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딩 【루비콘의 해방자】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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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븐」
자유의지의 표상.
그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실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무언가의 『표상』이란, 그 이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데.
자유롭지 못한 이름이, 자유의 표상이라니.
그러니 언젠가 이 이름을 가지게 될 또다른 「레이븐」을 위해 이 수기를 남긴다.
그대의 삶은 스스로 쟁취하기를 바라며.
나는 독립 용병이었다.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독립 용병.
내게는 많은 이름이 있었다.
621. 똥개. 사냥개. 핸들러의 개. G13.
그리고, 내가 우연히 습득했던 「레이븐」이라는 이름까지.
그러나 무엇도 나를 얽매지 않았다.
무수한 이름이 있었으나, 그 어떤 것도 나의 이름이 아니었다.
나의 「이름」은 미래에 있으니까.
나는, 오로지 '새 삶'을 위해서 전장에 나섰다.
그 무엇도 내게 족쇄가 될 수는 없었다.
그 때의 '현재'에 있는 모든 것은, 새로 태어나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니까.
새 생명을 만들어내는 정자가, 그 주인의 뜻을 의식하겠는가?
그저 자신이 살기 위해서, 또 새로운 생명이 되기 위해서 끝없이 헤엄치는 것 뿐이지.
그렇기에 나는 자유로웠다. 자유의지의 표상이 되기 전까지.
그를 만난 건 우연이었다. 아니, 필연이리라.
내가 「레이븐」의 이름을 쓰는 한... 그 전의 「레이븐」과 조우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를 만나고, 쓰러뜨렸다.
그것조차 내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을 것이었다.
아니, 없었어야 했다.
「레이븐」
그 이름에 희망을 가지는 자가 어찌나 많은지.
나는 그를 보고 알고야 말았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자유로웠다.
그 이름이 의탁한 곳은 그저 하나의 작은 단체.
겨우 몇 명의 마음으로는, 내 삶을 움직일 수 없었다.
내 생명을 끊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의 오퍼레이터가 건넨 부탁을,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새 삶'을 살 것인데, 마지막 선택이 어찌되든, 내가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매듭을 지어야했다.
그렇다면 기왕 그렇게 된 거, 오직 나만을 의지하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것이, 내가 상상하지도 못한 결과를 부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채.
「레이븐」
그 이름에 희망을 품은 것은... 그저 5명만이 아니었다.
한 행성의 전원이, 그 이름에 희망을 품고 있었다.
오직 그 이름 하나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불사르고 있었다.
오직 그 이름 하나 때문에 자신의 모든 희망을 걸고 있었다.
오직 그 이름 하나 때문에... 그들은 꺼져가던 재에 불을 붙였다.
그 때, 나는 깨닫고 말았다.
나는 영원히 「레이븐」이 되고 말 것이라고.
나는... 그들의 열광을, 그들의 성원을... 뿌리칠 수 없었다.
나의 새 삶은,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게 피어났다.
하기사 정자가 자신이 어떤 생명이 될지, 언제 생명으로 수정될지 알 수가 있겠나.
다시 한 번 말하겠다.
나는 「레이븐」.
루비콘의 희망이며,
자유의지의 표상이다.
그것이 설령 과거의 내가 꿈꾸지 않던 것이라 할지라도 상관없다.
나는 영원히 투쟁할 것이다.
내게 더는 '새 삶'이란 없다.
이것이야말로 나의 '새 삶'이니까.
자유롭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생명이란 본디 속박되는 것.
내가 그토록 바라던 생명은 이 곳에 있었으니까.
그대, 「레이븐」이여.
어쩌다가 그 이름을 짊어지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하나, 나는 강요하지 않겠다.
까마귀여. 그대의 날개를 펼쳐라.
나는 「레이븐」의 이름에 매료되었지만, 그대마저 그럴 필요는 없다.
그대가 바라는 것에 매료되고, 그대가 원하는대로 살게나.
자유의지의 표상으로서, 나는 그대의 자유의지를 존중하고 싶으니.
하지만 그대, 그대 또한 까마귀가 아니라 이 「레이븐」이라는 이름에 매료되었다면...
환영한다. 동지여.
그대는 나의 훌륭한 「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