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획이 있던 겁니까?
캐롤.”
지하통로를 앞장서 걷던 캐롤라인 옆으로
리처드가 다가섰다.
“ 너흰...
아직 수호한테 더 배워야겠군.”
“ 인정합니다.”
“ 동양속담에
꾀 있는 토끼는
굴을 세 개 판다는 말이 있지.
수호나
나 같은 사람은
한 가지 계획만으로 움직이지 않아.”
플랜B가 안 먹히면
플랜C, D, E 등
무수히 많은 백업플랜을 가지고 움직였다.
어지럽게 이어지던 지하통로의 끝은
뉴욕지하철이었다.
도시를 덮친 정전으로
지하철은
전부 운행이 중단됐다.
아니,
꼭 정전이 아니라도
지하철을 운행할 시간은 지났다.
아마
갑작스런 정전으로
객차에 갇힌 탑승객이 노선별로 꽤 많을 것이다.
뉴욕은
현재
경찰도 정신없고
소방관도 정신없으며
철도기관사를 비롯한 공공근로에 한 발 걸친 모든 사람이
정신없었다.
어둠을 틈타
약탈을 벌이는 떼강도는
더는
이슈꺼리도 못 된다.
그토록
시민정신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그 순간이 오면
대다수는
본능에 따랐다.
어둠에 휩싸인 지하철플랫폼을 타고 넘던
피셔는
손을 들어 일행을 멈췄다.
소등하라는 손동작에
모두 손전등을 껐다.
발소리가 들렸다.
점점 가까워진다.
어슴푸레 드러난 군상
어른도 있고 청소년도 있었다.
피셔는 눈살을 찌푸렸다.
제발 그냥 지나가라.
그러나
지상으로 나가라면
지하철플랫폼을 지나는 게 당연했다.
멈춰버린 객차에 갇혔다
겨우 나갈 길을 찾은
탑승객들은
하나같이
진이 빠진 모습으로 터덜터덜 걸었다.
안 좋은 일은
항상 한꺼번에 몰려든다는 속설이 맞았다.
급박한 발소리와 함께
전등에서 쏘아지는
수 갈래 불빛이 앞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구조대가 왔는지 알고 소리를 질렀다.
“ 여기요!
여깁니다!”
“ 후!
드디어 구조대가 왔나보네!”
“ 대체
몇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거야?”
“ 닥치고!
시장을 다시 뽑아야 한다니까!”
“ 공무원새끼들은 하여튼!”
투덜거리면서
가장 앞장서 걷던 양복쟁이는
불빛이 가까워지자
한소리 하려다
멈칫거렸다.
소방관이나
구급대원 복장을 예상했는데
불빛이 드러난 건
검은색 일색의 유니폼이다.
그것도
수류탄과 군용나이프가 눈에 띄는
완전무장이었다.
경찰특공대일까?
경찰치곤
분위기가 너무 살벌했다.
“ 경찰입니, 컥!”
그래도
용기를 내 묻던
양복쟁이의 턱주가리가 돌아가며
선로에 철퍼덕 엎어졌다.
“ 꺅!”
“ 무슨!”
뒤따르던 사람들은
엉덩방아를 찧거나
한 걸음 물러섰다.
가차 없는 폭력에
겁을 집어먹은 것이다.
그러든가 말든가
우두머리는
부하를 시켜 도면을 가져왔다.
“ 다른 길은?”
“ 확인 중입니다만...
여기가 확률이 제일 높습니다.”
“ 캐롤라인 번...
교활한 여우를 얕잡아보면 안 됐어.”
“ 가까운 지하철플랫폼 전부에 병력을 배치했으니
빠져나갈 길은 없습니다.”
“ 확신하지 마.”
우두머리는
숨죽여 눈치 보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우린
그저 그런 악당이 아니다.
물론
전장 한정이지만
민간인도 죽여 봤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우발적인 사고였다.
우리는
아무나 마구 죽이고 다니는
사이코패스는
결코 아니었다.
‘ 장부가 밝혀지면
정치인뿐만 아니라 우리도 무사치 못해.’
오로지
돈만 쫒는 용병업계 악질이
오늘까지 무사한 이유는
신성한 계약 덕분이다.
쿠도 신이치는
계약에 대해선 일절 터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큰돈이 오가는 비즈니스는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
이면계약을 통해 공증 받은 계약서엔
없는 조항을 삽입했고
그것은
곧 큰 수익으로 이어졌다.
그러니
장부와 이면계약이 밝혀진다면
수사기관보다
먼저
신이치
아니
올림푸스와 대면하게 될 것이다.
싸구려 삼류용병도 아니고
트리플A급 특급용병의 계약은
업계의 신용과 직결되니까.
그가 아니더라도
다른 용병들이
우릴 쫓을 것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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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극찬이네요....!!!!! | 22.09.21 22:3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