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병실로 돌아왔을 땐
제이크도 에단도
모두 자리를 비운 뒤였다.
간호사와 수다를 떨던
로잘린은
로건을 보더니
빨리 가라고 손짓했다.
로건은
그녀의 손짓에 담긴 의미를
대번에 알아들었다.
“ 또 내기한 거야?”
“ 바보들이 다 그렇지 뭐.
어서 가.
로건.
네가 꼴등이야.”
진지하고 심각한 상황을
유쾌하게 받아넘기는 것도
영씨집안의 특기다.
로건이 보기엔
누나는 괜찮을 것 같다.
자기가 직접 나서서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아무리 가벼운 상처도
방치하면
덧나게 되어있다.
“ 로건.
아니 모리 코고로."
로잘린은
막 나가려던
로건 (모리 코고로) 을 붙잡았다.
“ 그 아이는 널 믿고 있어.
진심으로 널 아빠라고 생각해.”
크리스티나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 거짓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로잘린이 결혼하지 않은 것도
혹시라도
누구처럼 신뢰를 저버리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건 쉽지 않았다.
귀엽다고 동물을 키우다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고
버리는 사람이 많듯
애를 낳고
버리거나 방치하는 무책임한 부모도
세상에는 넘쳐났다.
“ 크리스틴이
왜 그런 황당한 거짓말을 했는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그 애가
우리 집을 찾아왔을 때
난 운명을 느꼈어.”
오랫동안
그녀가 인정하길 거부해왔던
진실을 되새겼다.
“ 엄마 아빠는
우릴 사랑하지 않았던 게 아니었어.
로건.”
사실
로잘린은 동생들을 키우며
오래전에
그 진실을 깨달았다.
“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 거지.”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과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정직함이
항상 옳진 않았으니까.
“ 로건.”
로잘린은
돌아서려는 그를
마지막으로 불렀다.
“ 이름은 아니?”
사촌 동생이 물끄러미 쳐다보자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아이,
어린 시절
로건은
조용하면서도
한 번 폭발하면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친아버지가
그를 일본으로 보내지 않았다면
아마도
교도소를 들락거렸으리라.
“ 한나.”
“ 한나?”
“ 그래.”
“ 예쁜 이름이네.”
정말로 예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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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찬이십니다. | 22.09.05 06:1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