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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키리후지 나기사
봄의 따스함이 기분좋은 날의 한낮.
저, 키리후지 나기사는 샬레의 당번으로 선생님을 도우러 와 있었지만 조금 지루합니다.
선생님은 학원도시 키보토스의 유일한 선생님으로, 각 학원들을 다니는 것 만으로도 매우 바쁘고, 키보토스의 학생들의 관심을 모으는 존재입니다.
티파티도, 저도,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아 여러가지를 배웠습니다.
그렇게 바쁜 선생님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은 학생들이 동경하는 것으로, 이 당번도 그렇게 잦은 빈도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듣기로는 선생님 근처에 있고 싶어서 이 당번에 많이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학생도 있다고 합니다.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도 선생님과 되도록이면 함께 있고싶은 한 사람이고, 더 나아가 선생님을 사모하고 있는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의 당번은 달력으로 카운트다운 할 정도로 기다렸고 매우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너무 의욕적이게 되어버려서 오늘 할 일을 오전 중에 전부 끝내버렸습니다.
선생님이 "고마워" 라던지 "나기사는 굉장하네" 라고 칭찬한 것은 기쁘지만, "끝났으니 일찍 돌아가도 괜찮아" 라는 말을 들은 것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분명 선생님은 티파티의 호스트로 바쁜 저를 생각해서 그렇게 말씀하셨겠지만, 저는 선생님과 하루종일 함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착잡한 기분이 듭니다.
적어도 함께 차를 마시고 싶어서, 무언가 자료를 읽고있는 선생님의 얼굴을 다도에 권하기 위해 아까부터 힐끔힐끔 보고 있었습니다.
꽤 두꺼운 파일인데도 선생님은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한 페이지를 보고있는 것 같습니다.
그 파일의 내용이 궁금해서 무심코 선생님을 쳐다보게 됩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눈을 팟 돌리더니, 제 시선과 마주쳐 서로를 바라보는 상태가 됩니다.
저는 그 상황에 기쁘고 두근두근하기도 했지만, 표정은 흐트러지지 않고 언제나처럼 미소짓습니다.
"왜 그래 나기사. 아까부터 계속 나를 보고있는 것 같은데."
그러자 선생님은 흐뭇한 것을 본 것처럼 다정한 얼굴로 말을 계속합니다.
아무래도 힐끔힐끔 보던 것도, 방금까지 지긋이 보던 것도 들킨 것 같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훔쳐보는 것을 깨달을 정도로 민감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의외입니다.
선생님도 저에게 의식을 돌리고 있던 걸까요?
신경쓰고 있던 걸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다도를 권할 타이밍을 보고 있기도 했고, 선생님이 보고 계시는 파일이 신경쓰여서요... 그건 그렇고, 용케도 제 시선을 눈치채셨네요.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시선에 민감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선생님이 저를 의식한 것인지 궁금해서 은근히 묻습니다.
... 하지만, 돌아온 것은 제가 기대한 대답이 아니었습니다.
"음, 요즘 시선에 민감해진 것 같아. 우시오 노아라는 아이가 있는데, 나를 곧잘 관찰하고 기록하려고 하니까 시선에 민감해져서. 얼마 전에도..."
선생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제가 아니라 다른 학생이었습니다.
우시오 노아, 분명 밀레니엄의 세미나의 사람이었죠. 그녀의 이름을 요주의 인물 겸 경쟁자 명단에 기록하도록 합니다.
"그러시군요~"
얼굴에는 드러내지 않고 냉정함을 가장했지만, 마음 속은 이미 너덜너덜했습니다.
저와 있는데 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즐거운 듯이 하느냐는 질투와 분노, 예상 밖의 슬픔이 뒤섞인 검고 걸쭉한 감정이 소용돌이칩니다.
그만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아! 아! 그러고보니 나기사가 이 파일이 궁금하다고 했지? 한 번 볼래? 그 다음에 차라도 마시자. 어때? 괜찮지?"
그러자 선생님이 왠지 초조한 모습으로 갑자기 화제를 바꾸려 합니다.
분명 이상했지만, 저도 빨리 화제를 바꾸고 싶었기에 선생님의 제안에 솔직하게 응하기로 합니다.
"그랬죠. 진지하게 보시는 것 같던데 뭔가 중요한 건가요?"
선생님은 당황한 얼굴에서 안도한 얼굴을 거쳐 다시 미소 띤 얼굴로 돌아왔습니다.
"아니. 중요한 건 아니야.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거니까. 나기사에게만 특별히! 비밀이야?"
선생님은 검지를 입에 대고 비밀의 제스처를 취합니다.
"특별", "비밀", "나기사에게만", 제 마음을 끈적끈적한 달콤함으로 녹여버릴 것 같은 말이, 방금 전까지의 질척질척한 감정을 얽어갑니다.
선생님이 주시는 신뢰와 특별한 대우를 받는 기쁨으로 제 마음에 봄이 만개합니다.
"비밀이군요, 알겠습니다."
같은 제스처를 취하고 웃습니다.
돌아가도록 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건 그렇고 선생님은 정말 교활한 사람입니다.
제가 기대하게 만드는 말을 거리낌없이 해버립니다.
특별 취급하고, 공통의 비밀 따위를 만들어 버립니다.
제 마음은 이제 어디로도 도망가지 않는데, 선생님은 무의식적으로 잡아와서 절대 떠날 수 없도록 묶어버립니다.
참을 수 없이, 참을 수 없이 기뻤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뭔가요?"
어서, 어서, 어서 보여주세요.
"응, 이거야."
그 페이지에는 제 데이터와 사진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이건 말이지, 샬레에 소속하기로 한 학생들의 정보를 총학생회가 미리 조사하고 정리해놓은 녀석이야."
제 세부사항을 눈으로 훑어봅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트리니티 종합학원 소속.
트리니티를 구성하는 학생연합 '필리우스'의 리더이자 학생회 '티파티'의 호스트.
온화하고 부드러운 말투지만 속내를 거의 밝히지 않아 까다롭고 수수께기가 많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취미는 다과회에 사용할 찻잎이나 다과를 준비하는 것.
많은 트리니티 학생들이 그녀의 다과회에 초대받는 날을 꿈꾸고 있다.
"꽤 정확하게 조사하고 있네요."
총학생회, 얕볼 수 없습니다.
인정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제 정보는 맞습니다.
다른 페이지도 드문드문 읽어봅니다.
사랑의 라이벌, 아니 다른 학생들의 정보도 정확해 보입니다.
"어? 그런가. 많이 틀렸다고 생각하는데."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굉장히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제 데이터는 정확합니다. 속마음을 거의 말하지 않는다던가, 그래서 신비하다는 평을 듣는다던가, 선생님도 잘 알고 계시죠?"
까다롭다거나, 속내를 밝히지 않는다던가 하는 부분은 선생님이 나쁘게 생각하시기 때문에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항상 냉정하게 있으려고 의식하고 있고 그다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 확실히 처음 만났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아.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 알게 되는데, 나기사는 꽤 감정을 표출하는 타입이고 알기 쉬워."
확실히 짚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로, 롤케이크 건은 비상시라서 정말 드문 경우에요. 평소에는 온화하니까요."
필사적으로 변명합니다.
그것은 도저히 감정을 억제할 수 없을 때 뿐입니다.
평소에는 점잖고 평온할 것입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평소에도 이해하기 쉬워."
?
짚이는 바가 없습니다.
제가 모르는 저를 선생님은 알아주고 계십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기쁘기도 하지만, 무엇일까요.
이해하지 못한 얼굴을 하고있자 선생님이 미소를 지으며 즐겁게 가르쳐줍니다.
"나기사는 말이지, 얼굴이 아니라 날개로 나오거든."
"날개요?"
확실히 저에게는 날개가 있지만, 날개가 웃거나 짜증내는 걸까요.
선생님이 계속합니다.
"나기사의 날개는 기쁠 때나 흥분할 때는 파닥파닥 작게 움직이고, 화나거나 깜짝 놀랄 때는 확 펼쳐지고, 쑥스러울 때나 슬플 때는 돌돌 안쪽으로 살짝 말려들어. 그래서 나기사의 기분은 이해하기 쉬워. 지금도 파닥파닥 움직이고 있고. 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지만."
저는 서둘러 날개를 확인합니다.
지금까지 신경쓴 적이 없었지만, 확실히 작게 파닥파닥 움직이고 있습니다.
멈추려고 해도 멈출 수 없습니다.
점점 부끄러워집니다.
"아, 돌돌 말린다. 부끄러웠어?"
선생님이 섬세함 없이 묻습니다.
소녀심을 조금 더 알아줬으면 합니다.
저 자신의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제 이 마음은 이미 들켰을 것입니다.
선생님과 함께 있을 땐 얼마나 파닥파닥 움직였을까요.
"아까 노아 얘기할 땐 드물게도 화났었지, 항상 파닥파닥거렸는데, 어째서야?"
"..."
저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가리고 입을 닫았습니다.
역시나 매번 파닥파닥 움직였던 것 같고, 우시오 노아 씨의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을 보고 심기가 불편했던 것도 들킨 것 같습니다.
"저기요, 나기사 씨?"
"..."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 물음에 답을 해버리면 질투했다고 털어놓는 것과 같습니다.
선생님을 향한 마음을 밝히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와, 드물게 얼굴로도 나오고 있네."
제가 고개를 숙이고 묵비권을 계속 행사하고 있는데 선생님은 제 얼굴을 섬세함없이 계속 들여다봅니다.
제 얼굴은 지금 새빨갛습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제가 할 일은 하나로 정해져 있습니다.
"... 선생님?"
"응? 왜?"
"전부... 전부 잊어버리세요!"
저는 선생님의 기억을 앗아가기 위해 선생님에게 덤벼들었습니다.
"잠깐만, 아파, 퍽퍽 때리면 아파 나기사!"
"몰라요! 빨리 잊어주세요!"
몸싸움을 하다보니 선생님에게 팔을 잡혀 억눌렸습니다.
이전보다 대응이 능숙해지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건 알겠지만, 그만해 나기사. 게다가 나기사의 그런 점, 나는 귀여워서 좋아해."
"윽...! ///"
이 사람은 진짜!
왜 지금 그런 말을 하는 걸까요?
그런 말을 들으면...
파닥파닥파닥
"아, 평소보다도 파닥거린다. 악! 나기사 기다려! 말로 하자! 안ㄷ"
휴...
해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든 되었습니다만, 머지않아 또 들켜버릴 것입니다.
그 때는 '각오'해야겠습니다.
이 날개도, 이 마음도, 더 이상 멈출 수 없으니까요.
그 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완전히 잊은 선생님과 마신 홍차는 평소보다 달콤했습니다.
후일담
저는 소꿉친구 미카 씨에게 날개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미카 씨는 제 날개가 기쁠 때나 슬플 때, 화났을 때 움직이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새삼스럽네 나기짱. 물론 알고 있어. 슬플 때나 화났을 때는 움직이지만, 기쁠 때는 움직이지 않아."
"왜 안 알려주신 건가요!"
"귀엽기도 하고, 그게 더 재밌을 것 같아서?"
무심코 미카 씨의 입에 롤케이크를 쑤셔넣었습니다.
"우읍, 나기짱 너무해."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그건 그렇고 이상하네요. 선생님은 제 날개가 기쁠 때 파닥파닥 움직인다고 하셨는데요."
"음, 하지만 나는 본 적이 없는데... 혹시 나기짱, 나랑 있을 때 기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
미카 씨의 눈에 생기가 사라져갑니다.
"그렇지 않아요. 분명 선생님이 틀렸을 거에요."
필사적으로 수습합니다.
실제로 미카 씨와 있어서 기쁘다고 생각한 적도 많습니다.
"으아앙~ 나기짱~"
"아 정말. 진짜니까 울지 마세요."
미카 씨를 달래면서 파닥파닥 움직이는 날개에 대해 생각합니다.
대충 답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굳이 말로 꺼내지는 않았습니다.
Ps. 선생님 앞에 있을때만 움직이는 감정. 무엇일까요?
덤
트리니티 대성당
"!!"
"무슨 일이신가요, 사쿠라코 님?"
"마리, 방금 누군가 '각오'라고 한 것 같습니다. 분명 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겁니다. 그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거에요! 으윽..."
"그렇지 않아요, 과하게 신경쓰시는 거에요. 그리고 그... 그 모습도 딱히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마리! 정말인가요? 그렇다면 다음에 같이 입죠!"
"저기... 그건... 좀..."
"역시 아니잖아요~!"
"히에, 죄송합니다!"
![[블루아카,소설] 나기짱의 감정은 날개에서 나온다._1.png](https://i1.ruliweb.com/img/25/06/02/1972f0e48974df8a5.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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