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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티】
어느날 오후. 선생은 티파티에 초대되어 다과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마카롱과 롤케이크, 선생이 모르는 찻잎을 사용했을 홍차 등이 놓여 있다. 평상시에 고급품을 입에 댈 기회가 거의 없기는 하지만, 그런 선생이라도 이 음식들이 고급품이라는 것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차도 과자도 맛있네.』
「선생님의 입에 맞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등을 쭉 펴며 표정 변화 없이 홍차를 홀짝이는 나기사. 그 모습은 능력 있는 여성(出来る女) 그 자체의 자태다.
「다행이네, 나기 쨩! 정하는 데에 시간 엄청 걸렸었잖아!」
「그러게요. 몇 시간이나 같이 고민한 보람이 있었네요.」
「미카 씨, 세이아 씨!?」
두 사람의 폭로에 그 여유는 곧바로 무너져 버렸지만.
「그, 저기, 선생님. 그렇게 지긋이 바라보시면 조금 부끄럽습니다만……」
최근에는 세이아의 몸 상태도 회복되기 시작해서 바깥으로도 나올 수 있게 되었다거나, 미카에게 친구가 생겼다거나, 나기사에게 친구가 생기지 않는다거나, 그런 별 것 아닌 이야기에 꽃을 피우던 것도 잠시, 자신을 응시하는 선생의 시선을 알아차린 나기사가 조금 불편한 듯이 몸을 비틀었다.
『아, 미안, 나기사. 그 날개는 어떻게 되어 있는 걸까 하고 조금 궁금해져서……』
선생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때떄로 파닥파닥 움직이는 순백색의 날개. 잘 손질되어 있어서인지 티 하나 없는 날개는 마치 천사의 그것과 같아서, 선생의 관심을 끈 것이었다.
"날개인가요? 그다지 드문 것도 아닌걸요."
나기사는 가볍게 날개를 파닥였다. 키보토스 전체로 보면 분명 날개를 가지지 않은 학생도 많지만, 트리니티로 한정하면 날개가 있다는 건 딱히 드문 경우가 아니다. 평상시에 트리니티에 있는 일이 많은 나기사의 입장에서는 날개란 건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거기다, 날개를 가지지 않은 학생들로서도 날개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는 일은 없었기에, 대체 무엇이 선생의 흥미를 끈 것일까 하며 고개를 갸웃한다.
「괜찮으시다면, 만져보시겠어요?」
『에, 괜찮아!?』
「네, 네에……」
『고마워! 그럼 실례하겠습……오오!?』
가벼운 기분으로 한 제안이었는데, 예상 외로 적극적인 선생에게 조금 움츠러든다. 그 때부터 선생의 행동은 빨랐다. 정신 차려 보니 나기사의 옆으로 의자까지 들고 와서 진을 치고는 그 날개에 손을 뻗고 있었다. 날개라고는 하지만 자기 몸의 일부가 만져지는 것이 조금 부끄러웠지만, 평상시엔 보여주지 않는 선생의 아이 같은 표정에, 나기사는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아아, 치유된다……』
「……그러면, 이건 어떠신가요?」
그렇게 말하며 양쪽 날개로 선생을 감싸안는 나기사. 그 형편 상, 어떻게 해도 나기사와 선생의 거리는 가까워진다. 그야말로 껴안을 수 있을 정도로. 평상시의 나기사라면 창피해서 하지 않았을 행동이지만, 선생의 천진함에 당한 것인지, 거기에 부끄러움은 없었다.
『나, 나기사!?』
「선생님도 항상 저희를 위해 열심히 일하시느라 힘드셨을 테니까요. 이 정도로 선생님께 힐링이 될 수 있다면.」
예상치 못한 나기사의 행동에 놀라는 선생. 하지만, 선의에서 나온 행동인 것을 깨닫고, 조금 겸연쩍긴 하지만 그 후의에 기대기로 했다. 날개에 감싸여서 입에 힘이 풀린 선생. 형성된 두 사람만의 공간. 하지만――
「나기쨩만 치사해! 나도 나도!」
『미카!?』
「미카 씨!?」
벽을 맨손으로 파괴하는 그녀에게 부수지 못하는 것은 없다. 무언가에 스위치가 눌렸는지, 혹은 단순히 그렇게 하고 싶어서인지, 미카는 두 사람의 공간 따위는 알 바 없다는 듯 반대편에서 선생에게 안겨들어, 나기사에 비하면 약간 작은 날개로 감싼다. 놀란 선생이었으나, 나기사와는 다른 감촉에 곧장 푹 빠져버렸다.
「이, 이것 참, 지조가 없잖아요, 두 사람 다.」
「아뇨, 이건 선생님을 위해서니까요.」
「부러우면 솔직히 말하는 게 어때? 세이아 쨩도 여기 와서……아, 미안, 세이아 쨩 날개 없었지☆」
"…………"
미카는 오늘도 기세등등. 자기 자랑의 화력이 쇠할 줄을 모른다. 너무나도 날카로운 지적에 세이아가 입을 다문다. 평상시에도 사이는 좋아도 말로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이지만, 이번 미카의 말은 생각 외로 세이아에게 크리티컬했던 모양으로,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세이아의 귀도 쫑긋 솟아 있다.
『세이아, 이리 오렴.』
그것을 알아챈 선생이 날개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자기 무릎을 두드린다.
「……!」
그 의미를 모를 세이아가 아니다. 세이아는 부끄러운 듯이 조금 고개를 숙이면서도, 총총 선생에게 달려가서 선생에게 등을 향하고 그 무릎에 걸터앉았다.
『귀 만져도 돼?』
「……마음대로 하셔도 좋습니다.」
세이아의 허가가 떨어지자, 미카와 나기사에게는 없는 훌륭한 귀를 만디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몸을 조금 굳힌 세이아도, 어느새 기분 좋은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선생님, 인기 만점이구나?」
「이것이 속된 말로 하렘이라는 것일까요.」
「주지육림인가 하는 그거?」
『누가 들으면 큰일날 소리를!?』
「술이라 말하기에는 조금 지나치게 고급인 것 같습니다만.」
『아니, 세이아, 그쪽 말고!』
「하지만, 새삼 보니, 확실히 이 상황은 조금 남부끄럽다고 해야 할지, 만약 누가 봤다간 큰일이 날 것 같네요.」
「아, 나 알아. 그거 플래그라는 거지?」
「미카, 생각 나는 대로 마구 말하는 게 아닙니다. 말이 씨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렇지만 확실히, 지금 이 모습을 보이면 상당히 안 좋겠는데. 선생님은 이제 충분히 힐링했으니까, 슬슬 끝――』
「실례합니다. 나기사 님, 어제 이야기한 책을 가져――」
『「「「「…………아」」」」』
굳어버린 일동.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정적 속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히후미였다.
「……실례했습니다.」
빙긋 웃은 채 슥-하고 페이드아웃하는 히후미. 덜컹하는 문 닫히는 소리를 계기로, 멈춰버린 시간의 침이 움직인다.
「오, 오해입니다, 히후미 씨!」
나기사가 허둥대며 쫓아가려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복도에는 이미 히후미의 모습이 없다.
그날, 선생이 티파티와 밀회하여 주지육림을 했다는 소문이 키보토스 전역에 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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