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다......!]
아스피는 길고 긴 한숨을 내뱄으며 쓰러지듯이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맡겼다. 안경의 위치를 바꾸고 눈시울을 문지르며 몸을 크게 뻗었다.
지옥의 서류작업을 끝낸 그녀는 마치 던전의 심층에서 귀환한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창문 밖은 희미하게 밝아 있었고 이미 밤이 밝아 있었다.
(결국 철야를 하고 말았지만....... 뭔가 먹을 것을.....)
아스피가 휘청거리며 방을 나가자 그곳에는--.
[여, 아스피, 좋은 아침!]
[....!]
타이밍을 엿보고 있었다는 듯이 지나가는 주신 헤르메스 모습이 있었다. 가벼운 차림의 여행자의 복장에 헤르메스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깃털이 달린 챙이 넓은 모자. 그리고 입에는 언제나처럼—수상 적은 신의 웃음-을 짓고 있었다.
[오늘도 상쾌한 아침이군! 그렇지?]
가볍게 손을 올리고 허물없이 인사해오는 주신에게 불쾌해 지면서 아스피의 안경너머의 눈이 가늘어졌다.
[서류작업이 끝날 쯤에 알맞게 돌아오셨군요..... 마치 제가 처리하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한 등장이군요....도움이 되어서 정말로 감개무량합니다.....]
[어이어이, 그런 무서운 말을 하지 말아달라고, 예뿐 얼굴이 엉망이 되잖아~? 자, 밤새고 난 뒤의 위에 아주 좋은 레몬파이는 어때?]
비꼬는 듯한 비아냥도 아랑곳하지 않고 익숙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는 헤르메스는 어떠한 상품을 앞으로 내밀었고, 그것을 앞에 두고 아스피는 결국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거, 전번에 투자해서 실패한 사업의 팔고 남은 거 아닙니까! 그것도 엄청 맛없는 거! 아직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저택에는 오라리오가 자랑하는 마석제품의 공죄(功罪), 정정 마석냉장장치가 있었고, 즉 장치 안에는 팔다 남은 갈 곳 없는 과자들이 보존되어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헤르메스는 신경 쓰지 않다는 듯이 팔을 벌리고 의기양양하게 계속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신(神)시대 인데도 아직 미개척의 땅, 오림피아에 도시외 순방을 도전하지 않겠어! 슬슬 신들의 반역자. 프로메테우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어!]
[함께 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이런 상태로! 바보! 멍청이! 변덕쟁이 방랑 병 남신!]
아스피는 단숨에 쏟아내고는 하아 하아 하며 숨을 헐떡였다. 진정되기 까지 시간이 필요한 아스피는 흥 하며 등을 돌리고 주신을 내버려 두고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지만,
[아. 전에도 알려주었다고 생각하지만, 로리에가 오래간만에 돌아와 있어. 무슨 일이 있으면 살펴봐줘. 그녀석도 거기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으니까.]
그런 신의(神意)을 전했고,
(하아? 어째서 일부러 그런 걸?)
라며 아스피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짜증이 더해졌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죠, 알고 있습니다!!]
[과연 단장~, 덕분에 주신인 나는 편할 수 있어!]
-그쪽이 억지로 떠넘긴 것뿐인 거잖아 멍청이가!
아스피의 마음속에서의 매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헤르메스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실실 웃으면서 사라졌다. 신이 사라진 모퉁이를 한동안 째려본 아스피는 다시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나아갔다.
남은 일은 길드에 서류를 제출하는 것 뿐.
(이 뒤에는 다른 단원들에게 맡겨도... 아니, 단순한 실수로 일이 늘어나는 것이 오히려 버거워. 특히 루루네는 절대 안 되. 팔가 나 다른 단원들은 다른 일로 나가있고.....결국 자신이 직접 하는 쪽이 빨라!)
지금에 와서 또 다시 일을 하려고하는 자신에게 눈물이 나왔지만 이제 와서 몸에 밴 습관 이 었고, 5년 전 단장으로 임명되고만 시점에서 포기하고 있었다.
아무튼 어서 빨리 끝내자!
밤을 새고 난 뒤의 수수께끼의 고양감으로 아스피는 마지막까지 하기로 정했다. 이것이 끝나면 이제야 겨우 쉴 수 있다고 저택의 현관을 씩씩하게 뛰쳐나갔다----
[이제 그만 네 녀석들이 숨기고 있는 부정을 인정 하는게 어때? 앙?]
어째서 인지 1시간 뒤. 돼지같이 살찐 엘프에게서 문책을 받고 있었다.
[......]
장소는 [길드 본부]의 최상층의 길드장의 집무실. 돼지를 방불케 하는 엘프, 길드장 로이만 마루틸의 앞에서 아스피의 뺨은 경직되어 떨리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되버리고 만 것이죠.....)
집무실은 사치스러운 공간이었다. 벽 일면을 뒤엎는 거대한 책장에는 가죽표지의 책들이 가지런히 줄지어 있었고 실내의 가구들은 어느 것도 일품 있었으며, 안목이 뛰어난 사람이 있었다면 그 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었다.
성화석도로 만들어진 마석등, 밸벳으로 뒤엎은 긴 의자, 털이 긴 반지르르한 융단이 발목을 감쌌고 우한한 분위기를 한층 끌어 올렸다.
하지만 그런 실내에서 유일한, 방의 주인만은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의자에 털썩 앉은 로이만이 책상의 건너편에 있는 아스피를 째려보았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의자가 삐걱거리며 불쾌한 소리를 냈고, 뚱뚱한 뱃살이 책상을 밀쳐냈고, 훌륭한 정장도 그 체형에 맞게 꼴사납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 모습은 완전히 지쳐있는 아스피의 눈에는 평소 이상으로 형편없게 비추었다. 아니 짜증나게 만들었다. 넓은 실내에 두 사람만 있는 것도 무엇인가 화가 났기에
빠직하고 짜증 점수 득점 1.
사건의 발단은 이러했다. 아름다운 길드의 직원이 있는 접수처에 서류를 제출하고 자 잠깐만의 자유를 만끽하자! 라고 미소를 짓는 순간, 마침 출장지에서 돌아온 로이만과 마주쳤었고, 이러저러 하고 있는 사이에 그에게 붙잡혀 이렇게 집무실로 연행된 것이었다.
로이만의 눈이 가늘어 지며 불쾌한 표정을 계속 지었다.
[[페밀리아] 전체의 레벨의 허위보고를 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겠지?]
아스피의 눈 밑이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
[암흑기를 살아남은 네 녀석들이 레벨2 일리가 없잖아. 얼간이 녀석이! 나한테 들통 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로이만의 추궁에 예외 없이 덤으로 침이 사방에 튀었다.
빠직하고 짜증 점수 득점 2.
그가 소리를 지를 때 마다 늘어진 턱의 살이 떨렸고, 아스피의 아름다운 이마에 혈관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깨가 떨리고, 꽉 진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로이만의 짜증이 “5일 연속 철야하는 열혈 커리어 우먼” 정정 아스피 알 안드로메다를 위험의 영역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그녀가 기가 죽었다고 생각한 로이만은 지금이다 라는 식으로 책상을 내려치고는, 미소와 함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어서 빨리 인정하고, 체납된 세금을 내도록! 그것은 창설신 우라노스의 신의이기도 하다! 애초에 네 녀석들은---- ]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마무리의 짜증 점수 득점 3, 아스피는 임계점에 도달하고 말았다.
아스피의 안에서 무엇인가 끊어지고 말았고, 그녀의 인내심이 종점이기도 했다. 아스피는 집무책상으로 몸을 앞으로 내밀고는 로이만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쪽은-----]
[....어.... ?]
갑작스러운 사태에 로이만이 당황했지만 이니 늦었다. 아스피는 모든 불만을 쏟아내듯이 큰소리를 질렀다.
[이쪽은 바보 같은 량의 일을 처리하고 끝낸 뒤라고 피곤하다고요, 자유로워 싶다고요, 바깥 공기를 만끽하고 싶다고요오오오오오!! 모르겠나요. 알라고요, 알라고 이 길드의 돼지가아아아아아아!!]
[네, 네 녀석!? 신 우라노스의 대변자인 나에게 이런 무례한 짓을 해도 된다고---]
[시끄러, 시끄러, 시끄러----워! 누구고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나에게 일을 떠넘기고는!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나를 좀 더 상냥하게 대해 달라고, 다독여 달라고, 친절하게 해달라고, 착하지 착하지 해달라고오오오-----!!]
[꺄,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귀신과 같은 모습으로 로이만의 말을 가로막고는 절규했다. 길드본부의 최상층에서 울려 퍼진 아스피의 분노의 외침과 로이만을 비명을 듣고 길드의 상층부의 인간이 전력으로 막으러 올 때까지 소란은 끝나지 않았다.
나중에, 이 소동은 [길드본부에서 [만능자(페르세우스)]가 들이닥쳤다.]라고 신들 사이에서도 전적으로 화제의 관심이 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