸 알게 되어——
이 이야기를 남기기로 했습니다.
그 남자, 다시 그 아파트를 노린 걸까요……?
마지막으로——
하나, 이상했던 점이 떠올랐습니다.
그 아파트에는 감시 카메라가 있었고,
그날 남자가 경찰을 가격하거나, 아주머니 집에 침입하는 모습도
영상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날, 제 방엔—— 누구도 들어온 흔적이 없었습니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