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로스페라 머큐리의 단죄
이 사람 명분이 아무리 '가족(에리크트)을 위한다'는 명분이라 할 지라도
그간 콰이어트 제로를 위해 어시언과 스페시언 간 전쟁 뒤에서 흑막으로서 암약하고
최종 보스로서 전지구를 파르메트 시스템화 시키려고 한 악행은 부정할 수 없음.
그것도 에리크트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슬레타는 보기 좋게 도구로 이용해먹은 셈이고.
근데 최종화에선 들판에서 현타 온 것 마냥 앉아있으니
뭔가 악행에 대한 대가를 치뤘다 같은 느낌이 전혀 없더라.
샤디크 제네리가 공판 받고 죄수가 되는 묘사처럼
최소한 프로스페라도 그런게 있었으면 좋지 않을까.
2. 갑작스러운 전개
콰이어트 제로에 잠입한 슬레타 일행이 보기 좋게 콜로니 레이저에 날아가버릴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하려고 베네리트 그룹 청산이란 전개를 들이민건 좋은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다보니 뭔가 좀 이상한 느낌.
꺼내긴 꺼냈어야 할 카드이긴 한데 원래라면 모든 사태가 진정되고 나서 꺼내야 했지 않았나?
엔딩도 마찬가지임.
최종전이 뭔가 뒷맛 깔끔하게 끝냈다면 저 해피엔딩이 그냥 기분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
이건 뭔가 용두사미로 결말을 내놓고 시청자가 원하는 결말이 나오니까
'일단 이거 먹고 진정해줘요' 같은거.
3. 그래서 어시언과 스페시언 간 관계는?
몇 화동안 이거에 대해서 조명하긴 했지만
내가 볼때 작품 전반적인 서사는 슬레타와 미오리네의 서사에 중점을 둔 듯.
어시언과 스페시언 사이 갈등은 부제로 퉁 친듯 하고.
문제는 이게 그냥 부제가 아니라 몇 화동안 심도 있게 다루던 문제란건데.
최종화 에필로그에서는 미오리네가 지구에서 갈등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장면 말고는 딱히 뭐가 없어.
주인공 서사에 집중하느라 이 쪽은 성급하게 끝낸 느낌.
4. 슬레타의 성장 서사
그런데 만약 작품 비중을 슬레타와 미오리네의 성장 서사에 비중을 맞추고 싶었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됐어.
만약 이게 4쿨이었다면 1쿨 2쿨에서 슬레타와 미오리네의 현재 모습, 그리고 얘네가 겪는 일들을 조명하고,
3쿨 4쿨에서 이 두 사람의 심경 변화를 보여준다면 납득이 되는데,
1쿨에서 슬레타의 엄마에 대한 의존성. 12화는 이게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가면 나오는 결과가 12화의 토마토라는 의도로 보여준 것 같고.
그럼 2쿨에서는 뭘 했냐.
미오리네가 슬레타를 엄마로부터 독립시키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지구와 우주 간의 화평을 이루고 싶다.
이 두 가지 목적 하에 슬레타를 배신하고 지구로 갔다가 프로스페라의 간계에 낚여 멘탈이 깨지는 것까진 좋아.
그런데 최종 전투 직전까지 미오리네와 슬레타 간 대화가 단 한 번도 없었고, 심지어 미오리네가 거부하던 상황에서,
슬레타는 뉴스 딱 한 번만 보고 '슬레타는 이런 혼란에서 보호하고 싶다'는 미오리네와 프로스페라의 의중을 알아차리고 '이해'한다는게 납득이 안 가.
작품의 전반적인 주제가 '대화'였다면,
그럼 미오리네와 슬레타는 갈등을 벌인 뒤 대화라곤 슬타가 혼자 이해한 뒤 맨 나중에 딱 한 번 했는데.
이게 맞나? 싶은 느낌.
5. 그래서 떡밥은?
난 아직도 엔딩의 그 흑화한 슬레타 정체가 뭔지 모르겠어.
에리크트는 슬레타를 위한다.
슬레타는 가족을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배신 당해도 작중에서 단 한 번도 흑화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외려 순둥한 이미지 그대로 전개됐는데,
그럼 엔딩에서 보여준 그 모습은 대체 뭐였을까?
하다못해 그 묘사에 무슨 의미가 담긴걸까? 하는 의문.
그렇다고 해서 수성의 마녀가 망작이란건 아니야
1쿨부터 시작해서 2쿨 중반까지 작품을 보면서 충족된 하늘을 찌르는 기대감을
수마가 용두사미식 결말로 해결해서 아쉽다는거지
최종전 결말도 유니콘처럼 '파르메트 시스템은 아직 인간이 받아들이기엔 이르다' 같은 의도라면
유니콘 마냥 파르메트 시스템으로 콜로니 레이저 오버라이드 시킨 뒤에 4기의 건담과 콰이어트 제로가 사라지는 것도 어찌저찌 납득할 수 있음
근데 그에 비해 뭔가 아쉬운 점이 많이 보였다
차라리 각본가가 처음부터 분량을 좀 늘리고 기획했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결론은 내가 아무리 한탄해도 결말은 이미 나왔으니
그래... 슬레타랑 미오리네만 행복하면 됐지...
하고 위안 삼을 수 밖에...
그래... 너네만 행복하면 됐다...


(IP보기클릭)118.235.***.***
(IP보기클릭)118.235.***.***
그래서 사실 그 갈등 관계를 비중 있게 조명한건 건담을 접하지 않은 유입 층 시청자들을 납득할 수 있도록 한게 아닌가 싶긴 함 그렇다 해도 아쉽긴 하지만 | 23.07.03 09:42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