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모모키 시로 [시민을 위한 세계사]의 일부를 발췌, 요약 및 편집한 것이다.
원나라 때 사람 주달관이 쓴 진랍풍토기라는 책에 기록된 이야기이다.
주달관은 원 성종의 명령을 받아 당시 원에 복속된 크메르 제국을 돌아보며 풍토와 문화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남겼다.

주달관(대역): 크메르 제국(현 캄보디아 지역)에 와보니 여기선 1년에 벼를 3, 4번이나 수확하더라.

남중국의 5, 6월 같은 날씨가 1년 내내 계속되는데다, 서리나 눈이 내리지 않으니까 가능한 거 아닐까?


내륙에는 민물로 된 바다가 있는데, 비가 올 땐 수위가 크게 상승해 커다란 나무도 꼭대기만 남기고 물에 잠기더라.
근데 비가 안 올 때는 나룻배도 간신히 지나갈 정도가 된다.
물가에서 사는 사람들은 비가 올 때 물이 어디까지 들어찰지, 또 벼는 언제쯤 수확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 적당한 장소를 골라 씨를 뿌리더라.
또 물이 차면 물 위로 자라는 것도 있던데, 이건 다른 종자 같더라.

벼가 1년에 3, 4번 복사가 되는 땅... 이곳은 도당채?
이상은 진랍풍토기 경종(=밭을 갈고 씨를 뿌림)의 조에 실린 기사이다.
여기까지만 살펴보면 당시, 즉 13세기 말엔 이미 캄보디아 지역에 이모작, 삼모작 심지어는 사모작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며, 동남아시아 지역의 기후와 생활에 익숙하지 않았던 온대 출신의 학자, 저널리스트들은 이를 수용, 동남아에서 다모작의 역사를 오랜 것이라고 잡을 수밖에 없었다.

모모키: 하지만 이게 오해였다는 거지

이모작이라는 건 곧 하나의 밭에서 벼를 두 번 재배한다는 말인데, 이게 가능하려면 여러 조건이 필요함.
특히 물을 꾸준히 공급해줘야 하는데, 이건 건기와 우기가 갈리는 동남아시아의 사바나 기후 지대에선 관개 없이는 어렵다 그거지.

그럼 진랍풍토기의 기술은 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남는데,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음.

또 물이 차면 물 위로 자라는 것도 있던데, 이건 다른 종자 같더라.

모모키: 즉, 주달관은 하나의 밭에서 여러 번 수확이 나온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거지.
당시 캄보디아에선 일단 여러 군데에 밭을 만들고, 파종 시기를 다르게 해서 여러 시기에 걸쳐 벼를 수확했던 거임.

자연스럽게 벼를 수확하는 시기도 제각각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거임. 거기에...

이 지역엔 이렇게 물에 잠겨도 죽지 않고 수면 위까지 생장해 자라는 벼 품종(Deepwater rice)이 있었으니,
이런 품종까지 고려한다면, 벼를 수확하는 시점은 더욱 천차만별로 갈릴 수밖에 없었고,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마치 다모작처럼 보였던 거지.

그러니까 너두 이렇게 재밌는 동남아시아 연구 해보지 않을래?

(IP보기클릭)118.235.***.***
대학원생인가요?
(IP보기클릭)118.235.***.***
대학원생인가요?
(IP보기클릭)59.10.***.***
(IP보기클릭)2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