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레 사무실]
'이건 다 끝냈고......'
평소와 다름없이 샬레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이건....... 그냥 내버려두면 알아서 될 것이고.....'
'음? 그럼 이제 남은 업무가 없네?'
오늘은 유난히 일거리가 없었다.
학생들의 방문 또한 없었다.
"오늘은 한가하네......"
"오랜만에 집에서 푹 쉴 수 있겠......"
"선생님!! 저 좀 도와주세요!!"
"그럼 그렇지......."
샬레 사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코유키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코유키? 이렇게 급하게 뛰어오다니?"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일단 좀 숨을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코유키는 사무실에 있는 캐비넷에 들어가서 숨었다.
[몇분 뒤]
"안녕하세요 선생님"
"응? 유우카네? 무슨 일이야?"
유우카가 샬레 사무실로 찾아왔다.
"혹시 여기에 코유키가 오지 않았나요?"
"코유키? 코유키라면......"
코유키가 숨어있다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음..... 코유키가 또 무슨 짓을 저지른거야?"
"네, 말하자면 좀 길어요...."
"그래? 그럼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커피라도 한잔 타올게"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나는 커피 한 잔과, 물 한 컵을 가지고 테이블로 향했다.
"그래서, 코유키가 또 무슨 짓을 한거야?"
"코인거래소를 해킹해서 코인을 탈취했더라고요"
"뭐라고?"
"여기 이것 좀 보세요"
유우카는 휴대폰으로 인터넷 뉴스를 보여주었다.
뉴스에는 코인거래소의 해킹으로 인해 수십억엔어치의 코인 탈취당했다고 적혀있었다.
난 저 코인을 알고 있다.
나도 몇 개 사놨었으니까.
".........."
"발키리와의 공조수사 덕분에 범인을 금방 특정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그 탈취된 코인을 전부 코유키가 가지고 있다는거야?"
"네.... 아마도요....."
"......."
유우카는 휴대전화로 무언가 작성하기 시작했다.
띠링~
내게 모모톡이 왔다.
[선생님, 코유키를 숨겨주고있지 않나요?]
"....응"
띠링~
[캐비넷들 중 하나에 숨어있죠?]
"....응"
띠링~
[몇번째 캐비넷인지 알려주세요]
나는 손으로 가운데에 있는 캐비넷을 가리켰다.
띠링~
[그럼 이제 돌아가는 척 할테니, 잘 맞춰주세요]
".....응"
"그럼 선생님, 커피 잘마셨습니다"
"이제 그만 돌아가봐야겠어요"
"자 그럼....."
유우카는 사무실 밖을 보며 손짓하였다.
유우카가 손짓하자 아리스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럼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유우카가 열쇠로 캐비넷의 입구를 잠궜다.
"악당을 생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퀘스트 완료입니다!"
아리스는 캐비넷을 들고 사무실 밖으로 향했다.
"으아아악!! 배신자!! 밀고자!! 내부고발자!! 선생님을 믿었는데!!"
"조용히 해, 코유키! 소리지를거면 반성실에서 질러!"
코유키는, 캐비넷에 갇힌 채로 떠나갔다.
"또 보자, 코유키!"
학생도 소중하지만, 내 돈도 소중하니까......
[다음날]
코유키가 해킹으로 빼낸 코인들은 전부 원상복구되었다고 한다.
조금 부족했다고 했지만, 아마 밀레니엄의 예산으로 매꾼 것 같다.
어제의 일은 코유키가 잘못한 게 맞지만, 뭔가 찜찜했다.
나는 밀레니엄에있는 햄버거가게에서 햄버거를 산 후, 코유키가 갇혀있는 반성실로 향했다.
"음... 반성실이... 이쪽이였나...?"
반성실은 이전과 다르게, 전체적으로 리모델링 되어있었다.
"그나저나 여기 근처는 아무도 없네....무슨 일이지?"
반성실 근처에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고, 드론 몇 대만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음.... 저 혹시 드론 씨? 반성실이 어디인지 알려줄 수 있나요?"
드론은 기계음을 내며, 마치 따라오라는 듯 움직였다.
"역시 밀레니엄이네...."
드론을 따라가자, 코유키가 갇혀있는 반성실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고마워 그 뭐냐...... 드론아!"
드론은 기계음을 내며, 반성실의 문을 열었다.
"코유키? 여기있어?"
반성실의 내부로 들어갔다.
반성실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컸다.
'그나저나 코유키는 어디....'
"지금이다!!"
코유키가 문 옆에서 튀어나왔다.
"드디어 탈출.....!!"
드론에 달려있는 총구에서 테이저건이 발사되었다.
"아아악! 알겠어! 돌아갈게! 돌아간다고!"
코유키가 문 안쪽으로 들어가자, 드론은 전기를 흘려보내는 것을 멈췄다.
"괜찮아, 코유키?!"
"으윽.....괜찮아요.... 그나저나 선생님이 왜 여기에..."
"어제 일이 미안해서 햄버거라도 좀 사주려고 왔지"
"네...그건 참 감사... 응?! 잠깐만요! 혹시 여기 혼자오신건가요?!"
"응. 오는 길에 아무도 없어서 저 드론한테 길을 물어보니까 여기까지 안내해주더라고"
나는 문 밖의 드론을 향해 걸어갔다.
"잠깐만요!"
코유키가 내 몸을 끌어당기고, 나 대신 밖으로 튕겨나갔다.
드론이 테이저건을 발사하였다.
"아아악! 알았다고! 들어갈게!"
코유키가 필사적으로 반성실 내부로 들어오자, 흐르던 전기가 멈췄다.
드론은 반성실의 문을 닫은 후, 떠나갔다.
"........이제 어쩌지 코유키?"
"......아마도 한동안 여기 있으셔야겠는데요...."
"뭐라고?!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엄청 남아있는데?!"
"여기 오실때 키카드같은 거 안 받아오셨어요? 반성실 방문자는 전부 주게되어있는데요....."
"그냥 아무한테도 말 안하고 바로 왔는데....."
"그나저나 저 드론은 뭐야? 그리고 반성실도 엄청 바뀌었네?"
"최근에 반성실을 리모델링했거든요. 덤으로 저 드론들도요"
"코유키말고는 반성실에 가는 사람도 거의 없던데 뭐하러 이렇게 리모델링한거야?"
무슨 흉악범을 가둔 곳도 아닌데 말이다.
"저의 재범률이 너무 높다고 다른 학원들한테 민원들이 엄청 들어왔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삼엄한 보안으로 바꾼거에요!"
"........"
"니하하......"
"휴....어쩔수없지..... 유우카한테 전화를...."
"소용없어요 선생님, 전파차단장치가 상시 작동중이거든요"
"뭐라고?"
나는 휴대폰을 살펴보았다.
휴대폰의 화면에는 통화권이탈이라고 쓰여있었다.
"너무 엄격한 거 아니야?"
"그러니까 말이에요! 아까 그 드론을 해킹하다 걸리지만 않았어도 이럴 일은 없는데 말이죠!"
"자업자득이잖아!"
"니하하하....."
"그럼 여기 찾아오는 학생은 없는 거야?"
"네 아마도 없을 거에요....제 암호해독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요."
"그럼 아까 그 드론한테 사정을 설명하면 어떻게 안될까? 아까 내 말을 알아듣던 거 같은데....."
"소용없어요 선생님"
"또 왜?"
"제가 전에 알고리즘을 망가뜨리는 말들을 해서 드론들을 자폭시켰거든요. 그 이후로는 반성실에 들어온 사람의 말은 무시하도록 설정해놨더라구요"
".......이젠 할 말도 없다"
코유키는 참 대단한 학생이다.
"그럼 코유키는 여기서 얼마나 있다가 나갈 수 있게되는거야?"
"이번에 저지른 일은 수습이 어느 정도 됐으니까 아마도....."
"아마도.....?"
"대충 1달정도일꺼같은데요?"
".........."
나는 조용히 반성실의 바닥에 누웠다.
[몇분 후]
"뭐.... 여기 있는다고해서 죽는 것도 아니니까..... 일단 이거나 먹자"
나는 여기 올 때 사온 햄버거를 꺼내들었다.
"저를 위해서 사오신 건가요? 감사해요!"
"그래 맛있게 먹어"
코유키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었다.
"너무 급하게 먹지 마 코유키, 식사가 안 나오기라도 해?"
"식사는 드론이 가져다주지만, 더럽게 맛없어요! 맛은 하나도 신경 안 쓰고 오로지 영양소만 생각한 그런 식사만 나오거든요!"
"밀레니엄답네.....여기 내 것도 먹어"
나는 코유키에게 내 햄버거를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코유키는 2개의 햄버거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그나저나 이제 어쩌지......"
나는 신호가 잡히지 않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이왕 이렇게된 거 저랑 놀면서 푹 쉬시죠! 한 달 정도의 '깜짝휴가' 이런느낌으로요! 니하하!"
".........그럴까?"
피로에 찌든 나에게 솔깃한 제안이었다.
"선생님! 그럼 체스라도 한판 둘까요?"
"그래 한번 해보자"
나와 코유키는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몇 십분 뒤]
코유키와 체스,장기,바둑등 이런저런 머리 쓰는 게임을 했지만, 전부 다 패배했다.
"니하하! 제 완승이라고요!"
"너무 잘하잖아......"
"에이~ 그래도 제가 못하는 것도 있다구요?"
"못하는 거? 그게 뭔데?"
"잠시만요"
코유키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게 뭐야? 동전?"
"잘보세요"
코유키는 동전을 튕기고, 떨어지기 전에 낚아챘다.
"앞면!"
코유키는 앞면이라 말하며 동전을 확인했다.
동전은 뒷면이었다.
"보시다시피 저는 이런거는 영 못하더라구요. 동전 던지기나 가위바위보, 주사위 게임 등등....."
코유키는 몇 번 더 동전 뒤집기를 했지만, 단 한번도 맞추지 못했다.
"보셨죠?"
"대단하네......"
저것도 신비의 영향인가......
"그나저나 머리 쓰는 게임도 같이 즐기기 힘들고.... 운으로 하는 게임도 같이하기 힘들다면....?"
코유키는 침대 밑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PC게임이나 하죠! 마침 협동 게임이나 공포 게임은 혼자서 하기 힘들어서 못했거든요!"
코유키는 2개의 노트북을 꺼냈다.
"PC게임? 통신이 안되는 거 아니였어?"
"여기서 외부로만 연결이 안되고, 내부에서는 잘 연결되더라고요!"
나와 코유키는 노트북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몇시간 뒤]
"대체 그 금색 큐브는 뭐였던거죠?! 돌연변이들은 대체 왜 생긴거고요?!"
"글쎄.....인터넷으로 알아볼 수도 없고....."
나와 코유키는 신나게 게임을 즐겼다.
"그래도 해피엔딩이라서 재미있게 잘했네"
"저는 좀더 어두운 스토리였으면 더 좋을것같았는데요"
"너도 나중에는 해피엔딩을 좋아하게 될거야"
철커덩!
"응? 무슨 소리지?"
"그러고보니 벌써 식사 시간이네요?"
반성실 문의 하단에 있는 작은 문으로 음식이 담긴 식판이 들어왔다.
코유키는 음식이 담긴 식판을 가지고 왔다.
"이게 그 아까 말한 맛은 없지만, 영양소는 풍부한 그 식사야?"
"네 맞아요! 엄청 맛없다구요!"
"다행이도 드론이 2인분을 가지고왔네"
나는 식판 위의 음식을 확인해보았다.
식판 위에는 소비기한이 임박한 비상식량이 들어있었다.
".........이건 너무하네...."
"그쵸?! 한창 자라는 학생에게 이런걸 먹이다니 너무하죠?!"
"그러면 범죄를 안 저질렀으면 됐잖아........ 어쩔 수 없지 이거라도 먹자"
나는 식판 위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음? 이거 의외로 먹을 만....."
음식은 상상이상으로 맛이 없었다.
"더럽게 맛없네..... 이거 상한 거 아니야?!"
"비상식량이 먹을만하면 비상시가 아닐 때 전부 먹어치우거든요!"
"그래도 이건....... 에휴.....그냥 먹자...."
하는 수 없이 코유키와 비상식량을 먹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코유키, 대체 왜 그리 돈에 집착하는거야?"
"우물우물....그,그건말이죵..."
"다 먹고 말해...."
코유키는 입안의 음식을 다 먹고 말을 이어갔다.
"이번에야말로 S클래스 승선권을 따기 위해서죠!"
"또? 전에 그러다가 한번 크게 데였잖아?"
"하지만 전 포기할 수 없어요!"
"어째서?"
"아까 보셨잖아요? 제 운을 말이죠"
아까 동전 던지기 이야기인가?
"그렇게 운이 없으면 그 승선권인가 뭔가를 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거 아니야?"
"그러니까요! 저는 이런 운명을 용납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그걸 딸때까지 끊임없이 도전할거에요!"
"코유키....."
아무래도 코유키는 자신의 운이 나쁘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끊임없이 운명에 저항하려고 그런거구나....
그런데....
"그렇다고 범죄를 저질러서 자금을 모으는 건 아니잖아! 그 코인은 나도 샀었다고!"
"니,니하하하...... 나중에 따서 갚으려고했죠...헤헤..."
"거짓말 하지마!"
코유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마쳤다.
[몇시간 뒤]
"이제 슬슬 피곤한데......"
코유키와 PC게임을 하던 나는 피로감을 느꼈다.
"벌써 피곤하세요?"
"응.... 요즘 업무가 많아서 잠을 별로 못 잤거든...."
어제는 일거리가 다 끝난 줄 알았더만, 코유키가 캐비넷째로 잡혀간 이후 바로 일거리들이 생겼다.
"그럼 이제 슬슬 잘까요?"
"그래.....그런데...."
잠은 어디서 자야하지?
"코유키, 혹시 담요 남는 거 있어?"
"네? 없는데요?"
"그럼 난 어디서 자야하지......"
"당연히 침대에서 자야죠! 베개는 2개있으니까 문제없어요!"
"문제없는 거 맞아?!"
선생과 제자가 같은 침대에서 잔다니.....
남들이 들으면 오해할만한 상황이다.
"당연히 문제없죠! 저는 선생님을 믿으니까요!"
"코,코유키......"
코유키는 나를 믿어주는구나....
"그,그럼 어쩔 수 없지.... 일단 좀 씻을게, 혹시 칫솔 남는 거 있어?"
"네, 하나 있긴한데말이죠...."
"응? 문제라도 있어?"
"제가 사용하다가 변기에 빠뜨린 칫솔이라도 괜찮나요?"
".........코유키가 사용하는 칫솔 빌릴게"
"마음대로하세요~!"
코유키는 딱히 이런 걸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간단하게 씻은 후, 화장실을 나왔다.
"칫솔 잘 썼어 코유키....... 응?"
코유키는 노란색 토끼? 모습의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잠옷은 뭐야? 그런 것도 가지고 있었어?"
"네! 귀엽지 않나요?!"
"귀엽긴하네..."
"선생님도 한 벌 드릴까요?"
"음........ 그래 한 벌 줘, 셔츠를 입고 자기는 좀 그렇네"
"네! 여기요!"
나는 코유키가 건네준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기본적으로 사이즈가 큰 잠옷이였기에, 큰 불편함 없이 입을 수 있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선생님!"
"응 잘자 코유키"
나와 코유키는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잠에 들었다.
[다음날]
"하암..... 지금 시간이....."
창문하나 없는 반성실에서는 바깥의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나는 휴대폰의 시계를 확인해보았다.
"으음....오전 9시네...."
평소같으면 업무를 시작할 시간이다.
'반성실에 갇혀서 좋은 점도 있네....'
'그나저나 코유키는....'
침대 옆에는 코유키가 없었다.
코유키는 책상에서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코유키? 지금 뭐하는거야?"
"아 선생님 일어나셨군요! 이건 오늘 제가 해야하는 업무에요!"
"업무라니? 반성실에서도 업무를 하는거야?"
"네! 원래는 거의 안 했지만, 선생님이 오셨으니까 업무를 하는거에요! 업무를 하면 일정량의 돈을 지급해주거든요!"
"돈이라고? 영치금같은 느낌인가?"
"뭐....말하자면 그렇죠."
"그런데 갑자기 돈은 왜?"
"여기 반성실 내부에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여기서 번 돈으로 산거거든요!"
"그래? 뭐 사고싶은 거라도 생긴거야?"
"선생님도 한동안 여기에 갇혀계실테니, 선생님이 사용할 물건들을 사야죠! 겸사겸사 같이 즐길만한 게임도 사고요!"
"그래? 내가 도와줄 건 없어?"
"아마 선생님이 도와주시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나는 코유키의 노트북화면을 보았다.
화면에는 전혀 알아볼 수 없는 문자들의 배열이 가득했다.
"뭐야 이거? 전혀 알 수 없는 문자들로만 가득한데?"
"제 주특기를 살려서 풀 수 없는 암호들을 푸는거거든요!"
"아무래도 난 도움이 안되겠네......"
"선생님은 좀 쉬고 계세요! 아! 그리고 식탁에 아침식사있어요!"
"그래"
나는 식탁에 놓여있는 식사를 먹기 시작했다.
어제랑 다를 바 없는, 소비기한이 임박한 비상식량이였다.
'코유키가 왜 어제 햄버거를 그리 맛있게 먹었는지 알 것 같네....'
식사를하며, 코유키를 바라보았다.
평소의 장난스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의 코유키는 신선하네.....'
나는 코유키의 뒤로 몰래 다가갔다.
"왁!!"
소리를 지르며, 코유키의 어깨를 내리쳤다.
"아아악!! 가,갑자기 뭐죠?!"
"그냥 한번 해보고 싶어서"
왜 학생들이 내가 업무할 때 방해하는지 대충 알 것 같은 느낌이였다.
'그나저나, 내가 없어진 걸 알게되면 학생들이 걱정할텐데....'
'뭐 별일 없겠지'
이런 식으로 코유키와 반성실에서 같이 생활한지 1주일 정도가 지났다.
식사는 맛이 없지만, 푹 자고, 코유키와 즐겁게 놀고, 그리고 같은 침대에서 잠에 들고
처음에는 느낄 수 없었지만, 점점 코유키에게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마치 이 감정은.....
"저기 코유키? 자?"
"흠냐흠냐......"
코유키는 내 옆에서 잠에 푹 빠져있다.
키보토스에서 온 이후, 처음으로 느끼는 이 감정....
나는 천천히 코유키에게 다가갔다.
"으음......"
코유키가 뒤척거렸다.
학생에게 품어서는 안되는 이 감정....
코유키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래 이 감정은.....
나는 유성 매직으로 코유키의 얼굴에 낙서를 했다.
'미안 코유키, 난 장난기가 많은 학생이었거든'
키보토스에서 처음으로 느낀 우정이었다.
[다음날]
"아아악! 이게 대체 뭐죠?! 선생님이 한 짓이죠?!"
"푸흐흡....코유키, 너무 잠버릇이 고약한 거 아니야?"
"애애앵~! 안 지워지잖아요!"
"괜찮아 코유키, 나 말고는 볼 사람도 없을...."
"선생님! 여기계신가요?!"
반성실의 문이 열리고, 유우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유우카....!"
"다행이다! 여기계셨군요 선생님!"
"으,응.... 실수로 여기 갇혔거든...."
"대체 언제부터 반성실에 갇히신건가요?"
"유우카가 코유키를 잡아가고 바로 다음날부터였던가..."
"네?! 1주일 전이잖아요?! 건강이라도 악화되신 거 아닌가요?!"
"건강은 오히려 좋아졌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유우카"
"그,그럼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코유키......푸흡....!"
"아무도 볼 사람 없을거라면서요 선생님!"
"미안......"
"아,아무튼 코유키! 왜 비상호출버튼을 안누른거야?!"
"뭐? 비상호출버튼?"
"네, 혹시 모를 긴급상황을 대비해서 반성실 내부에 비상호출버튼을 하나 달아놨거든요.....혹시 고장이라도 난건가요?"
"처음듣는 이야기인데....."
"여기 쯤에 버튼이....."
유우카는 반성실 내부의 침대에 가려진 비상호출버튼을 찾은 후, 눌렀다.
버튼을 누르자, 큰소리의 사이렌이 울렸다.
".......정상작동하는데....코유키, 왜 비상호출버튼을 안 누른거야?"
"니,니하하하..... 여기 버튼이 있었군요! 저도 처음 알았..."
"거짓말하지마! 알고있으면서!"
"하,하지만 여기에 혼자 갇혀있는 건 너무 심심하고 외롭다구요! 그래서 같이있을만한 사람이 필요해서...."
"발키리에서 너를 교정국에 보내려고 하던 걸 필사적으로 사정해서 반성실에 있게해줬더니, 이런 일을 벌여?"
"............."
"너무 뭐라고 하지는 마 유우카......."
"그래도 1주일동안 갇혀있는 건 심하긴하네......업무도 1주일치 밀려있겠네..."
"그,그건! 죄,죄송합니다......"
"너무 미안해하지마 코유키, 덕분에 푹 쉴 수 있었으니까"
1주일간의 특별휴가 덕분에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수 있었다.
균형잡힌 식사 덕분에 건강해지기도 하고, 비록 맛은 더럽게 없지만 말이다.
"내일도 반성실에 코유키를 보러올테니까 너무 외로워하지마"
"저,정말요?!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샬레로 돌아가볼테니까 얌전히 있어야한다, 코유키?"
"네! 알겠습니다!"
유우카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 후로 매일매일 업무가 끝난 후, 코유키가 갇혀있는 반성실로 놀러갔다.
어떤 날은 맛있는 음식들을 사가고, 또 어떤 날은 재미있는 게임을 가지고 가고
그리고 주말에는 반성실에서 하룻밤 자고 가고.
이러한 나날이 코유키가 반성실에서 나오는 날까지 지속되었다.
가끔은 반성실에 갇혔을때처럼, 푹 쉬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코유키가 반성실에서 나온 이후, 반성실에 갈만한 이유가 없어졌다.
하지만 괜찮다
"선생님! 저 놀러왔어요! 니하하하!"
나는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키보토스에서 만들지 못할 것 같았던 친구를 한명 사귀었으니까.
[반성실]
"노아? 노아가 왜 여기에 있는거야?"
"어머? 유우카쨩도 반성실로 온건가요?"
"으,응...... '실수'로 백린수류탄을 기록보관실에 떨어뜨렸거든...."
"저도 '실수'로 서버실에 EMP수류탄을 떨어뜨렸지 뭐에요...."
"그,그래? 노아답지않은 '실수'를 했네....."
"그건 유우카쨩도 마찬가지아닌가요?"
"..............."
"..............."
"유우카쨩? 트럼프카드로 같은그림맞추기라도 할래요?"
"...........노아가 절대적으로 유리하잖아....."
".................."
'선생님은 반성실에 안 오시려나......'
'선생님이 반성실에 언제쯤 오시려나요.....'
선생은 코유키와 집에서 노느라 반성실에 가는 일은 없었다.
밀레니엄의 업무는 1주일 이상 마비되었다.
![[블루아카,소설] 반성실의 코유키와 선생님_1.jpg](https://i3.ruliweb.com/img/25/05/19/196e6ea573a4df8a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