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지브리) 원작자가 자기 작품이 아니라 한 애니메이션

[공포의_인문학 빌런]

지브리의 작품들 중 가장 쓰레기 작품으로 뽑히는

《게드 전기: 어스시의 전설》

영화화가 되면 보통 작품 판매량이 증가해야 할 텐데, 오히려

'아아, 게드 전기 원작? 그럼 쓰레기잖아'

같은 소리를 들으며 최악의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쓰레기 같은 구성, 성격이 느껴지지 않는 인물, 앞뒤 안 맞는 스토리, 빈약한 주제의식 등의 작품 내적 요소,

미야자키 독재 체제, 부자갈등, 회사 내 소통 부재, 무책임한 인사 시스템 등의 작품 외적 요소 전부 냅두고

원작 설정을 얼마나 무시했는지만 집중해서 보자.

그것만 봐도 원작자가 '당신 영화지, 제 작품은 아닙니다'라고 칼 손절을 쳤는지 이해할 수 있음.

원작 작가는 필립 K. 딕 등의 작가들과 함께 7, 80년대 장르소설의 뉴웨이브 부흥을 이끌었던 어슐러 K. 르 귄.

원작은 5권의 장편과 여러 단편으로 구성된 긴 시리즈인데, 영화는 3권인 《머나먼 바닷가》와 4권 《테하누》를 원작으로 한다.

1권 냅두고??

3권하고 4권? 왜?

갑자기 시리즈 중간부터 시작하니 아무도 이해 못하지.

참고로 4권은 전통적 영웅 신화인 첫 3부작을 완전히 뒤집으며

팬들이 1~3권을 1부, 4~후기 단편을 2부로 구분하게 만든 작품임.

그런데 3, 4권?

왜???

작가가 그린 어스시의 공식 지도.

보다시피 대륙이 없다.

작중에서 세계를 땅(地球, Earth)이 아니라 어스시, 땅바다(Earthsea)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런 지형 때문.

군도들과 산발적인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어, 바다는 교통의 핵심이자 생활의 일부다.

오히려 저승을 물이 없는 '건조한 땅'이라고 부를 정도.

사방이 물이니까 말을 타고 이동하는 일이 거의 없음.

말은 있기는 한데, 대부분이 농마인 듯? 승마는 드물고, 군마라는 개념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거 같다.

이 세계에선 영웅의 명마 대신 배, 명선의 이야기가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 게드의 배인 '멀리보기 호' 등.

아니, 영화는 왜 뚜벅이?

배는 오프닝에서 잠깐만 나온다. 그리고 그거 말이니?

왜 배 아님??

다시 위의 지도로 돌아가면,

가장 큰 헤브너 섬과 주변 섬들이 몰려 있는 내해(內海),

내해 밖 산발적인 섬들이 있는 외해(外海)로 나뉜다.

이 내해의 섬들을 '군도(群島)'라고 부른다.

이곳의 주민들은 대부분 탄탄하고 호리호리한 몸, 수염 없는 얼굴, 검은 머리와 갈색 눈, 적갈색의 피부가 특징적.

아마 현실 세계에서는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폴리네시아인에 가깝지 않을까?

니들 왜 백인임?

그리고 왜 수염이??

… 물론 어스시에 백인이나 수염을 기르는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닌데…….

헤브너 북쪽, 오스킬 섬 주민들은 군도인보다 약간 밝은 피부에, 검은 머리와 수염을 볼 때 동유럽~중앙 아시아에 가까운 듯 하고.

주 군도 북동쪽에는 흰 피부에 노란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카르그 지방이 나온다.

참고로 군도인들 마인드로는 카르그 인=야만인. 

진짜 야만인은 아니고, 매년 카르그 해적이 넘어와서.

(아마 바이킹과 비슷한 문화인 듯)

군도에서 보는 카르그인은 전부 칼 들고, 동네 불 지르고, 약탈하는 놈들이라 그런 고정관념이 박혔다.

어스시에 우리 세상과 딱 대입 되는 종교 개념은 없다.

나름의 신앙이나 믿음은 있지만, 딱 '신'에 대입하는 개념은 없음.

(카르그인들은 예외로, 다신교 신앙을 가짐)

땅이나 여러 장소에 존재하는 '힘'이 있고(일종의 애니미즘),

독자적인 생활이나 문화에서 기인한 미신 같은 것도 있다.

(예로 어업이나 항해 같은 바닷일은 남자가, 광업이나 건축 같은 뭍일은 여자가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말'과 '이름'과 관련된 신앙이다.

어스시 사람들은 이름에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는다.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을 알고, 부른다는 것은 대상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군도 사람들은 이름을 여러개 가진다.

어릴 때 가졌다 버리게 되는 아명, 비밀로 하는 진정한 이름, 사람들과 공유하는 이름.

특히 옛 언어, 진정한 언어 등으로 불리는 '창조의 언어'에는 더 강력한 힘이 있다.

군도인들은 세고이라는 존재가 만물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난바다에서 섬들을 끌어 올렸다고 믿는다(창조설화).

환한 에아가 있기 전, 세고이가

섬들이 있으라 이르기 전,

여명의 바람이 바다 위에서 불었으니

……

말은 침묵 속에만

빛은 어둠 속에만

삶은 죽어감 속에만 있네,

텅 빈 하늘을 나는 매의 찬란함이여.

……

그리하여 물거품으로부터 찬란한 에아가 터져 나왔다네.

-세상의 창조를 다룬 노래, 「에아의 창조」 중

마법사들은 창조의 언어로 된 진정한 이름을 부름으로써, 만물에 그들의 의지를 행사한다.

마법사의 재능=만물의 '진정한 이름'을 알아내고 부르는 능력.

듣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항해 중 파도를 멈추려는 한 바다술사를 보자.

당연히 그 바다술사는 바다를 뜻하는 '이니옌'이라는 기초적인 옛 언어를 알 것이다. 하지만 파도를 멈추려면, '에사'라는 이름도 알아야 한다. 파도라는 뜻이다.

바다는 이니옌이지만, 내해에는 내해를 부르는 이름이 있다.

외해도 독자적인 이름이 있을 것이고, 모래톱에 밀려오는 파도와 배를 때리는 거친 파도는 또 이름이 다르다.

말 그대로, 바다의 물방울 하나하나마다 각각의 이름이 있다.

결국 마법사가 알아야 하는 지식은 무한하다는 뜻이 된다.

마법사의 평생은 암기와 탐구로 가득할 수 밖에 없음.

그런데 작중에선 아무 말도 안함.

그냥 과묵하게 있다가 지팡이로 퉁 치면 마법임.

제발 이름을 말해!

이름=마법인 세계라고!!

이름을 말해!!!

어스시의 마법과 마법사는 몇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마법사는

마녀, 마술사, (진짜) 마법사로 구분된다.

마녀…는 좀 차별적인 분류인데, 어스시에서는 여자는 진정한 마법을 배우지 못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여자 마법사는 모두 마녀다.

마술사는 스승에게 전수 받았지만, 진정한 마법은 배우지 못한 자들을 이른다. 그래도 나름 치유나 액막이를 배운 마술사들은 동네에선 존경받는 위치.

마법사는 마법사들의 학당이 있는 로크 섬에 가서 수련을 완료하고, 지팡이를 받은 자들을 이른다.

로크 섬은 진정한 마법의 기초를 닦고, 각각의 분야에 현자라 불리는 스승을 두었다. 로크섬의 현자들은 다음과 같다:

풍향사

날씨, 파도, 바람 등을 제어하는 주문을 가르친다.

장거리 항해를 하는 배들은 대부분 이런 주문을 배운 날씨술사를 데리고 다닌다.

기예사

환상과 환각을 만드는 주문을 가르친다.

역량만 되면 뭐든 만들 수 있지만, 진정한 변화를 만들지는 못한다. 그 예로 환각의 빵을 먹는다고 배가 차지는 않는다.

약초사

치유 주문과 약초의 효능을 가르친다.

마술, 마녀술과 좀 겹치는 영역인데, 본인들은 마법사들의 치유 주문은 마녀들 것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명명사

'진정한 이름'에 대한 지식을 가르친다.

일반적으론 암기 과목이다. 선인들이 알아낸 이름을 달달 외어야 하는 분야.

변화사

질료와 형상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가르친다.

소위 변신술. 사물의 형상과 힘을 변화시키는 마법. 위험성이 큰 고위 마법이다.

많은 마법사들이 나무나 곰으로 변했다가 인간의 정신을 잃고 짐승이 되었다.

조형사

만물의 의미와 균형을 가르친다.

균형과 질서, 선함 등을 가르치는 도덕 훈련인 동시에, 진정한 이름이나 사물의 균형을 알아보는 직감을 기르는 분야다.

찬미사

노래와 송가를 가르친다.

역사가이자 문화 전승자인 마법사의 의무로써, 노래, 송가, 시, 전기 등을 배우는 분야.

(어스시의 역사는 대부분 시와 노래 형태로 남아있다)

그 외에는 운율 형태의 마법도 배운다.

소환사

뭔가를 부르고 소환하는 주문을 가르친다.

새, 동물이나 사람이 이쪽으로 오게 하는 간단한 주문부터 죽은 자의 영혼을 부르는 아주 위험한 주문까지 망라한다.

변화사의 변신 주문과 함께 위험성이 큰 분야로 뽑힌다.

수문사

로크 섬의 학교를 지키는 스승이다.

로크의 모든 학생들은 들어올 때, 나갈 때 수문사에게 가르침을 받아야만 진정한 마법사로 거듭난다.

현자가 담당하지 않는 사소한 마법들도 있음.

찾기 주문이나 부르기 주문이 여기 해당.

참고로 마녀는 차별을 받는다 했는데, 그 일례로 여자는 로크 섬에서 마법을 배울 수 없음.

로크 섬 출신 마술사라고……?

그런데 님은 여자 아니세요?

아니, 나도 성별에 따른 교육 격차 같은 악습을 철폐 되어야 한다고 믿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왜 여자세요?

어스시엔 진짜 용이 있다.

옛 노래들에 따르면, 한 때 용과 인간은 한때 동족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은 정착할 수 있는 땅과 바다를 선택했고,

용은 자유로운 불과 바람을 선택했다.

그래서인지 용들은 불을 뿜을 수도 있고, 땅에 닿을 필요 없이 평생을 날 수도 있다.

(용들이 가끔 섬에 내려오는 건, 보물을 저장하고 알을 낳기 위해서다)

인간 마법사들이 평생을 공부해야 하는 진정한 이름의 지식을 용들은 타고난다.

가장 특이한 건,

마법사들이 창조의 언어로 말할 때는 진실만 말할 수 있는데

용들은 창조의 언어로도 거짓말을 할 수가 있다.

용은 그만큼 위험하고, 교활하며 속임수에 능하다.

물론 보통은 그냥 잡아먹는 쪽을 선호함.

용이 잡아먹기 보단, 먼저 대화를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력한 마법사를 '용주'라 부른다.

하지만 강하고, 마법도 타고났고, 불도 뿜고, 대가리도 엄청 좋아서

용주가 되는 건 쉬운 일도 아니다.

참고로 용들은 성질이 더러워서 동족끼리 영토 겹치면 싸우고

수틀리면 서로 죽이는 일도 왕왕 있음.

아니, 죽이는 일도 있다니까.

이렇듯 원작 설정, 내용, 캐릭터 다 뜯어 고친 작품이라 보통의 망작들처럼,

에휴, 영화는 망해도 그래도 영상으로 봤으니까,

하고 마인드컨트롤 할 수도 없음.

대체 왜, 미야자키 고로 이 샛키야!!!

[크리스코넬]

그래도 이영화가 테시마아오이를 잉태함

[공포의_인문학 빌런]

OST는 건졌지. ㅇㅈ

마법사들이 노래나 시 전승자기도 한데, 그 쩌는 OST 영화 안에서 좀 더 사용해주지.

[맘마통]

이래서 졸작이란 말이 많은거였나
볼때는 나쁘지 않았었는데......

[야마다 사나에]

비주얼만 좋았지 단독영화로도 별 재미는 없긴 했어 중심줄거리가 파탄나서

[죄수번호-27]

원작이랑 설정 다른건 그냥 별개의 이야기고
순수하게 재미가 하나도 없다고 졸작이란 소리 들었을걸

[맘마통]

어 난 볼만 했는데.....

[맘마통]

그런거였나.....

[죄수번호-27]

대다수 의견은 다 재미없다는데 자기가 보기엔 재미있는 경우는
다들 있으니까 뭐..

[ru-966257518]

악역 여자 마법사 목소리가 좋앗음

[아리리수]

원작팬인데
이건 어스시이야기가 아니고
게도전기란 영화에요! 어스시 이야기가 아니에요!

[아리리수]

아이러니하게 남자만 들어갈수 있는 로크학당은 창립자는 마녀들 이였죠

[공포의_인문학 빌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반전임.
로크의 현자들이 천대하는 마녀, 찾기 주문, 땅의 옛 힘 등이 로크의 기틀이라는게.

[ぼ喜多]

이건 사실 르귄 작가가 미야자키 하야오가 전성기 시절 간곡히 애니화 부탁했던 걸 거절하고 이 양반 은퇴각 잡으려 할 때야 겨우겨우 허락했던 것부터 시작했던 게 참 답답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