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차
북부창고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까레라는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머리가 너무 아파
자신이 정신을 차린 건지,
꿈인 건지,
죽은 건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저 아는 것이라고는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
드는 생각이라고는
물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갈증이 얼마나 심한지,
몸속 세포 말단까지 바싹 마른 기분이었다.
“정신을 차리는군.”
까레라의 귀에
누군가가
영어로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까레라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려
머리를 들었다.
아니, 들려고 했다.
그러나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 때문에
머리를 들지 못했다.
그 고통이
지금 상황이 꿈이 아님을
그에게 알려주었다.
꿈이라면
이렇게 아플 리가 없다.
그는 두 손을 들어
양 엄지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관자놀이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고통이
기존의 고통을 상쇄시켜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까레라는
몇 초간 더
관자놀이를 문지른 다음
조금 괜찮아진 기분으로
고개를 들었다.
앞에
남자 두 명이 서 있었다.
두 남자 중
한 명은,
까레라도 익히 알고 있는
제 5방위군의 도밍게즈 소령이었다.
까레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눈앞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만나고 싶지도,
만나서도 안 될 사람이었다.
그런 도밍게즈 소령이
그의 눈앞에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란
까레라는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저런.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드셨나 보군.
여기 기자님께
물 한 잔 가져다 드려라.”
도밍게즈가 말하자
누군가가 다가와
물 한 컵을 내밀었다.
까레라는
그 물 컵을 받아 황급히 들이켰다.
너무 황급히 들이키느라
물 일부가 기도로 들어갔고,
까레라는
심하게 기침을 터트렸다.
주위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까레라는
온 몸을 비틀며
헛기침을 하면서도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분노가 치밀었다.
감히 이 몸을 비웃다니.
“괜찮나?”
기침이 잦아들자
도밍게즈 소령이 의자를 끌고 와
그의 앞에 앉으며 말했다.
까레라는
숨을 고르면서 생각했다.
정신 차리자.
나는 기자야.
아무리 나라가 개판이 되었다고 해도,
정규군인 방위군이
기자를 어쩔 수는 없어.
함부로 대할 수는 없어.
나는 기자야.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치켜들고 소령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소령?”
의자를 거꾸로 돌려 앉아
등받이에 팔을 괴고
그를 바라보던 소령의 얼굴에 반응이 나타났다.
“방위군이,
민간인을,
그것도
언론인을 이렇게 함부로 잡아다가
구금하는 행동이 용납될 것 같소?
불법 행위임을 모르고 있소?”
말과 글.
그가 가진 유일한 무기이자,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무기였다.
도밍게즈는
그 말에
잠시 놀란 눈으로
까레라를 바라보다
다시 표정을 부드럽게 풀면서 말했다.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불법 구금이라니.
그런 무서운 단어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지금, 여기,
어딘지도 모르는 장소에
당신들이
나를 이렇게 불법으로 구금하고 있는 것 아니오?”
까레라는
기세에 밀리지 않기 위해
도밍게즈의 말을 잽싸게 끊으며 말했다.
“허어. 참 오해하면 곤란한데.”
“오해?
뭐가 오해란 말이오!
설명하시오!
소령!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요!
방위군에 의해
언론인이 불법 구금당했다는 일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면,
그냥 옷 벗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오!”
“끝나지 않는다라.
이건 진짜 궁금해서 여쭤보는 건데
어떻게 되는데?”
“어떻게 되냐고?
언론인을 불법 체포하고
고문한 걸
그냥 넘어갈 일이라고 생각하나?
엉?
당신은
단순히 리포르테24 편집인 한 명을 체포한 것이 아니야!
베네수엘라 언론인 모두를 체포한 것이고,
나아가
전 세계 언론인 모두를 체포한 것과 다름이 없어!
국제신문편집자협회(International Press Institute, IPI),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sans frontieres, RSF)가
모두 당신을 질타할 거야.
국제사회가 여기에 주목할 거야!”
까레라는
도밍게즈가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
이겼다.
자고로 싸움은 기세다.
그리고
자신이 기세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도밍게즈의
저 고민하는 두 눈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본문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208)
2023.04.17 (00:13: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