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 날,
“ 수호!”
“ 시바 씨.”
전에도 묘사했는데
욕처럼 들리지만
이름이다.
시바 야스오는
일부러
소노코 호텔까지 마중 나왔다.
그런데
신이치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마치 데쟈뷰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도 그럴것이
예전 키리가야 카즈토
아니
키리토 (콜로서스) 와
그 가브리엘 밀러와 연관된
엠파이어 콘체른 문제를 해결했을 때와
말 그대로
그 상황을
똑같이 겪는 것이었으니.......
하여간에
그는
일본정가의 젊은 피를 대변하는
중의원으로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이른바 정계아이돌이다.
특히
젊은 여성과 주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는데
곱상한 외모와
화려한 말발도 한몫했다.
“ 오랜만이네.
수호.”
“ 아직 한 달도 안 지났는데 뭐가 오랜만이야.”
근 3주 전에
대마도에서 만났으니
헤어진 지
한 달도 안 지났다.
“ 일이 틀어졌으니 관방장관은 물 건너갔겠네요?
시바 씨.”
“ 아니.”
“ 아니라고?”
“ 응.
자네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 왜?”
“ 순전히 자네 덕이니까.”
시바 야스오의
영문 모를 감사에
신이치는
갸웃거리다
고개를 끄덕였고
상대는
여전히 밝은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어갔다.
“ 상파울로스캔들로
커크먼 행정부는 약해졌어.
고로
미국대통령은
우리의 지지와 도움이 절실해졌지.”
청문회다 뭐다
미국에 밀어닥친 정치스캔들로
그렇지 않아도
콜로서스 (키리토) 의
인피니티 워와
그 가브리엘 밀러 스캔들 뒷처리로
진이 빠져버린
커크먼 행정부는 풍비박산 났다.
정치전문가들은
그 난리를 수습하는데
최소 반년
길게는 일 년을 내다봤고
약해진
미국정부의 위상은
동맹관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인 수혜국이
일본이다.
내수를 중시해
수입품에 냉담한 일본인을 못 잡아먹어 안달하던
커크먼 행정부 상공부와
경제학자들이
한 발 물러섰다.
그것만으로도
일본정부는
소기의 목적을 이룬 셈이다.
“ 나아가
평화헌법개정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으니
신지로 내각은
경쟁자보다
확실히 우위에 선 거야.”
사실
일본은
한국보다 더 족벌주의에 심취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문명인이 맞나 싶을 만큼
신분에 대한 고정관념과
제약이 심할 뿐만 아니라
구습과 악습은
여전히
일본사회 전반을 지배했다.
자학적 희극으로 표현되는
일본식 코미디를 찬찬히 살펴보면
계급사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지나친 배려는
사실
오르지 못할 나무라는 체념일지도 몰랐다.
시바의 안내로
소노코 호텔을 나온 뒤
곧바로
시바는
신이치를
긴자의 고급레스토랑으로 이끌었다.
시커먼 남자 둘이
레스토랑에서 마주앉아
코스요리를 깨작거리는 건
끔찍한 일이지만
자신은
어디까지나 손님이다.
마침
궁금한 것도 있고 하니
군말 없이 따랐다.
한국인도 그렇지만
일본인도
서양식 정찬을
고급요리로 치부하는 경향이 짙다.
“ 내각 정식 인준과
내각 개편은 언제 이뤄지지요?”
“ 조만간.”
“ 공안조사청도 포함되나요?”
“ 글쎄.
그건 총리 맘이지 않을까?”
일본의 정보기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데
익히 알려진
내각정보조사실은
주로
해외를 담당하고
법무성 산하 공안조사청은
국내를 담당했다.
일본의 정보기관은
CIA나 MI6, 모사드처럼
밖에서 유명세를 떨치진 않았지만
막말로
소리 없이 강한 이들이다.
아무리
국뽕(?)을 치사량까지 들이켜 봐도
국정원보다 열 배는 낫다.
“ 그럼
나카야마가 계속 해먹겠군요?”
“ 큰 문제만 없다면 그렇지 않을까?”
나카야마 소이치로
공안조사청장은
자위대 고관 출신의 정통정보요원이다.
신이치 (올림푸스) 와
키리토 (콜로서스) 두 사람과 안면이 있긴 했지만
첫 만남이
그리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 일단
콜로서스가 처리를 하기는 했지만
좀 미진한 부분이
많았을거에요.
그 가브리엘 밀러 그 새끼와 관련된 부분만
처리를 했을테니,
엠파이어 콘체른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고 싶다면
날 찾아오라고 해요.”
“ 무슨 뜻인가?
신이치...군.”
“ 말 그대로에요.”
“ 흠.
공안위원회에서 알면 난리칠지도 몰라.”
“ 욕심 많은 늙은이들을 끼워 넣으면
문제만 복잡해져요.”
특정항쟁광역지정폭력단을 관리하는
국가공안위원회를 따돌리고
야쿠자문제를 논하는 건
시바 야스오 입장에선
난감한 게 당연했다.
“ 미국이 엠파이어 콘체른을 까는 게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시바 씨.”
“ 의도가 있다는 건가?”
“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다면
나도 그냥 넘어갈 뻔했어요.
누군가
아주 기가 막힌 각본을 썼거든요.”
그 백업시나리오의 감수監修를 담당한 이들 중에는
분명 일본인이 있었다.
“ 나바로스가 내겐 넘긴
유에스비에
대단히 흥미로운 내용이 있더군요.
시바 씨.
시바 씨도 알고 있었을 거에요.
아니,
이 나라에서
정치질로 먹고 사는 자라면 모를 수가 없겠지요.
어떻게 보자면
일본회의의 근간이지만
일반 대중들은 전혀 모르는
그곳.....”
일본에는
일본회의를 능가하지만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한 단체가 있었는데
그들은
일본회의보다
더 천황을 신적인 존재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덴노의 인간선언은
미제앞잡이에 의한 강요된 신성모독임으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창했다.
“ 벚꽃만회.”
사쿠라さくら는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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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칭찬 감사드립니다. | 22.08.26 19:4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