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기사를 좋아한다. 아름다운 얼굴에, 고고하고 품위 있는 자태. 그리고 일이 꼬여도 억지로 품위를 유지하려는 나사 빠진 면모까지. 나의 마음을 빼놓기에는 충분했다.
그랬기 때문일까, 나기사를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르바이트 한 돈을 모두 가챠에 쏟아부어, 5성을 만들고 전무를 쥐어줬다.
그리고 그때 비록 게임 속에 있던 대사였지만, 나의 최애가 전무를 받고 기뻐하는 목소리를 들으니, 그때 하루 만큼은 굉장히 기분 좋은 상태로 지냈다.
그리고 만화 페스티벌에 가서도, 나기사 관련된 상품도 많이 살만큼, 나기사에 대한 나의 사랑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어느 날 나에게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내가 과연 소득도 많이 없으면서, 게임에 많이 쓰는 이런 상황이 맞는 것일까?’
물론 게임을 하는 것은 좋다, 현질도 어느 정도 하면서 즐기는 것도 재미를 위해서라면 좋다.
그러나 그것이 과도하게 많이 사용하는 거라면, 그것은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나는 블루 아카이브에 대한 애정이 줄여야 겠다고 다짐했다. 덩달아서 나기사에 대한 애정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내가 블루 아카이브에 현질을 하게 된 계기도 나기사를 위한 5성과 전무 때문이었으니까.
애정이 빠르게 식지는 않았지만, 접속 빈도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매일 몇 시간씩 접속하는 것에서 일퀘만 하고 끄거나 더 나아가서 아예 접속을 하지 않게 되는 경우도 조금씩 발생했다.
그러다가 나는 결심하게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돌아와서, 휴대폰을 켰다. 그리고 블루 아카이브를 클릭했다.
오래간만에 블루 아카이브에 들어간 탓인지, 아니면 곧 삭제할 내 마음 때문이었는지, 뭔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리고 인게임 화면에 나기사를 보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신세 많이 졌어...고마워 나기사.”
그리고 나는 블루 아카이브를 끄고, 삭제하기 위해 설치/삭제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 갑자기 휴대폰에서 어떤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삭제하지 말아주세요...선생님...”
나는 순간적으로 손가락을 움찔했다. 한때, 나의 최애였던 나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삭제하지 말아달라니.
나는 그저 환청이라 생각하고, 그냥 삭제 버튼을 눌렀다.
뭔가 찝찝했지만, 현실의 나에게 더 집중하기 위해서 블루 아카이브를 삭제한 것이라 생각하고, 휴대폰을 내려놓고, 내일 아르바이트에 가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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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예전같지가 않다는 소문이죠.
솔직히 믿고 싶지는 않지만, 마음의 한 구석에서 의심이 늘어갑니다.
하지만, 내일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겠죠, 샬레에 가니까요. 아아..선생님을 볼 수 있다니 그것도 단 둘이서
얼마나 큰 행복인가요..
저는 그렇게 내일을 고대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샬레에 가보니 묘하게 예전 선생님과 다른 거였습니다. 아니 예전의 저를 좋아해주시던 선생님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은 늘 컵에 담긴 음료나 물을 마실 때, 새끼 손가락을 떼고 마십니다. 하지만 그 선생님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쓰시는 글씨체와도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은 제가 알던 선생님이 아니라는 것을요.
가증스럽게 제가 사랑하는 선생님을 흉내내는, 그저 기계같은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불편하게 당번을 마치고 집으로 갈려고 했습니다. 선생님을 흉내내는 기계같은 사람은, 저에게 다가와서 저를 걱정해주었습니다. 진심도 아니면서 그러는 것이 정말 역겨웠습니다.
당번이 끝나고 저는 기숙사에 가서 절망했습니다. 눈물을 흘렸습니다.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제가 알던 기운차고, 저를 좋아해주시던 선생님이 없어서, 그저 거기에는 모두에게 친절한 선생님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분노했습니다. 언제는 좋은 학생이고, 훌륭하다면서, 저희를 위해서 힘써주신 분이, 왜 저희를 버렸는지..
그러다가 선생님이 갑자기 접속하셨습니다. 저는 굉장히 기뻤습니다. 제대로 된 선생님을 볼 수있 다는 생각에 가슴이 빠르게 뛰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께선 저를 부르셨고, 저는 선생님께서 계신 샬레로 갔습니다.
하지만 들려오는 말은 제가 원하던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신세 많이 졌어...고마워, 나기사.”
어째서.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제가 원하는 대답이 아닌 것입니까.
아...결국 이렇게 저희를 버리시는 것입니까. 사랑을 듬뿍 주고, 저희를 버리시는 것입니까. 저를 따듯하게 품어주셨으면서, 저에게 관용을 베풀어 주셨으면서…저를 버리시는 것입니까? 저를 선생님 없이 살지 못하게 만들어 놓으시고, 저를 위해서 정말 많은 것들을 포기하셨으면서 저를, 키리후지 나기사를!! 버리시는 것입니까??
선생님께서 저를 더욱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시고, 저만을 위해서 전무를 주시는 것을 저는 알고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선생님에게 반해버린 저인데...왜 이제는 저를 버리시려고 하시는 것입니까.
그러고서는 갑자기 저에게 보이는 선생님의 모습이 저의 마음을 무너지게 했습니다.
블루 아카이브 앱을 삭제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갑자기 나온 울음을 최대한 억제하며 선생님께 말했습니다.
“...삭제하지 말아주세요...선생님...”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결국 앱을 삭제하셨더군요. 저희를 버리시는 것을 선택하셨더군요.
그래도 저는 여전히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선생님이 이제 오지 않으신다면...
“제가 선생님의 곁으로 찾아가겠습니다..”
그러고서는, 키보토스에서 선생님이 계신 세계로 찾아가기 위해서, 노력해봤습니다.
하루, 이틀, 일주일, 그리고 한 달...저는 선생님의 곁으로 가기 위해 키보토스를 샅샅이 뒤지고, 갈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 결과. 다행스럽게도 선생님의 세계에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여전히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그러니...조금만...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제가 선생님의 곁으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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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오늘 일도 끝났네.”
나는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다시 해볼까, 블루 아카이브? 나기사도 좋아했는데.”
그 때문일까, 갑자기 나의 손은 검색창에 들어가서 ‘키리후지 나기사’라는 검색어를 입력했다.
하지만 키리후지 나기사라는 이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 뭐지? 그새 삭제됐나? 그럴 리가 없는데.”
나는 의문을 품으며, 나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고, 비밀번호를 눌러서 집으로 들어갔다
“후아...힘들었다...”
“다녀오셨나요 선생님?”
그러나 나의 앞에는 뭔가 무서운 눈을 하면서 입으로는 웃고 있는 나기사가 있었고, 나는 그것을 보면서 순식간에 얼어 붙었다.
“어? 뭐지, 꿈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선생님.”
“꿈인가? 꿈이겠지? 응...꿈일거야...”
나는 횡설수설하며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나기사는 내가 가지 못하도록 팔을 꾹 잡았다.
“나, 나기사야, 꿈인 것 같으니까, 좀 비켜줄래? 나 일 갔다와서 씻고 자야한단다.”
하지만 나기사는 그럴 생각이 없다는 듯이 나를 들고서는 침대로 눕히고, 나기사가 그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들려오는 나기사의 낮은 목소리.
“선생님. 왜 저를 버리셨나요?”
“으응...버렸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너를 버렸다고...”
“제가 울먹이면서 부탁했는데도 불구하고, 블루 아카이브 앱을 지우셨지 않습니까...선생님!!”
나는 순간 나기사의 말에 잠시 멍해졌다가 입을 열었다.
“그건 미안해...하지만...”
“아뇨, 선생님. 괜찮습니다. 저를 버리고 떠나셨다고 해도 이렇게 지금 저와 함께 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서는 나기사는 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그리고 키스를 나누고서는 나기사는 입을 열었다.
“하아...선생님...사랑합니다. 저는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나의 마지막 이성이 이런 관계는 안된다고 소리쳤다.
“나, 나기사야 너의 마음은 잘 알겠어 하지만.. 학생과 선생이 이런 관계는 안 된다는 것을 너도 잘 알잖니. 지금 그만두면 용서해줄테니까...“
하지만 나기사는 그만둘 마음이 없었는지 다시 한 번 나의 입술을 포개었다.
“선생님. 그런 말을 하셔도 제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을 위해서 이 세계에 왔는데 이렇게 선생님과의 관계가 끝나는 것은 싫습니다. 저를 이토록 내치신다면 선생님의 마음을 저만을 사랑하도록 바꿔버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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