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설정 및 스토리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이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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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다행이 구금은 아닌거 같은데...”
소니언은 지금 잠수함 내부 널찍한 회의장 가운데 서있었다. 그를 중심으로 부채호 모양으로 라비아타를 비롯한 저항군의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들이 서있었다. 하지만 그들 또한 현 상황에서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당최 감을 못잡고 있었다.
그토록 바라던 인간님을 찾긴 찾았는데 문제는 이 지구의 인간이 아니라니.
“저기...라비아타 통령님. 혹시 저 인간분... 정신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거 아닐런지요..?”
용 대장이 조심스럽게 라비아타에게 물었다.
“하지만 보셨잖아요. 정신이상이라기엔 너무나 자연스러운 화법과 몸짓.”
라비아타는 경계심과 함께 잠시 생각하다 이내 소니언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앞에 계신 인간님. 저는 이곳 오르카 저항군의 대표인 라비아타라고 합니다. 인간님을 찾기 이전까지 저를 중심으로 바이오로이드 저항군을 이끌고 있습니다. 사실은 인간님을 발견하면 환영회라도 열어드려야 했는데 인간님께서 워낙 알 수 없는 말을 하셔서 좀 더 자세히 알고자 이곳 회의장에 모셨습니다. 이런 대우에 대해서는 미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라비아타는 격식을 차리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아...뭐..,.구금이나 취조는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보통 이런 식의 최초 조우는 대개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났거든요. 하하”
소니언은 나름 유머랍시고 내놓은 대답과 함께 손으로 총모양을 만들어 자기 머리에 대는 모션을 취했다.
“아! 아닙니다! 저희는 인간님께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리대장이 다급히 상황을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꽤나 나쁘지 않은 분위기임을 느낀 소니언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
“그럼. 본론으로 가시죠? 궁금하신게 많으신거 같은데.”
이에 라비아타를 위시한 지휘관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회의장 의자에 앉았다.
소니언도 가운데에 놓여진 의자에 앉았다.
첫 발언을 한 인물은 당연 라비아타였다.
“인간님. 지금부터 사실만을 저희에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거짓을 말씀하실거 같으면 차라리 말 할 수 없다고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소니언이 답했다.
라비아타는 본격적으로 질문을 시작했다.
“인간님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라비아타를 위시한 지휘관들은 집중하며 소니언의 대답을 기다렸다.
잠시 후...
“저는 우리우주, 그러니까 여러분들 입장에서는 다른 우주의 인류공화국에서 온 [소니언 지엔] 이라고 합니다. 저의 세계에서는 [그린프론티어]라는 탐사개척부대를 이끌고 있습니다.”
정말로 다른 우주라고 대답하는 소니언을 보고 술렁이는 회의장.
이윽고 다른 바이오로이드가 질문했다.
“소관은 저항군의 호라이즌 부대를 이끌고 있는 용 대장이라고 하오. 귀하께서 정말로 인간임은 우리도 뇌파로 확인했소. 하지만 소관이 궁금한 건 따로 있소. 귀하께서 진짜로 다른 우주의 인류에서 오셨다면 대체 어떤 이유로 우리세계에 오신거요?”
이에 소니언은 짧게 답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와 같은 동족이 그렇게 어이없게 몰락한 걸 확인하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왔습니다. 동시에 여러분께서 향후 원하시는 바를 확인하고 가능하다면 도움을 드릴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우리 인류의 몰락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오신거라 말씀하신 거요?”
“네. 사실 저의 세상의 인류는 몇 년 전부터 여러분의 세계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순간 여기저기서 저게 말이 되냐는 둥의 소리가 나왔다.
“모두 정숙! 집중해주시기 바랍니다.”
라비아타가 회의장의 모두에게 조용히 할 것을 요청했다.
소니언은 말을 이어갔다.
“저희 인류는 십여년 전에 다중우주를 서로 왕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그 첫 번째 기술실증대상으로 여러분의 우주가 선택된거구요. 여러분이 발견되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가장 이동통로가 짧은 우주여서 선택한 겁니다. 여러분을 발견한 것은 순전 우연이었습니다.”
소니언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다른 지휘관 바이오로이드가 질문을 했다.
“저는 스틸라인 부대를 이끌고 있는 마리 대장이라고 합니다. 그쪽 인간님도 부대를 이끌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정확히 어떤 부대를 이끌고 계십니까? 저희를 도울 수 있다고 하셨는데 어느정도 규모의 부대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소니언이 답했다.
“제가 이끌고 있는 [그린프론티어] 라는 부대는 일반적인 전투부대라기 보다는 미지의 영역을 탐사 및 개척하고 새로운 문명을 발견하면 최초 조우 및 교류를 추진하여 인류공화국의 영역을 넓히는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입니다. 때문에 다른 전투부대보다 규모가 상당히 작은 편에 속합니다.”
“대략 어느정도 됩니까?”
마리 대장이 물었다.
“전투인원과 탐사인원을 합하면 대략 10만명 정도 됩니다.”
소니언의 대답에 장내는 술렁이는 것을 넘어 믿을 수 없다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일개 부대가 소국의 상비군 숫자와 맞먹는다는 사실은 누구도 믿기 힘들 것이리라.
잠시동안의 소란을 진정시킨 마리 대장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했다.
“그...그럼, 혹시 그쪽 인류의 규모가 어느정도 되는 겁니까?”
소니언은 뭔 그런것까지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덤덤히 답했다.
“현재 우리인류의 인구는 대략 10조정도 됩니다.”
회의장 안은 놀라움을 넘어 고요하기만 했다. 소니언의 말을 들은 저항군 지휘부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 10조 라는 숫자는 그들의 입장에서도 허용범위 밖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라비아타가 던진 질문은 더욱 충격적인 답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어떤 질문이었냐면...
“잠깐만요. 10조라구요?! 지구는 그 정도의 인구를 수용 할 수 없어요! 거짓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그만둬 주세요.”
“지구의 인구라고 얘기 한 적 없습니다만...”
“그럼...어디 화성이나 달의 인구까지 합친건가요? 그렇다고 해도 10조는 터무니 없는 숫자에요!”
“제가 말하는 인구는 은하계 범위에서 집계된 인구입니다.”
“은하 뭐라구요?!”
“인류공화국은 우리은하의 3분의2 를 차지한 국가입니다. 10조 정도는 충분히 수용 가능하죠.”
은하계의 절반 이상을 지배하는 10조의 인구를 가진 인류라는 충격적인 발언에 그녀들은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어떻게든 저 하늘에서 온 인간님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일단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다들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 때 한 바이오로이드가 질문했다.
“난 스카이나이츠 지휘관 슬레이프니르라고 해.”
“오! 하늘을 날아다니는 어린 숙녀분이시군요!”
“어리지 않거든?! 멸망전쟁에도 참여한 베테랑이라고!!”
“멸망전쟁이요? 그 이곳의 인류가 외계세력과 싸우다 전멸한 그 전쟁말이죠?”
“어 맞아. 어떻게 알아 그걸?”
“우주로 뻗어나가는 전파중에는 방송이나 군사통신도 있으니까요. 그 흔적을 분석하면 대략적인 당시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인간 너가 말한대로라면 그쪽 인류는 멸망을 이겨내고 세력이 커진거잖아?”
“멸망을 이겨냈다기 보다는...... 애당초 그런 일을 겪을만한... 아 뭐.... 그렇다고 치지요. 네. 뭐 그렇습니다만.”
“혹시... 그쪽에도 바이오로이드 같은 애들이 있어?”
다른 바이오로이드들도 슬레이프니르의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다. 만일 멸망하지 않은 인류라면 그곳의 바이오로이드의 삶은 어떨지 물어보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소니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제가 속한 인류는 바이오로이드를 만든 적이 없습니다. 정확히는 바이오로이드 같은 존재들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바이오로이드같은 개념을 생각해낼 수 없었던 거야?”
“아니요. 제가 사는 세상의 인류는 그런 비윤리적인 생명공학을 할 생각을 안 한 겁니다.”
소니언의 말은 그곳에 있던 바이오로이드들의 정신 깊숙이 박힌 관념에 충격을 때렸다는 표현으로도 모자랐다. 사실 바이오로이드는 비록 인간을 향한 봉사 및 인간사회 발전이라는 의도적인 관념을 주입당하며 만들어졌지만 설령 그런 주입을 당하지 않더라도 인간사회는 누가 봐도 바이오로이드가 없으면 절대 돌아가지 못하는 구조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소니언이 사는 인류는 바이오로이드에 의지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었고 심지어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판단 아래 바이오로이드나 그와 비슷한 존재를 만드는 것을 처음부터 금지했다.
이점에서 그녀들은 말 할 수 없는 충격에 빠진 것이었다. 소니언의 입으로 묘사되는 인류는 하나하나가 자신들이 떠받치던 인류와는 반대쪽 극단에 가있는 대척점 같았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대척점에 간 소니언의 인류 말이다.
그녀들의 혼란스런 모습은 더욱 가중되었다. 마치 절대불변의 진리가 깨진 것 마냥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종교인을 보듯이.
“나...머리가 아플려고 그래... 잠깐만... 난 좀 이따가 다시 할게...”
슬레이프니르는 손을 이마에 대고 정신과 감정을 다스리려 애썼다.
잠시 누구도 질문을 하지 않는 틈을 타 또다른 바이오로이드가 질문했다.
“나는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의 지휘관 레오나라고 해. 하나 물어볼 것이 있어.”
순백의 아름답지만 차가운 인상의 레오나라는 이름을 가진 바이오로이드가 말했다.
“아 네. 말씀해보세요. 레오나 지휘관.”
“인간. 당신의 말을 솔직히 전부 믿을 수 없어. 그렇다고 당신의 말이 거짓이라는 증거도 없어. 게다가 당신이 입고 있는 그 전투복. 확실히 이곳의 기술로 보이지 않아.”
확실히 소니언이 입고 있는 전투복은 그녀들이 살았던 인류문명이 만든 것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물건이었다. 기계적인 느낌을 주긴 하지만 그와 함께 철학이나 예술적 요소도 가미된 모습이기 때문이다.
레오나는 이어서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아니 우리 저항군은 솔직히 아직 당신에 대한 신뢰가 없어. 만약 당신이 어느 외딴 섬에서 보통 인간으로 발견되었다면 바로 저항군 사령관으로 추대되었겠지만 당신은 그게 아니었고 스스로도 이곳의 인간이 아니라고 말했잖아?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저를 신뢰할 만한 증명을 해라 이 말씀인거죠?”
소니언은 레오나의 의도를 이해하고 중간에 끼어들어 말했다.
레오나는 긍정하며 말했다.
“맞아. 최소한 당신이 우리편이라는 걸 증명해줬으면 해. 혹시 몰라? 인간으로 위장한 철충인지? 당신도 아는지 모르겠는데 철충은 인간과 흡사한 뇌파를 발산해. 그 때문에 우리는 철충과의 싸움에서 애를 먹고 있고. 만약 작정하고 인간으로 위장하면 우리쪽에서는 알아낼 방도가 없단 말야.”
레오나의 날카로운 지적에 장내는 다시 술렁거렸다.
“레오나 대장. 인간님에게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실례가 아닐 수도 있지. 진짜 철충이 인간으로 위장해서 거짓말하고 오르카 안으로 들어온거라면 마리대장이 책임질래? 슬레이프니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난...판단을 보류하겠어. 아직도 머리가 아파...”
회의실 안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내놓으며 갑론을박을 벌이기 시작했다.
한편, 그녀들 중 가장 서열이 높은 라비아타와 용 대장은 조용히 둘이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통령님. 레오나 대장의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현재 저항군의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상황으로 보입니다. 철충 세력과 비교하면 저항군은 한줌이라고 해도 될 정도니까요. 아무런 의심없이 인간님을 발견했다고 우리 편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요소가 너무 큽니다. 더군다나 스스로 다른 우주에서 왔다고 하는 인간이라면 더욱 말입니다.”
“그건 저도 동의해요. 하지만 어떻게 증명하라고 하죠? 철충과 싸움이라도 시키시게요?”
“그건 안될 말입니다. 다른 우주에서 오셨다고 주장하시지만 제가 보기엔 근본적으로 같은 인간입니다. 스스로 군인 이라고 하셨지만 인간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는 저희세계의 인간님들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제가 차후에 방안을 생각해서......”
“제가 철충들 몇 마리 잡아죽이면 믿어주실겁니까?”
용 대장의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마치 용 대장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소니언은 자기가 직접 철충들을 소탕하겠다고 말했다.
“소니언 대장, 안되오. 혹시 소관의 말을 들으신 거라면 실례했소. 철충들은 인간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오. 우리쪽 인류문명의 정보들을 보셨으니 잘 아실 것 아니오.”
용 대장은 정중히 소니언을 말렸다. 하지만 소니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같은 인간은 처음일 겁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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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로스엔젤레스라고 불린 도시의 어느 해변.
이곳은 과거 산타모니카라는 아름다운 해변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철충들이 우글거리는 인외마경으로 바뀌었지만.
이곳 해안으로부터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오르카호가 도착했다.
저항군이 소니언을 발견하기 전 한번 공략에 나섰다가 실패한 곳이었는데 소니언 때문에 다시 온 것이었다.
30분 전.
“제가 여러분들이 점령에 실패한 저 도시 해안가를 접수해서 여러분들이 찾고자 하시는 물자들을 확보해보겠습니다.”
“미치셨습니까 인간님?!”
“아니 여러분 들어보세요. 여러분들 입장에서는 손해없는 장사 아닙니까? 만일 제가 철충이라면 괜히 동족들이 있는 곳을 박살낼 수 있을까요? 아마 주저하다가 결국 정체를 보이겠지요. 그리고 즉시 여러분들이 쏜 탄환에 구멍이 숭숭 뚫리겠지요. 그리고 제가 진짜 인간이라면 철충한테 비이성적인 돌격을 하려는 온전치 못한 정신을 갖고 있다는 건데 사령관 역할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그니까 제가 저곳에 갔다오겠다는거 아닙니까.”
소니언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하지만 확언은 못주겠다는 듯 몇몇 바이오로이드들은 긍정도 무정도 아닌 에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라비아타 통령. 한번 보내보는게 어때?”
레오나가 라비아타에게 물었다.
“그래도 인간님에게....”
“능력도 없고 정신도 이상한 인간이라면 오히려 우리에게 재앙이야. 저 인간 말대로 진짜 철충이면 즉시 쏴버리면 되고. 해보자 통령언니.”
“......아마 이게 제가 내리는 최고의 결정 혹은 최악의 결정이겠군요... 좋아요.”
라비아타는 소니언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런 이유로 소니언은 지금 수면에 부상한 오르카호 갑판에 올라 해안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틸라인 부대원들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중대급 병력이 편성되어 상륙보트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함교 상황실에서는 작전실황 화면을 보기 위해 라비아타와 각 부대 지휘관 및 부관 바이오로이드들이 참석했다.
“소니언 인간님. 제안해주신 대로 해드리겠지만 사실상 스틸라인 병력이 대부분의 교전을 맡을 것이고 인간님께서는 저희가 찾고자 하는 물자를 찾아서 가져오시면 되는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저희는 인간님을 믿겠습니다.”
라비아타가 소니언에게 교신을 했다. 사실 라비아타의 속마음은 ‘차라리 울고불고 도망치더라도 인간으로서 살아돌아오면 그걸로 됐다’ 이지만 반대로 저항군을 이끌 인간으로서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는 판단도 함께하고 있었다. 두 생각의 충돌은 라비아타를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함으로 끌어드렸다.
“소니언 인간님! 보트승선준비 완료되었슴다! 이쪽으로 타시면 됨다!”
한 브라우니가 소니언에게 준비가 끝났음을 알렸다. 하지만 소니언은 요지부동으로 여전히 해안가를 바라보며 혼자 뭔가를 중얼거렸다.
“흠... 하드라이트 소드를 쓸까? 하드라이트 라이플을 쓸까...? 흠... 아니야, 더욱 극적인 효과를 주고 저 사람들한테 내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면 내 입장에선 이후 활동이 더 수월할지도? 그럼 방법은 그것뿐인가?”
물론 이 중얼거림은 통신을 타고 상황실까지 흘러들어갔다.
상황실 내 지휘부에서는 소니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니언 대장. 용 대장이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요? 지체할 수 없으니 어서 상륙 보트에 타서.....”
“스틸라인 분들께 천천히 따라오시라고 전해주세요.”
“예? 무슨 말씀.....”
[쿠후우우우우우우우웅 쿠쾅!!!!!!!]
보트에 타있던 스틸라인 부대원과 상황실 지휘부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갑판 위에 서있던 소니언이 갑자기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단 한번의 도약으로 1km 건너의 해안에 도달 한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소니언은 단 한번의 점프를 하여 해안에 도달했다. 문제는 그 점프가 높이는 수십미터에 달하고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소닉붐이 일어날 정도였다.
점프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소니언이 착지한 곳에는 이미 십여마리의 나이트칙과 정찰중이었던 3마리의 스펙터, 그리고 소수의 하베스터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곧 소니언이 지면에 착지하면서 발생한 엄청난 충격파에 장갑이 찢어지고 몸체가 우그러지고 그 여파로 안에 있던 철충 유체까지 한방에 터져버렸다.
특히 소니언에게 발견된 3마리의 스펙터....
“저놈들 이름이 스펙터라고? 나도 스펙터인데 기분이 참 나쁘네? 스펙터의 명예를 훼손하는 존재들이구만. 그럼 뭐다? 없애야지!”
이 생각이 끝나자 마자 소니언은 다시 점프를 하여 스펙터 위로 올라탔다. 그 후 주먹을 내리꽂으니 거대한 충격파와 함께 스펙터의 장갑이 종잇장마냥 뚫리고 말았다. 소니언은 이 상태로 나머지 두 마리의 스펙터를 항해 ‘힘껏’ 던졌다. 소닉붐을 일으키며 또 한 마리의 스펙터와 부딪혀 폭발하는 것을 본 나머지 한 마리의 스펙터는 소니언에게 기총인지 미사일인지 모를 것을 날려대면서 돌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소니언의 전투복 쉴드에 여지없이 흡수되거나 튕겨나갔고 소니언은 여유롭게 그 스펙터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타이밍에 맞춰 주먹을 내질러 충격파와 함께 지면에 꽂아버렸다. 그 후 아름답게 폭발하는 스펙터.
해안선에서 좀 더 안쪽에는 이미 상황을 파악한 철충 20마리 정도가 방어진을 치고 있었다. 소니언이 바이오로이드들로부터 사전에 습득한 지식으로 저들은 팔랑스/레기온/센츄리온 임을 알 수 있었다.
소니언이 그들 쪽으로 접근하려 하자 즉시 수많은 탄환들이 날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니언이 순간이동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엄청난 스피드로 팔랑스/레기온/센츄리온의 코앞까지 붙었다. 말그대로 코앞이었다. 주먹을 내지르면 바로 닿을 수 있는 거리.
그 즉시 소니언쪽으로 무수히 많은 탄환이 날아왔지만 소니언 전투복의 쉴드덕분에 씨알도 먹히지 않았고. 소니언은 탄환이 날아오든 말든 잠시 어느 한 센츄리온을 노려보면서 가만히 있다가 이윽고 빛의 속도로 주먹을 내지르고 한 손으로 집어 던지고 바로 다시 옆 철충한테 빛의 속도로 붙어서 그 속도 그대로 다른 철충이 있는 곳 까지 끌고 갔다. 그 후 옆에서 비틀거리던 팔랑스를 발로 차서 무너진 건물에 냅다 꽂아버렸다. 역시 충격파는 발로 찰 때 한번 건물에 꽂힐 때 또 한번 일어났다. 안에 있던 철충 유체는 탈출할 겨를도 없이 팔랑스와 함께 폭발했다.
상황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니 나머지 철충들은 오히려 점점 방어선을 뒤로 물리면서 제대로 된 공격도 못하고 있었다.
소니언은 뭔가 느낌이 온 듯 홀로 낙오된 비틀거리는 레기온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철충 유체를 꺼내 한손으로 들었다.
유체는 손에서 빠져나가려 발버둥치면서 몸들 비틀고 있었다.
소니언은 그런 유체를 들고 이미 뒤로 물린 방어선으로 후퇴한 나머지 철충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나같은 놈은 처음일거다. 이 쇠벌레들아. 나는 니놈들에게 필연적인 재앙이다.”
라는 말과 함께 한손의 악력만으로 철충 유체를 짜부러뜨렸다.
철충 유체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곧 회로 부스러기와 알 수 없는 체액을 흘리며 죽었다.
이런 충격적인 광경을 본 철충들은 하나 둘 도시 안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판단으로도 전혀 사고의 범위 밖의 인간이 대뜸 나타나 동족을 도륙했으니 말이다.
어느정도 상황이 정리된 것을 본 소니언은 나지막히 지휘부에게 말했다.
“이곳의 인류는 고작 이런 놈들 때문에 몰락한 겁니까?”
상륙보트를 타고 오면서 이 말도 안되는 광경과 소니언의 통신을 들은 스틸라인 병력을 물론 지금까지의 실황을 전부 본 지휘부의 바이오오이드들 또한 거대한 충격에 휩싸였다. 심지어 몇몇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거나 무릎꿇고 두 손을 모아 기도인지 모를 것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격한 반응을 보인 사람은 당연 라비아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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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드디어 주인공 사령관이 처음으로 라오 세계관 최강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런 류의 스토리는 자칫하면 주인공의 무안단물스런 능력으로 재미가 없어지는데
때문에 이번 소설은 이야기의 중심이 주인공 사령관의 무쌍이야기가 아닌 바이오로이드의 자아실현 이야기로 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형편없는 글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공인 소니언 사령관을 비롯한 멀티버스 인류의 전사들이 싸우는 모습과 신체능력에 대한 묘사는 '맨오브 스틸' 조드장군 및 그 휘하의 크립톤 전사들이 싸우는 것에서 착안했습니다. 물론 싸우는 방식이나 능력만 착안한것이며, 멀티버스 인류의 전사들은 꽤나 정의롭고 긍지높은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토막 설정]
작중에 소니언이 언급한 '하드라이트'라는 것은...
하드라이트: 빛 입자 (광자) 를 고체형태로 가공하여 물리적 특성을 띌 수 있게 하는 기술. 이를 이용하여 수시로 켜고 끌 수 있는 다리를 만든다던가 검의 형태 또는 탄환의 형태로 만들어 무기로서도 쓸 수 있는 등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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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바이오로이들에게 주인공은 목숨의 구원자이기도 하지만 정체성+자아의 구원자이기도 합니다. ㅎㅎ | 22.04.14 02: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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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다음날부터 이상하게 적극적으로 붙어대는 바이오로이드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ㅋㅋㅋ | 22.04.14 02:4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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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헤이 개체들은 절대로 찬양쪽일겁니다...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구원자 포지션이니;; | 22.04.14 03: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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