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워도 되겠습니까?”
도밍게즈가 말했다.
“제가 한 대 드리지요.”
잇토키가 답했다.
도밍게즈는
잇토키가 건낸 담배를 피면서
잠시 연기를 뿜었다.
폐점막을 통해 들어온 니코틴이
신경을 자극했다.
흡연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자극이다.
“당신은.... 알 수 없는 사람이군요.”
도밍게즈가 잇토키를 보며 말했다.
그 말에
잇토키가 빙긋 웃었다.
아마 자신이
만약
진심으로 군대에 있었다면
도밍게즈 같은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담배를 비벼 끈 도밍게즈는
차관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타나 차관이
범죄조직,
특히 카르텔과의 연관이 있다는 첩보가 있다는 것이였다.
정부 내각과
범죄조직과의 광범위한 연계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특히
석유부나 금융부 등이
이런 부분에서 아주 유명했다.
사실 돈 될 것이 없는
여성부나 복지부처는
마피아들도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바리오의 어머니’ 정책으로
일약 빈민들의 구세주로 떠오른 산타나 차관이
실제로는
바리오를 지배하는
카바예로 카르텔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특히 카르텔 수장인
더블 티와는
서로의 목적을 위해
예전부터 협력하고 있는 사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도밍게즈는 설명했다.
“정적에 대한 투서야,
정계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지만,
바리오의 어머니라고 칭송받는 여자가
바리오를 기반으로 하는 범죄조직과
실제 연관이 있다면
이건 단순한 모함으로 치부할 수 없는 큰일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은밀하게 내사를 진행했습니다.”
도밍게즈가 ‘우리’라고 말하는 것을
잇토키는 놓치지 않았다.
잇토키는
도밍게즈 소령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 사람은
단순한 소령 계급의 군인은 아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드릴 수 없군요.
필요도 없고.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을 드리면,
차관이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해두죠.”
잇토키는
도밍게즈가 정치놀음을 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 그가
정치적인 관점에서 말을 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하는지 압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단순히 정치나 권력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군요.”
도밍게즈가 말했다.
사실 잇토키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군요.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지요.
전 차관을 잡고 싶습니다.
당신들 일행을 해하려는 놈들과
차관이 연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당신들을 지키는 것이
제 이해관계에도 부합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쁠 것 없는 이야기이다.
잇토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당신들 일행을 해치려면
선결 과제가 있습니다.”
도밍게즈가 말했다.
“우리를 지키고 있는 방위군이 없어져야 하죠,”
잇토키가 답했다.
도밍게즈는
잇토키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보았다.
알면 알수록
정체가 궁금해지는 남자
아니
소년이다.
“맞습니다.
물리적으로 방위군을 제거할 순 없으니
아니
가능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피해가 막심하겠죠.
현실적으로는
저희를 철수시키려 할 겁니다.
저희를 철수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힘이 필요하고요.”
“낌새가 있습니까?”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그러나
가능성을 생각해 둘 필요는 있겠지요.”
잇토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위군에게 철수 명령을 내린다면
그 시기는
내일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일 것입니다.
저희를 일찍 철수시키고
호텔을 습격할 수도 있겠지만
저 같으면 그러지 않을 겁니다.”
말을 멈추고
도밍게즈는 잇토키의 생각을 물어보듯 쳐다보았다.
“공항으로 이동할 때를 노린다?”
“맞습니다.
굳이
보는 눈도 많고
습격하기도 힘든 이곳을 노릴 필요가 없죠.
저라면
여러분들이 아무런 경호 없이
공항으로 이동할 그 때를 노릴 겁니다.
특히 여러분에게 문제가 될 부분은
공항까지 이용할 교통편입니다.
차량을 구하기 힘들 겁니다”
“현상금이 걸렸으니까.”
“맞습니다.
거기다가 밉보이고 싶지 않겠죠.
이 도시의 지배자들 중
일부에게.”
잇토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냐고 묻지 않는 부분이
마음에 드는군요.
달러 뭉치를 흔들어대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목숨 값을 넘어서는 돈은 없으니까요.
저라면 그럴 겁니다.
아무튼,
방위군은 철수하고,
공항까지 가기 위한 차량은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신들을 해하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차량을 보내겠군요.”
도밍게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량을 보낼 겁니다.
아니면
직접 오든지.”
“그리고
인원을 나누겠죠.”
도밍게즈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누굽니까? 당신은?”
“인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미국계 일본인 학생인 노아 스즈키입니다.”
“집어치워요.”
잇토키는 씩 웃었다.
“왜 인원을 나눈다고 생각하십니까?”
도밍게즈가 다시 물었다.
“살려서 돌려 보낼 사람과,
돌려 보내지 않을 사람을 구분하려고.”
잇토키가 답했다.
도밍게즈의 생각과 동일한 답이었다.
본문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3 독립닌자요원 잇토키 (140)
2023.03.20 (00: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