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ternational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노력의 산물로서, 전 세계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수백만 명에 달하는 대회입니다. 최초의 TI는 독일 쾰른에서 열린 Gamescom 2011에서 소박하게, 솔직히 말하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행사로 무역 박람회 부스에서 진행되었다는 사실은 쉽게 잊히곤 합니다. TI의 변변찮은 시작을 기리며, 이번 '전선과 전선 사이'는 아주 처음부터 쭉(작년만 빼고) 함께해 왔지만 자주 잊힐뿐더러 기념되는 일은 거의 없고(때로는 환기조차 잘되지 않는) 설비 이야기에 할애하고자 합니다. 바로 방음 부스 이야기입니다.
TI1부터, 저희는 선수들이 매치 도중에 어쩌다 관중이나 중계진으로부터 무언가를 듣고 불공정한 이득을 얻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음 처리가 잘 된 부스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방음 부스에 요구되는 사항은 단 하나였습니다. 바로 방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첫 TI는 규모가 아주 작았기에, 어느 시점에서든 부스까지 울릴 만큼 큰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초창기 부스는 단 하나의 필요 조건을 충족하긴 했습니다. 선수들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으니까요. 물론, 그 외 다른 모든 면에서는 완전한 실패였습니다. 이는 그 이후 TI가 열릴 때까지 훨씬 많은 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첫 번째 TI는 우리 모두에게 그야말로 경험에서 배우는 기회였습니다. 선수들이 플레이하던 탁자는 너무 좁고 너무 높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은 탁자 끝에 팔꿈치를 걸친 채로 의자에 앉아야 했는데, 도타를 플레이하기에는 최악의 자세로 판명되었습니다. 게다가 Nvidia에서 대여해 준 거대한 컴퓨터를 여러 개의 보관장에 넣어 선수 아래에 두었습니다. 이 보관장도 알고 보니 환기가 되지 않았습니다. Nvidia 컴퓨터는 환기가 되지 않은 상태로 연속 7일 동안 돌아갔습니다. 보관장 안은 너무 뜨거워서, 문을 열면 전선의 전열재가 녹는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놀랍게도, 컴퓨터는 한 주 내내 멈추지 않고 잘 돌아갔습니다. (과열되지 않은 이유로 유일하게 가능성이 있는 것은 선수 하나가 실수로 얼음물을 보관장에 엎어서 그랬다는 설입니다.)
그래서 그다음 TI부터는 부스에 두 번째 필요 조건이 생겼습니다. 바로 에어컨이었습니다. 컴퓨터 5대, 모니터 5대, 사람 5명, 온갖 조명 장치가 전부 방음재로 막아 놓은 데다 환기가 되지 않는 공간 안에 꽉 들어차 있으니 엄청난 열기가 나온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 열기를 줄이는 일은 꼭 해결해야 하면서도 절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필요 조건이 또 하나 새롭게 대두되었습니다. 바로 반사였습니다. 아주 초창기 본래의 부스는 직사각형 공간으로 서로 붙어 마주 보는 구조였습니다. 전면과 후면은 평평한 유리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자세로 앉아 있으면 화면이 유리에 반사되어, 바로 맞은 편에 있는 상대가 반사되는 화면을 꽤 선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문제는 곧바로 저희에게 포착되었습니다. 그래서 첨단 대응책이 즉각 도입되었습니다. 선수들 사이 유리에 홍보 티셔츠 한 무더기를 테이프로 붙여 반사를 가리도록 한 것이었죠.
TI의 그다음 10년을 준비하면서 저희는 티셔츠라는 대응책을 버리고 부스 설계와 위치로 해당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TI5까지, 겸손한 척하지 않고 솔직히 말하자면 저희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항들을 꽤 능숙하게 처리했습니다. 소음 감소: 완료. 조명 개선: 완료. 환기: 완료. 부스 안 핑크 노이즈: 완료. 초기 몇 번의 TI 동안 계속 발생했던 열 몇 가지의 긴급 사안들을 해결하고 나서야 드디어 급한 불만 끄던 상태를 벗어나 부스를 더 좋게 개선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문제를 다뤄야 할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부스 조립이라는 엄청나게 골치 아픈 문제였습니다. TI2-TI4의 부스는 세우는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정말 터무니없을 정도로 무겁고 다루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천장 부분을 놓는데 소형 크레인까지 동원해야 했으며, 두말할 나위도 없이 완성하는 데는 12~15시간이 걸렸습니다.
TI3
TI처럼 큰 행사에는 움직이는 장치가 아주 많은데, 이는 문제가 되기 십상입니다. 모든 것이 아주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됩니다. 무대가 준비되자마자, 빠르게 부스를 무대 위로 올려 조립해야 합니다. 조립이 완료되면, 테스트가 시작되기 전에 아주 신속하게 조명을 달고, 컴퓨터, 의자, 부스 카메라, 마이크, 팀원 간 소통 장치를 설치해야 합니다. 부스를 빠르게 완성할수록, 설정을 테스트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TI4와 TI5 부스 사이에서 가장 혁신적이었던 차이는 TI5 부스가 촉박한 시간 가운데 무대 위에서 정말 빠르게 조립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부스는 7개 구획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구획에는 바퀴가 달려 있어 지게차로 무대 위에 올린 다음에 쉽게 자리를 잡고, 이음 걸쇠로 서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적 방법으로, 부스를 5시간 이내에 완전히 조립할 수 있었습니다.
대회가 점점 더 정교하게 구성될수록, 극복해야 하는 난관도 까다로워졌기에, 부스 디자인 기술 또한 더욱 정교하게 발전되어야 했습니다. TI2-TI4의 부스에는 유리 벽이 단 하나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섯 번째 TI는 관중석이 360도로 배정된 원형 무대의 '중앙'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므로, 관중이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려면 부스의 모든 면이 투명해야 했습니다.
관중이 점점 더 늘어나고 그에 따라 소리도 더 커질 것이며, 부스 벽은 전부 유리로 만들 계획이었으니 당연히 방음은 진지하게 해결할 당면과제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벽은 유리를 여러 겹 겹치고 그 사이사이마다 아르곤가스를 채워 넣어 만들었습니다. 유리 층은 각기 다른 두께로, 서로 정확히 평행하지 않게 배치하여 음파 감쇠에 도움이 되도록 했습니다. (또한, 시각적으로 투명한 박물관 품질의 유리로 업그레이드했는데, 촬영에 훨씬 더 좋습니다. 결함이 거의 없어 근본적으로 렌즈에 투명하게 잡힙니다.)
TI5 부스를 완성했을 즈음에는, 부스 하나의 비용이 20만 달러가 넘었습니다. (그 모든 아르곤 비용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얄궂게도, 여섯 번의 The International을 거치면서, 저희는 근본적으로 완벽한 방음 부스를 제작해 냈는데... 그 후에 고스란히 창고에 넣어둬야만 했습니다. 다른 나라로 배송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그런 사실을 어떻게 알았느냐고요? 2015년 프랑크푸르트 주 대회를 위해 보냈는데, 운송 과정에서 다 부서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독일 현장에서 부스를 수리하고 다시 세워야 했습니다. 엄청나게 번거로운 일이었죠. 부스는 여러 가지로 유용하지만, 장거리 운송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저희는 이후 몇 년에 걸쳐 계속해서 선수 편의성, 부스 조명, 그 외 점진적으로 달라진 사항에 의미 있는 개선을 차근차근 이뤄나갔습니다. 작년 싱가포르에서 TI 치를 순간이 되었을 때, 10년간 소음 감소와 관련한 경험을 쌓아온 저희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해 볼 자신이 생겼습니다. 저희는 부스를 완전히 없애고, 잡음 제거 헤드폰, 삽입형 이어폰, 경기장의 음향 설계로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즉, 부스로 얻을 수 있는 경기의 무결성은 유지하면서, 그동안 부스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모든 사항을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많은 분이 쉽게 간과하는 부분은 도타 프로 선수들이 그냥 일어나서 대회 무대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선수들도 일반 운동선수와 똑같이 준비 운동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선수들은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등은 자신에게 맞게 사용해 온 자기 장비를 딱 맞는 자리에 놓고 쓰고 싶어 합니다. 부스를 사용할 때는, 플레이 구역에서 선수 장비를 계속해서 빼고 새로운 장비를 들여와 마지막 순간까지 설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런 까닭에 TI 대회 코디네이터는 키보드를 뺏어서 설치하는 부스로 달려가고, 선수들은 자기 장비로 경기 전 준비 과정을 제대로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부스 없는 무대는 회전식 컴퓨터 4세트로 구성되어 이런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했습니다. 그에 따라 간소화한 설치, 해체, 신속한 플레이를 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개선 사항은 프로 선수들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소음 감소는 너무나도 중요한 사안이어서 적절히 타협해 버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경기장의 음향 설계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긴 했지만, 저희가 원하는 수준으로 소음 감소를 이뤄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과소평가했습니다. 과연 저희는 부스 없는 대회가 다시 실험해 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까요? 물론입니다. 선수나 관중 모두에게 확실히 득이 되는 면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성공을 확신하기 전까지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저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수들은 더 좋고 더 빠르고 더 즐겁게 경기할 수 있는 방향이고, 우리는 더 흥미진진하게 관전할 수 있는 방향입니다.
그때까지는, 기쁜 마음으로 워싱턴 주 켄트에 보관되어 있던 '고전 방식'의 TI5 방음 부스를 다시 꺼내와 The International 2023의 주 무대를 장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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