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발이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대 슬픔도 한숨도 다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제 내 곁에 돌아와
아직도 차마 두 눈 감지 못하는 그대여
그대가 떨며 은밀히 키워온 그대 몸속의 치명적인 씨앗에
바치는
그대 슬픈 짓밟힘 앞에
그대 짓밟힌 육체의 화려함 앞에 바치는
나의 이 한줄기 분노를
어찌 맨주먹으로 훔쳐 내리고 서 있을 수밖에 없으랴
못 견뎌 저승에서 끝에 살아온 듯만 싶게
부석한 얼굴 밤새 뜬눈으로 돌아와
아직 내 곁에서 무너져 내리지 못하는 그대여
그대여 또한 그대가 내 품에서 두 눈 부릅뜬 상처로
나의 무딘 가슴 방망이질할 때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대의 절망도 비참도 남은 몸짓도
다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혼자서
나는 그대 눈물의 끝장을 기다린다
또한 그대 몸 안의 숨은 부끄러움에 몸 둘 바 모르는
나의 이 한 불꽃 분노를
어찌 눈물로 식혀낼 수밖에 없으랴
어찌 눈물로 재울 수밖에 없으랴
내 곁에 누운 것은 눈물이 아닌
분명한 그대의 몸이다
지울 수 없게 살아남은
뼈아픈 그대와 나
거대한 생명의 폭포수다
김정환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
창비시선 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