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엘든 링은 명작이 맞는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다크 소울 1에서 엄청난 감명을 받았던 옛날 유저로서는 그보다 더 뛰어난 작품인가? 하면 아리송합니다. 발전한 부분도 많지만, 잃은 부분도 많다. 제 감상은 우선 이렇습니다. 그리고 저에겐 잃은 것이 얻은 것보다 조금 커 보이는 건 어쩔 수 없군요.
왜 잃어버린 떡이 더 커 보이냐? 소울 시리즈를 액션 어드벤쳐 게임이라고 봤을 때, 저는 아무래도 어드벤쳐 쪽을 더 좋아하는 유저라서 그런 거 같습니다. 엘든 링은 오픈월드인데다가 컨텐츠량이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데 왜 다크 소울 1의 어드벤쳐성이 더 뛰어나게 느껴지느냐?를 이번 감상에서 주로 다뤄보려고 합니다.
다크 소울과 엘든 링 사이에 양적인 것이 아닌 질적인 차이가 있다면, 그건 분명 두 작품이 단순히 내용적인 측면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시스템적인 차이를 플레이어인 제가 어떻게 느꼈는지를 짚어 가면서 진행하고 싶네요.
우선 다크 소울엔 맵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다수 플레이어들이 그랬듯이, 눈앞의 넓은 공간을 샅샅이 훑어가며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구석구석 훑으며 진행하는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장점은 필드에 놓인 거의 모든 걸 챙길 수 있다는 거겠죠. 아이템, 숨겨진 장소, 상인, 지금은 열리지 않지만 언젠가 사용할 것 같은 지름길, 그리고 지나쳤으면 죽이지 못 했을 적들에게서 챙길 수 있는 소울 등 말이에요. 단점은 명확하죠. 죽어서 이제껏 모은 소울을 전부 떨굴 수도 있다. 어찌저찌 꽤 많은 구간을 진행했는데 불붙은 나무통에 맞거나, 멍청하게 반대편을 보고 있는 적을 뒤잡했는데 알고 보니 흑기사이거나 하면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죽음을 피할 수 없죠.
그런데 길이 또 항상 직선적이지가 않아요. 항상 갈림길이 나타나죠. 지금 가는 이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할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지금 가고 있는 길로는 갈 수 없는 곳에 놓여있는 아이템이 눈에 들어오죠. 아니면 메시지나 적, 문이나 사다리 등일 수도 있구요.
그리고 이렇게 꼼꼼히 필드를 탐색하며 진행하다가, 어느 순간 전혀 예기치 못하게 이전에 봤던 장소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이때의 놀라움이나 달성감은 이 세계가 유기적이고 살아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게 되죠. 물론 이건 엘든 링을 포함한 모든 소울 시리즈에서 공통적으로 목격할 수 있는 요소이지만, 그 수준은 대체로 다크 소울 1이 가장 높게 평가 받을 만 하다고 생각해요. 불어터진 익사체의 산 너머로, 눈에 익은 푸른 잔디 길과 흔들다리가 철문 하나를 통해 이어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시각적/감정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맵의 부재, 갈림길, 필드에서 마주하는 이득과 손실,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 등의 요소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의 공간을 입체적으로 기억하도록 유도합니다. 당연하게도, 그 공간 자체와의 친밀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세계 자체에 애착감을 가지게 되죠. 작은 공간 하나하나에 3차원적인 기억과 경험이 녹아있으니까요.
엘든 링은 우선 맵 버튼이 있고, 그 맵을 밝혀줄 지도가 있습니다. 지도가 아직 열려있지 않더라도 조각의 위치 정도는 살짝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일단 지도조각을 얻게 되면, 아직 가보지 않았더라도 뭔가 가봄직한 지형들은 지도에 대충 나타나 있어요. 가까이 가면 아이콘으로 표시되긴 하지만, 지도만 보고도 아 여긴 가봐야겠다 할만한 곳들이 빠르게 파악되죠.
거기에 더해 말이 있죠. 걸어 다니려면 계산이 안 서는 넓은 공간 때문에 당연한 것이긴 한데, 이것 때문에 가능해진 전술(?)이하나 있습니다. 이른바 먹고 튀기인데, 내 레벨이 얼마든 간에 말을 타고 빠르게 필드를 치고 빠지는 게 가능해졌어요. 지도를 줍거나 종자를 줍는 등 차근차근히 진행해가며 하려면 꽤나 귀찮은 일을 후딱 해치울 수 있죠. 거기다 운 좋으면 가다가 축복이나 npc를 발견할 수도 있구요. 물론 야광 화살을 맞거나 굴러오는 몹에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지만, 프롬 게임 특성 상 이런 헛죽음은 페널티가 거의 없죠.
이에 더해 필드 자체가 넓어진 데다가, 질적으로 봤을 때 선적이라기보다는 면적으로 변화했습니다. 그래서 필수에 가까운 아이템들은 무턱대고 아무 곳에나 널어놓을 수 없어졌어요. 다크 소울에서는 비밀문 뒤에 화톳불을 놓는 식으로 플레이어를 골탕먹이는 일도 자주 있었죠. 카라미트를 잡으려면 심연에 들어가기 전의 지역을 샅샅이 뒤져야 하기도 했죠.이런 방식은 어느 방향을 잡든 간에 벽이나 낭떠러지 등으로 ‘막아주는’ 방식을 통해, 게임 내 공간을 선적으로 구현했기 때문이었어요. 미로가 아무리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어도 일일이 펴보면 하나의 본류와 여러 개의 지류로 이루어진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엘든 링은 필드가 넓고, 선이 아닌 면의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이런 곳에 중요 아이템을 배치하면 플레이어 입장에선 굉장히 곤란해져요. (저는 이런 느낌을 이전작인 다크 소울 3의 팔란의 성채에서 불 3개 붙일 때 느꼈는데, 엘든 링에도 사프라 강 하층이 그거랑 비슷하더군요.일부러 말 타고 다니지 말라고 야광화살을 배치한 거 같은데, 그래서인지 다른 지역들보다 스트레스가 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아이템들은 이전작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작은 던전들, 성, 도시, 학원 안에 배치할 수밖에 없죠.
맵과 지도, 말을 이용한 빠른 이동,넓은 면 형태의 공간, 아이템들을 ‘지나쳐도’ 된다는 심리 등이 합쳐져 엘든 링의 세계가 군데군데 ‘비어있다’는 인상을 띠게 합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맵이 점들의 집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거죠. 점들은 물론 갱도, 묘지, 좀 더 크게는 성, 학원, 도시 등이구요. 그점과 점 사이를 이동하는 구간들은 거의 빈 공간이나 다름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엘든 링에도 다크 소울과 비슷한 공간이 존재하는 것 아닌가? 흉조네 지하만 해도 (몹들의 지랄맞음도 그렇고) 하층에서 병자마을까지의지역을 뛰어넘는 촘촘한 밀도를 가진 공간이 아닌가? 하면 그 말씀이 맞습니다. 성이나 흉조네 지하 같은 대규모 던전들은 지도를 열어봤자 수직 구조를 파악할 수도 없고, 말을 탈 수도 없고, 선적인 공간 구조를 가지며, 그래서 샅샅이 탐색하며 나아가는 프롬의 전통적인 진행 방식이 구현되어 있죠.
그런데 엘든 링은 맵 버튼이 있다는 게 조금 걸리는 것 같습니다. 아마 소울 시리즈를 좀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유튜브 채널 GMTK의 ‘다크 소울의 월드 디자인’이라는 영상을 보신 경험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영상에서 짚어내는 다크 소울 1의 뛰어난 점 중 하나가 ‘화톳불 간의 전송 기능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두 발로만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공간의 전략적 활용에 대한 고민이 동반된다는 점, 이전에 돌파한 구간들을 초행 때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 등이 세계 자체와의 친밀도를 증대시킨다는 것이죠.
그나마 다크 소울 1은 도착 가능한 화톳불이 제한적인 편이었지만, 블러드본과 3는 모든 화톳불로 이동이 가능해졌습니다. 엘든링은 거기에 더해, 전투 중만 아니라면 맵 버튼을 눌러 이동할 수 있게 되었죠. 물론 이러한 기능은 이전보다 훨씬 넓어진 세계에 필연적으로 따라와야 하는 편의성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다크 소울 1에서 느낄 수 있었던 몇 가지 플레이 경험의 상실로도 생각할 수 있다는 거죠. 에스트병은 0인데 쌓인 소울은 15000 이상일 때의 압박감, 화톳불을 발견했을 때 그걸 피워놓기만 할 지 아니면 거기에 앉기까지 할 것인지, 어느 화톳불을 더 피워놓을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 이전에는 벌벌 떨며 지나갔던 고성 안의 함정을 능숙하게 피해가며 무사히 소울을 보전하고 양파 셋을 구입했을 때의 달성감.GMTK는 이 같은 것이 다크 소울 1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짚어내고 있어요. 아무리 비슷한 구조의 공간이더라도, 이동을 제한하는 것 만으로 완전히 다른 플레이 경험을 이끌어내게 된다는 거죠. 그리고 저는 이 시각에 매우 동감하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난이도 역시 두 게임의 플레이 경험에 차이를 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둘 다 프롬이 만든 게임 답게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의 편차는 꽤 다른 편이죠.
다크 소울 1의 경우, 선형진행방식이기 때문에 개발자가 각 구간에서의 캐릭터 레벨이나 아이템 수준을 어느 정도 미리 기획해 놓을 수 있어요.한 화톳불에서 다음 화톳불까지의 몹들 숫자를 조절함으로써 획득 소울량을 제어할 수 있고, 몹들의 장비와 필드에 놓아둔 아이템을 통해서 장비를 제한할 수 있죠. 크리스탈 도마뱀 배치 따위로 강화 수준도 사정권 안에 놓을 수도 있구요. 물론 삼인귀 런을 통한 레벨 및 에스트병 뻥튀기 등의 꼼수나, 4개의 왕의 소울 획득을 위한 여정이 직렬배치가 아닌 병렬배치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불균형 같은 점이 없진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선형 진행은 게임의 난이도를 개발자가 생각하는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만듭니다. 이러한 계획된 난이도의 경험이 다크 소울 1의 세계에 일관성을 더해주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다크 소울 1의 세계는 어렵긴 하지만 끈기를 가지고 시도하면 충분히 돌파할 수 있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게임이 끝날 때까지 유지할 수 있다는 거죠.
엘든 링은 오픈 월드이기 때문에 언제 어느 지역을 방문하는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 있어요. 맵은 넓고 던전도 엄청나게 많아요. 이 경우, 한 번 어느 지역을 갔을 때 플레이 방식이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고 봐야죠.
우선 한 지역의 던전을 있는 대로 다 방문해보는 플레이가 가능하겠죠. 지도를 열지 않더라도 휙휙 둘러보다 보면 저기 뭐가 있을 거 같은데? 할 만한 곳엔 거의 다 던전이 있는 편이고, 석상들처럼 상호작용하면 던전 위치를 가리켜주는 이정표도 있기에 어느 정도 가능한 방식이에요. 그런데 이런 방식은 내가 강해지는 속도가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어요. 내 롱소드가 +5인데 단석(1)만 계속 쌓는 건 의외로 피곤한 일이니까요. 룬도 고만고만하게 주기 때문에 레벨업도 수고에 비해 느린 느낌이 들 거구요.이 지역은 우선 미뤄졌다가, 나중에 내가 써보고 싶은 다른 무기를 루팅하면 그때 다시 돌까? 하는 유혹이 들게 마련이죠.
아니면 필요한 만큼만 돌고 우선 더 상위 지역으로 가는 경우도 있죠. 이 경우엔 다크 소울 1에서의 플레이 경험과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유저가 스스로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방식이죠. 게다가 쐐기석의 수급이 철저히 제한됐던 이전작들과는 다르게 엘든 링은 단석을 얻을 수 있는 곳도 많을 뿐더러 팔기도 많이 팔기 때문에, 새로운 전투 스타일을 시도하고 싶을 때 새 무기를 강화하는데 부담이 적어요. 하지만 이전에 제껴놨던 던전들을 나중에 ‘털어버리는’ 경우, 그곳들은 처음 가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큰 감흥을 주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요. 강해진 플레이어에 비해 적이나 함정은 너무나 나약하죠. 몹이나 (성배형 던전의) 공간 구조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돌려 막는 경우가 많아서 새로움이 덜하구요. 하층 보스였던 산양머리 데몬을 이자리스에서 몹으로 만났을 때와, 파름 아즈라에서 두세 마리 씩 잡던 결정인을 나중에 보스로 다시 만날 때의 차이는 저에겐 꽤 커 보입니다.
어느 쪽이 되건 일관성을 지키기 어렵다는 게 문제겠죠. 압축적으로 기획된 다크 소울과 달리, 엘든 링은 어쨌든 한 눈 팔 여지가 많으니까요. 이점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당연히 있을 거에요.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고, 기계획된 난도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죠. 하지만 난이도의 일관성이 세계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저로선, 엘든 링의 변화는 장점보다는 단점으로 보이는 것 같네요.
난이도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쯤에서 흔히 말하는 꼰대 망자로서 약간의 자기변호를 해야 할 때가 된 거 같습니다.(물론 플레이타임이 제일 긴 다크 소울 1조차 200시간 남짓밖에 하지 않은 제가 망자라고 자칭하는 건 웃기긴 하지만 말이죠) 커뮤니티를 돌다 보면, 옛날 게임들 하던 방식으로 노영체, 노소환, 근접만 고집하다가 나가떨어져 놓고는 밸런스 망가졌다 난이도 조절 망쳤다며 꼰대질 한다는 의견들이 많은데요. 사실 맞는 말이긴 합니다. 스스로 다크 소울 4인 것처럼 플레이 하다가 알던 맛 안 나오니 욕한다고 하는데, 실제로 다크 소울과 엘든 링은 지향하는 게임 분위기 자체가 많이 다르죠. 엘든 링 처음 플레이 할 때 놀랐던 것 중 하나가, 필드에서 bgm이 나온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있는 듯 없는 듯 나오긴 하지만요. 다크 소울 1의 경우, 제사장이나 잿빛 호수 아니면 음악 자체가 없죠. 사실 적이 많은 구간도 별로 없어요. 공간의 규모에 비해 몹들의 밀도는 굉장히 낮은 편… 들리는 건 자기 발걸음 소리에, 많은 시간을 걷기만 하죠. ‘나 혼자 세계를 가로지른다’는 고독감이 게임을 지배해요. 그래서 뭘 하든 처음 플레이할 땐 혼자서 플레이를 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어요. 게임의 일관성을 플레이어 스스로 지키고 싶어 한다고 해야 할까요. (시스템적으로 봤을 때에도, 혼자 보스 잡으면 소울을 더 주죠. 혼자 하는 걸 부추긴달까요)
이런 지배적인 정서는 이후 작품들에서 점점 옅어져 가긴 합니다. 우선 언제든 제사장(이든 사냥꾼의 꿈이든)에 갈 수 있다는 것에서 드러나죠. 게다가 엘든 링에선 말이 함께 하죠. 우에다 후미토의 게임들을 해보신 분들은 아실 거에요. 혼자 있는 것과 말이라도 같이 있는 것 사이엔 엄청난 감정 차이가 있다는 걸요.(말이 아니라 연약한 소녀면 또 훨씬 달라지죠) 저도 처음엔 영체고 뭐고 그냥 검방기사로 플레이 했었고 그렇게 해야 제맛이라고 생각했는데, 뭐 지금은 주인님도 모시고 밤꽃검 들고 다 합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다크소울 때 밀드레드 소환하는 것보다 영체를 소환하는 게 거부감이 훨씬 덜 했어요. 게임의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뜻이겠죠.
그럼 이렇게 주절주절 늘어놓은 점들 때문에 엘든 링이 다크 소울 1에서 퇴화만 한 게임이냐? 하면 당연히 그렇지 않죠. 처음에 말했듯이 잃어버린 게 있긴 하지만 얻은 게 또 있어요. 게임의 방향성은 명확히 어드벤쳐성보다는 액션성을 강조하고 있죠. 제가 말하는 어드벤쳐성이 무엇이냐? 하면, 온 세계가 플레이어를 짓누르는 감각이라고 말해야겠죠. 스트레스가 커야, 극복될 때 쾌감이 크니까요. 다크 소울 1은 절묘한 몹배치, 함정, 의외의 공간 구조 등으로 어려움을 주지, 막상 보스전은 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죠.(온슈모우랑 공왕 정도가 어렵고, 원랜 그윈이 어려웠어야 했다고들 하는데 패링이 그만...)Dlc에서부터 보스가 확실히 어려워지는데,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다크 소울 1과 dlc는 조금 결이 다른 게임으로 보는 편이에요.
엘든 링은 방향성이 명확한 편이죠. 보스는 물론이고, 잡몹들도 액션의 밀도가 높아졌어요. 당연히 플레이어 캐릭터도 빠릿빠릿하고 호쾌하죠. 조작할 수 있는 동작도 다양해졌구요.(역시 점프가 있는게 큰 차이를 주죠. 전회도 그렇구요) 조작감, 시각적 화려함, 타격감 등 역동적인 감각들이 확실히 이전작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점들은 게임의 스케일 자체가 커져서 더 확실히 와닿구요. 비단 공간이 넓어지고 캐릭터들의 동작이 크고 다양해진 것뿐만 아니라, 색감이 화사해진 것이라든가 카메라웤이 역동적인 것도 굉장히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어요.(카메라 같은 건 불합리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뭐…) 특히 색채가 다양해진 점은 이 게임에서 굉장히 마음에 든 요소였어요. 다크 소울 1은 색채가 굉장히 다양한 게임이었고, 그것 자체가 세계 내의 지역들을 굉장히 개성적이게 만드는 특징라고 생각하거든요.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작은 론도와 비룡 계곡의 대비라던가, 센의 고성과 아노르 론도의 대비 같은 것들은 플레이어에게 굉장한 감명을 주니까요. 그런 요소가 블러드본과 다크 소울 3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엘든 링은 색감을 재발견해서 다크 소울 1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색채가 단지 공간을 꾸미는 것뿐만 아니라, 적들의 동작 자체도 화려하게 빛내줌으로써, 전투의 역동성과 액션성을 끌어올리고 있는 거죠.
액션만 잘 만들어도 충분히 명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액션 말고는 볼 필요도 없는 닌자 가이덴 2같은 게임이 인생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크 소울 1에 비하면 포기한 점들이 눈에 보일 뿐이지, 엘든 링이 다른 게임들에 비해서 어드벤쳐적 재미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죠. 스케일 자체가 커짐으로써 증대되는 어드벤쳐성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npc가 많아지고 지역들이 늘어나서, 퀘스트 라인이 길고 복잡해지고 스토리도 방대해진 것 같습니다. 엔딩 숫자가 늘어난 것만 봐도 확인할 수 있죠. (기디온 오프닐 경 쪽 엔딩은 없는 거냐..)
옛날 다크 소울 빠로서 아쉬운 소리를 많이 늘어놓긴 했지만, 엘든 링 정말 재밌게 즐겼고 또 한동안 재밌게 플레이할 것 같습니다. 제가 감히 메타식 평점을 매겨보자면, 다크 소울 1은 99점, 엘든 링은 95점 줄 것 같네요.긴 주저리 글 읽어주셔서 ㄳ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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