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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함에 묻혔던잔혹함은 잔인하게 들추어졌다.
좀비가 입을 벌렸을 때태린은 한 번의 도끼질로 좀비 턱의 위아래를 나누어 버렸다.
뒤통수에 조금 남은육편으로 인해 상하로 나눠진 좀비의 위턱은 뒤로 재껴졌다.
태린은 도끼질을 한 번더하여 좀비를 완전히 보내주었다.
“좀 스킬이 필요해도이렇게 처리하는 게 더 깔끔하네요.”
뒤따라오던 무리의사람들에게 이태린이 웃으며 말하자, 사람들은 떨떠름하게 수긍하였다.
무리의 사람들은태린에게 구해진 뒤에 태린을 따랐지만, 태린의 계속된 호의는 어느샌가 익숙해졌다.
무리는 계속해서커졌지만 호의는 당연함으로 여겨지게 되었고, 이에따라 불만이 생겨났다.
수색 중에 많은 수의좀비 무리를 발견하지는 않았기에 35명의 무리 사람들 모두 한꺼번에 이동하게 된다.
22명의 청년들,7명의 중년, 6명의 노인들로 이루어진 무리는 선발의 3명을 제외하고는 노약자를 보호하는 다이아몬드 형태로 이동하였고, 다행히 몰려드는 좀비는10여 마리도 안 되었기에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지하 멀티플랙스에도착한 후에는 바로 입구 셔터를 내리고 쇼핑몰로 향했다.
마찬가지로 쇼핑몰에도착하자마자 셔터를 내렸다.
이후 태린의 의견대로청년 15명만 3팀으로 5명씩 짝을 이루어 쇼핑몰을 수색하기로 하였다.
“구역 겹치면 안되니까 A팀은 왼쪽라인, B팀은 가운데라인, C팀은 오른쪽라인 훑는 거로 하자. 그리고 뒤에서 다가올 때 사인알지? 상대방 왼쪽어깨 손으로잡는 거. 또 단독행동하지… “
“아 시발 니가엄마냐? 잔소리 시발. 다 아니까 빨리 가”
A팀 부팀장 이하연은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이태린의 말을 끊고, 어깨로 밀치며 먼저 움직였다. A팀장은 참으라는 듯 태린의 등을 한두 번 토닥이고따라나섰다.
“어쨌거나 항상 소리조심하고, 사주 경계하고, 목적지에서 보자.”
태린이 사인을 보내자B,C 팀은 바로 수색을 시작하였다.
쇼핑몰 특성상 좁은구역이 많아 대부분 일렬로 움직였다.
B팀장인 태린은 가장앞장서서 사방을 살피며 손도끼를 들고 나아갔다.
냉장식품 코너를 지날때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둘러보니 좀비 하나가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주춤거리고 있었다.
태린은 다리에 힘을주어 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빠르게 뛰어가 두 개골을 내리쳤다.
청아한 소리가 쇼핑몰에울렸다.
두어 번 내리치고쓰러진 좀비의 입을 짓뭉개 놓았다.
도끼로 두 개골을 깨는소리는 어느 정도 소음을 냈기에 주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어느새 태린을 따라온B팀의 활잡이는 태린의 어깨를 두 번 터치했고, 태린은 상체를 살짝 숙였다.
팅 하는 소리와 함께화살이 수 미터 앞에 나타난 좀비를 쓰러트렸고, 이어서 3마리가 더 나타났다.
태린은 2마리를무시하고 달려가 맨뒤의 1마리를 처리했다. 나머지 2마리는 B팀 인원 중 창지기가 처리하였다.
어느새 도착점이었다.A팀은 먼저 도착해 있었고, C팀도 이어서 도착했다.
“빨리빨리 와라. 뭐ㅈ도 없구만 이렇게 늦어. 쇼핑하냐?”
이하연은 이태린에게빈정대듯이 말하였다. A팀장은 이하연의 입을 막으려는 듯 이하연을 등지고 이태린에게 이제 2층을 수색하자고 하였다.
이태린은 알았다면서ABC팀 모두의 상태를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이하연의상태를 체크하려 하자 이하연은 크게 짜증 내며 이태린에게 식칼을 들이대며 위협했다.
어쨌거나 그에게도상처는 없었다.
상태 체크가 끝나고B팀을 선두로 B, A, C 순으로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거의 다 올라왔을 때좀비 3마리가 에스컬레이터 끝에 나타났다.
“10m 전방3마리!”
이태린은 외치자마자고개를 숙였고, 이윽고 ABC팀의 활을 가진 인원 외에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3개의 화살은 두마리에 적중했지만 중앙의 좀비는 그대로 B팀 선두인 이태린에게 달려들었고, 웅크려 있던 이태린은 도끼를 아래서 위로 크게 휘둘렀다.
어찌나 세게 휘둘렀는지턱의 일부분이 천장에 닿고 다시 에스컬레이터 위에 떨어졌다.
3마리의 좀비는 모두쓰러졌고, 이태린은 두 개골에 2번 입에 2번씩 도끼를 내리쳤다.
B팀 나머지 인원을좀비 시체 앞으로 먼저 보낸 후 에스컬레이터 입구에서 사주 경계하게 하였고, 이태린은 에스컬레이터 입구 확보를 위해 A팀 인원과 함께좀비3마리를 에스컬레이터 입구 가까운 곳에 내려놓았다.
“퇴로 확보 끝났고.아까처럼 ABC 좌 중 우?”
A팀장이 좀비를내려놓으면 이태린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하연이 또 짜증 섞인표정으로 뭐라고 하려는 찰나에 이태린은 손가락 사인을 보낸 후 빠르게 출발했다.
2층은 주방용품과전자기기를 파는 곳이었다.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기에 2층확보는 금방 끝났다. 이후 ABC팀 모두 합류하며 2층의 관계자외 출입 금지 구역을수색하였고, 어슬렁거리는 좀비 5마리를 죽였다.
1층의 무리와 합류하니이미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모두가 긴장감으로 인해 시장하였기에 식사는 금방 끝났다. 식사 후 중대장과 팀장들은 이야기를 나눈후 사람들을중앙으로 모았다.
“흠흠. 수색은 다끝났고, 외부로 이어지는 문은 다 막고 락카로 표시해 뒀어요. 표시 안된 곳은 얼마든지 드나드셔도 돼요.”
이태린은 붉은색락카통을 잘 보이게 흔들며 말했다.
“피곤하시겠지만 몇가지만 공지하고 쉴게요. 오늘은 그냥 쉴 테지만 내일은 할 일이 있어요. 첫째로 오늘 처리한 좀비들을 밖으로 운반하는 일이고, 두 번째로 식량체크예요. 좀비 운반은 ABC팀원들이 할 거고, 식량체크는 잉여 인원이 할거예요. 어어.. 그리고 멀티플랙스 추가 수색할 수색대 7명지원받을게요. 할 일은...”
중대장이 말을 끝마치기전에 이하연이 번쩍 손을 들었다.
“제가지원하겠습니다!”
이하연은 웃음을 머금고입을 씰룩이며 이태린을 보았으나 이태린은 그저 멍때리고 있었다.
“아... 네...알겠습니다. 어쨌거나 목표는 식량 쇼핑입니다. 식수가 일순위이고, 건식이 이순위입니다. 쇼핑몰에 음식이 꽤 있으니까 꼭 식량을 가져오지 않고어디 있는지 표시 정도만 해 두셔도 됩니다. 으으으음... 이 정도면 된 것 같네요. “
“중대장님. 오늘 잠잘곳은 어디가 좋을까요? 공간이 늘어서 사주 경계도 쉽지는 않은데요.”
A팀장이 손을 들며말했다.
“음... 우리가 여기 온 게 식량 문제도 있지만 무리가 너무 커져서 온 것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부대끼다 보니까 간간이 저에게도 불만사항을전달하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그래서... 에... 공간이 커진 이점도 활용할 겸 구역을 배정해 드리겠습니다. 다만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지금여러분들 계시는 이곳에서 주무시고, 불침번은 두 배로 늘리겠습니다.”
“ 불침범 두 명은현재 포인트에서, 나머지 두 명은 이동하면서 각 출구를 확인하면 될까요?”
이태린은 도끼에 묻은피를 닦으며 말했다.
“으으음... 네좋네요. 그렇게 합시다. 취침시각은 10시이고, 연등시각은 12시까지입니다. 연등장소는 관계자외 출입 금지 구역에 마련해 놓을게요.이상입니다. 해산할게요.”
전체 회의가 끝나자8시 정도였고 이태린은 다시 한번 구경하듯 쇼핑몰을 돌아다녔다.
1층의 부엌용품을둘러볼 때 A팀이 수색했던 왼쪽 구역에 관계자외 출입 금지 구역이 눈에 띄였다.
사람이 겨우 나올 수있을 정도로만 박스로 교묘하게 숨겨져 있었다.
A팀이 수색했다면박스가 좀 더 밀려져 나왔을 것 이기에 이태린은 도끼를 꺼낸채 조용히 문을 열었다.
어디선가 쩝쩝대는소리가 들려왔다. 후레쉬를 비추니 좀비 한 마리가 사람 팔을 들고 게걸스럽게 먹던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팔을 이태린쪽으로 던진 뒤 주변에 있던 칼을 쥐고 빠르게 달려왔다.
이태린은 순간당황했지만 한쪽으로 살짝 피한 뒤에 도끼로 옆구리, 목, 두 개골을 연속으로 빠르게 내리쳤다. 하지만 왜인지 쓰러지지 않았고, 두 개골을 세번 더 내리 친 뒤에야 쓰러졌다.
그리고 무언가를중얼거리는 듯했지만, 이내 멈췄다.
“좀비가 보통 도구를썼던가?”
혼자 중얼거리면서좀비의 입을 도끼로 함몰시켰다.
그리고 잠시 고민한 후좀비 목에 올가미를 두르고 한쪽에 묶은 뒤에 구석으로 좀비를 숨겼다.
이후 생각을 계속했다.
A팀장과이하연(A부팀장)은 연인 관계다.
이하연은 자신이 팀장이아닌 것에 열등감을 느끼지만 어쨌거나 자기 여친이라 나름 따르는 척은 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섹스도 많이 못하고, 여친도 뭔가 자신에게 사랑이 식은 느낌이라서 불만은 쌓여만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이태린의 존재 자체에 짜증, 열등감, 분노 모든 것이 쌓여 가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재력이통하지 않는 세상이었고, 이하연은 자신이 누리던 권위가 끌어내려진 느낌이었다.
심지어 예전부터 자기인맥, 재력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이태린이 옆에 있고 무리의 리더격이라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다.
A팀장은 요즈음허망함을 느끼고 있다.
좀비 사태 전 자기남친인 이하연은 나름 훈남에 부잣집 아들이었다.
때문에 A팀장은 가고싶은 곳에 가고,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고, 사랑도 많이 받는다 생각했다.
그런데 사태 후에생각해 보니 자신은 그저 남친이 부자라서 좋았던 것이 아닐까, 자신이 그렇게 속물적인 사람이었나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좀비 사태가 일어나지않았다면 지금, 이 기분도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 짜증 났다.
그리고 무리에 합류한이후에 남친이 묘하게 재수 없게 굴어서 짜증이 쌓이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무리에 합류한 이후 나름의 재미는 찾을 수 있었다.
대학교 양궁 동아리회장을 맡았었기에 무리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고, 책임감도 다른 이들에 비교해서는 출중해서 A팀장을 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나름의 자부심, 성취감 또한 쌓이고 있었다.
무리는 부부,가족, 대학생 등등 다양했다. 이태린은 무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대학생들과 도심지 내의 캠퍼스 근처에서 합류했다.
A팀장 덕분에동아리실에 남아 있는 여러 활과 화살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 무리에합류하다가 그들 중 하나가 가까이에 사는 자기 가족을 구하러 가자고 했고, 이태린은 수락하였다.
무리의 사람들이 의문을크게 제기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이태린과의 동행에서자신들의 목숨이 안전할지에 대한 의문.
이태린은 평범한 20대중반 남자였지만 이상하게 사태 이후 생존에 대해서는 상당히 능숙했다.
이런 능숙함에 사람들은안정감을 느꼈지만, 그가 생존자들을 영입하려 할 때마다 위험성 또한 느꼈다.
식량 부족 문제도있지만 항상 위험한 일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내 무리멤버의 가족을 구출하려 했을 때, 100여 마리의 좀비를 죽이고, 1000여 마리의 좀비를 마주했다.
대학교 캠퍼스 침투때는 C팀장이 수십 마리 좀비에 둘러싸여 죽을뻔했다.
모두 이태린의 발의에서시작되었고, 그가 계획했으며, 모두 성공했다.
태린 옆이 안전하다고여기는 사람들, 태린의 행동에 왜인지 자존감 혹은 윤리의식을 자극당한 사람들이 무리에 섞여 있었다.
때문에 무리사람들은 태린과 함께 임무에 대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조금씩지쳐가고 있었다.
윤리적이고 도덕적인행동보다는 자신들의 생존이 먼저였지만 태린의 행동이 그들의 부채의식을 커지게 만들었고, 그들은 감내하기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그 탓을 태린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이태린이 무리에 속해있는 것은 무리의 생존에 큰 이득었지만, 무리 일부 사람들의 부채의식과 피해의식이 커짐에 따라 이성이 상실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