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포츠 리그건 건강하게 오래 유지가 되려면 구성원들 모두가 이익을 보면서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함.
그런데 LCK는 선수들과 라이엇은 이익을 보는 구조지만 구단과 스폰서들은 아님.
선수들 입장에서야 롤 리그가 세계화되니 LCK에서 대우가 나빠지면 높은 연봉 받고 해외 리그로 나가면 그만이라
구단 입장에서는 더 큰 시장에서 더 큰 자본력을 가진 팀들과 연봉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선수가 갑이 되었고
구단이 선수에 비해 너무 힘이 세서 갑질하던 스타판과는 완전히 정반대 구도가 되어버렸음.
구단 운영만 놓고 본 재무제표상엔 적자가 나더라도 구단주나 스폰서 입장에서는
그 비용만큼 홍보나 기타 효과를 거뒀다고 하면 남는 장사니까 괜찮은 투자처가 되지만
E스포츠 팬덤 자체가 연령층이 낮다보니 구매력도 낮은 것부터 시작해서
애초에 그 홍보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는게 문제임.
우리 사회 전반으로 보면 시장성이나 경제효과가 E스포츠보다 훨씬 큰 프로야구도
연간 기업 이미지 홍보에 몇백억씩 쓰는 대기업 구단들이 홍보를 위해 매년 몇십~몇백억 적자 낸다고
조금만 경기 어려워지면 주주들이 제일 먼저 공격하는 판에 E스포츠는 더 애매한 것도 있네.
세계시장을 놓고 본다고 해도 최소한 롤드컵에 올라가야 하고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데
LCK에서 4등 안에 들려면 써야 하는 돈도 장난이 아닌 수준이 되었고
그 돈을 쓴다고 해도 롤드컵 우승은 아니더라도 4강 이상 갈 수 있냐 하면 몰?루임.
막상 우승해도 22 DRX처럼 우승으로 올라간 몸값 감당이 안돼서 공중분해될 수 있는거 보면서
구단 입장에선 우승까지 투자해봐야 선수 좋은 일만 시켜주는거 아냐? 라는 생각 들수밖에 없을거고.
당장 구 LCK 팀들 중에서 E스포츠가 제일 기업 홍보효과에 좋았을 거라고 생각되는 팀이 삼성인데
(실제로도 롤드컵에서 갤럭시 기어 같은거 선수단한테 착용시키기도 했었고)
그 삼성도 17년에 롤드컵 우승하고 선수단 몸값 제일 비쌀때 구단 매각했던거 보면 의외로 이 홍보효과를 낮게 보는거 아닌가 했었음.
그럼 이제 그 리그 주체인 라이엇이 리그의 장기적인 상생을 위해 뭔가 노력을 하느냐... 하면
뭐 하는 것들은 있지만 진짜로 이게 도움이 되나? 라고 느낌이 확 오는건 또 별로 없음.
프랜차이즈비로 100억 넘게 받았으면서 구단들한테 그 돈만큼의 가치를 제공했나?
자신들의 이익을 일정 부분 포기하더라도 구단들이 계속 참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나?
라고 물어보면 내가 볼땐 아니오라고 할 것 같거든.
이미 서양에서는 제일 좋은 시간대를 롤이 아니라 발로란트에 배정하고 있다고도 하고
라이엇 입장에서도 롤이 천년 만년 갈 수는 없으니 세대교체를 준비하는게 기업 경영의 입장에선 맞는데
스포츠 리그가 된 이상 주최자인 기업의 논리만으로 뭘 해도 OK라고 하는건 아니지.
이 논리대로라면 흑자 안난다고 하루아침에 리그 폐지 발표한 히오스도 욕하면 안되는데.
아무튼 E스포츠가 장기화되려면 향후 모든 리그 참여자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 형성이 필요한듯.
E스포츠가 스포츠냐고 물어보면 게이머들 중에도 상당수가 의문을 표시하는 현 상황 자체가 기형적이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