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사령관님이 저희에게 내려주신 명령을 지킬려고 노력했어요."
"기억하시나요? 마지막 명령을?"
" '이젠 나를 잊고 행복하게 살렴...' 라고 하셨죠."
"그거 아세요? 그 명령을 지킨 바이오로이드는 아무도 없는걸?"
"그 누구도...사령관님을 잊을 수는 없었으니깐."
"그래도 저희는 나름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조금 힘드네요?"
담담히 말하던 리제의 목소리는 어느새 흐느끼는 소리로 변해가기 시작한다.
"그거 아세요? 항상 밝았던 LRL은 사령관이 떠나고 우울해했고,"
"그 성실하던 콘스탄챠도...어느 순간 게을러졌어요."
"라비아타님도...이제 저희 앞에 모습을 내비치는걸 피하시더라구요."
"...사령관님..."
"이제 저도 조금 지친거 같아요."
"거기는 편하신가요?"
훗날 인류가 시조를 찾기 위한 여정에서 발견한건 어느 조그마한, 비석조차 없는 조그마한 무덤이었다.
아마 전승으로 내려오는 그대로, 인류의 시초이자 구원자로 알려진 그 분은 본인 의지에 따라 묘비조차 없이, 고향으로 여긴 조그마한 섬에 묻힌걸로 추정될 뿐이다.
다만 비석조차 없는 그 무덤이 시초의 인간의 무덤이라고 알 수 있던건 그 무덤 옆에 꽂힌
낡아가는 거대한 가위를 비롯한 역사서에서나 본 인류의 어머니들의 무기가 그 무덤을 외롭지 않게 지킨 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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