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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이 수립되고 대장이 - “무모한 짓이군”이라고 담담하게 평하긴 했지만 - 동의하자, 더 이상 기다릴 것은 없었어. 스틸라인보다는 수가 딸리고 발할라보다는 냉철함이 딸리는 우리 호드가 가진 장점은 행동력이야. 고비사막도 한달음에 주파할 수 있는 그 추진력. 그러니, 더는 망설일 건 없었어.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가진 것을 모두 챙기고, 방독면과 방호복을 뒤집어쓰고, 마침내 문 앞에 섰어. 우리의 리더로서, 칸 대장이 점검을 시작했지.
“무기 점검.”
“완료.”
“탄약 장전.”
“완료.”
“방사능 보호장비 확인.”
“완료”
“기타 보급품과 장비.”
“전량 소지.”
“좋아.”
대장은 눈을 감았어. 그런 그녀를 보고 나는 어깨가 약간 무거워졌어. 이 작전을 입안한 것은 나고, 나에게 주어진 역할도 중해. 만약, 이 작전이 실패한다면, 그렇다면...모든 책임은 내게 있는 거야. 물론 실패한다고 해도 나한테 욕할 사람은 없을 거야. 그 때가 되면 우린 다 죽었을 테니까. 하지만, 날 믿어 준 대장과 워울프를 저승에서 무슨 낯짝으로 보지? 아니다. 그렇게 죽으면 저승 갈 염치도 없어서 구천을 해멜 걸. 사막을 떠도는 야생 낙타마냥.
“겁먹은 것 같군, 카멜”
“엉? 대장도 가끔은 헛소리를 하네요”
대장이 씩 웃었어.
“부하의 긴장을 풀어주려면 가끔은 바보가 되는 것도 방법이지”
“제가 긴장을 왜 해요”
안 그래 보여도 호드도 군대야. 평소에는 위아래도 없고 양아치같고 껄렁하게 굴어도, 우린 군인이야. 우린, 우리 하는 일은 빌어먹게 잘하는 프로야.
두렵냐고? 물론 두렵지. 전투는 위험과 불확실성 - 난 이게 뭔 말인지 모르는데 발할라 애들한테 주워들은 거야 - 으로 한가득이야. 하지만, 이미 계획은 시작되었어. 이미 시작한 건 돌이킬 수 없어. 이왕 돌이질 수 없다면, 그냥 머리 비우는 게 나아.
“좋다, 제군들. 잡담은 여기까지.”
칸 대장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어. 저, 바깥을. 그리고, 앞장서서 은신처를 나섰지. 만반의 돌격 태세를 마치고서. 우리 모두를 이끌며.
“달려보자, 호드.”
...
놈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어. 아,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청사로 향하는 길과 그 주변은 한 번 가 본 적 있어서 - 죽을 고비를 넘겨가면서 말이지! - 이제는 익숙하다는 점이야.
최대한 놈들의 추격을 피하려곤 했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었어. 지난 번에 저 빌어먹을 청사 위에서 뛰어내린 이후로 내 다리도 약간 삐걱거리는 것 같고, 칸 대장의 경우는 아예 한 쪽 다리 추진기가 작살이 났으니까. 놈들을 따돌릴 만큼 빠르게 움직일 수는 없었어. 젠장, 그리고, 반복해서 말하지만, 방독면 쓰고 달리는 거, 이거, 정말 짜증난다고!!
“아 씨 진짜 빠르네!"
결국, 우리가 청사...정확히는 청사 바로 앞 사거리에 도달했을 때쯤 놈들은 이미 우리 뒤통수를 물어뜯기 직전이었어. 가장 뒤쳐저 달리던 워울프가 소리쳤지.
“으아아아- 대장 나 진짜 죽겠어!”
“알았다! 카멜, 뒤는 부탁한다!”
그래도, 놈들의 추격을 피해 거기까지 이동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어. 우리 셋이서 서로가 서로를 엄호해주기도 했고, 놈들 입장에서도 목표가 셋이니 조금 주의가 분산되었던 모양이지.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지.
촤락! 칸 대장이, 다리가 하나 박살났다곤 믿기지 않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동작으로 돌아섰어. 투쾅! 선두에 선 괴물 한 놈이 벌러덩 나가떨어지는 걸 신호로 워울프가 그 지하 시설에서 들고 온, 얼마 남잖은 폐유(廢油)를 바닥에 흩뿌렸어. 그리고 자기가 담배 필 때 사용하는 라이터를 거따 내던졌지.
“파티 하자, 얘들아.”
투확! 불길이 솟아올랐어. 그 건너편에서 놈들이 멈칫하는 걸 알 수 있었어. 빙고! 놈들은 확실히 불이 싫긴 한 모양이야. 그러니 기회는 바로 지금뿐이었지. 둘이 내게 외쳤어.
“올라가라, 카멜! 시간을 벌어주마!”
“우리 죽기 전에 돌아오라고!”
하 부담감 졸라게 주네. 하지만 맞는 말이야. 나 뿐이었지. 칸 대장은 다리 한 쪽이 맛이 갔고, 워울프 저 바보는...난 솔직히 쟤가 바보라서 통신기를 사용할 줄 모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질 못했어. 그러면 어쩌겠어. 다시 한 번 내가 가야지.
“으라차아!”
나는 다시 한 번, 펄쩍 뛰어 그 빌어먹을 철골에 매달렸어. 다시는 이 차갑고 딱딱한 감촉을 맛볼 일 없길! 이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대장과 워울프가 시간을 벌어 주었고 이미 한 번 올라가 본 사다리였기에 나는 지난번보다는 훨씬 빠르게 옥상까지 뛰어 올라갈 수 있었지. 옥상에까지 다다른 나는 뭐 돌아볼 것도 없이 곧바로 청사 통신장비실을 찾아 내달렸어. 거기에 통신탑과 연결하여 전파를 쏘아보낼 콘솔이 있을 테고, 나한텐 시간이 없었으니까.
다행히 청사 통신장비실은 통신탑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었어. 그리로 한달음에 달려간 나는 미친 듯이 전원을 켰지.
“제발...켜져라...제발....”
삐이
불이 들어왔어! 작동했어! 비록 비상 전력기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불이 흐릿하고 깜빡였지만, 스피커 음량은 낮고 들릴락말락한데다 잡음이 심했지만, 젠장, 적어도 이건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고!
‘생각해보면 당연한가’
그녀, 마리아가 바로 여기서 바로 이 장치를 사용했을 테니까.
수십 년 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바이오로이드들을 속이고 유인하기 위해. 철충만도 못한 악마 같으니.
하지만 그에 대해 더는 생각할 시간이 없었어. 나는 급하게 통신 콘솔의 다이얼을 돌려 저 도시 바깥에 있을 페더의 통신기 주파수를 맞췄어. 그리고 전파를 쏘아보냈지. 모르긴 몰라도 바깥의 통신탑에도 불이 들어왔을 거야.
“빨리 받으라고, 이 변태 치녀야”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그간 페더가 오르카에서 해온 온갖 부끄러운 짓거리들을 한 세 번 정도 중얼거리자 지직, 하는 잡음과 함께 -연결됨- 메시지가 떴어.
“어, 뭐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통신보안?”
굉장히 노이즈가 심하고, 음량은 볼품없었지만, 분명히 건너편에서 익숙한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어. 야호!!!
“페더, 페더. 들려?”
“뭐라고요? 여보세요? 누구세요?”
아 씨, 이 외딴 허허벌판 도시에서 니한테 연락할 사람이 나 아니면 누구겠냐고! 방독면 때문에 내 목소리가 잘 안 들리나? 나는 방독면을 벗고 냅다 소리쳤어.
“들리냐고, 이 구제불능 관음증 이상성도착자야!”
“카멜? 오 맙소사! 카멜이에요?”
“그래, 오랜만이지?”
“사흘 동안 뭐 하고 있었어요? 걱정했다구요! 괜찮은 거에요?”
“어....”
지금 상황을 괜찮다고 해야 하나? 그러나 당장 우리가 처한 이 망할 시추에이-숀을 설명할 시간도 없었고, 말해도 믿을 것 같지 않았지. 정체를 설명하기도 한세월은 걸릴 괴물 셋이서 우릴 다 죽이려고 한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설득력 있겠어? 그래서 나는 - 건물 바깥에서 대장의 다급한 외침이 아련히 들려오기도 했고 해서 - 경제성을 택했지.
“아...뭐...일이 좀 있었어.”
“카멜! 빨리 해라! 시간이 없다!”
“이건 대장님 목소리 같은데? 멀리 떨어진 데서 들려오는데요? 대체 뭐에요?”
아니, 대장 말을 뭐로 듣는 거야? 우린 시간이 없다니깐! 도시 바깥에서 혼자 대기하느라 어지간히 심심했나? 왜케 말이 많아! 나는 거두절미하고 페더의 말을 다 끊고 최대한 빨리 용건만 전달하기로 했어.
“저기, 우리 사랑하는 딸론아,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으웩. 워울프처럼 말하지 말아줄래요? 그리고 딸론이라고 부르지 마요”
“그래그래, 딸론아. 아무튼 들어 줄 거지?”
“아, 정말. 뭔데요?”
“그게 말이지....”
내 생각을 들은 건너편의 응답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지.
“뭐라고요? 뇌에 방사능 들어갔어요?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에요?”
암. 제정신이 아니니까 호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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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에 지원요청하기엔 거리도 너무 멀고, 사정 설명할 시간도 부족할 테니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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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읍니다. 오히려 어떤 의미로는 가장 정신나간 애일지도... | 21.12.17 20: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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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에 지원요청하기엔 거리도 너무 멀고, 사정 설명할 시간도 부족할 테니까요 ㅎㅎㅎ | 21.12.17 21:51 |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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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추종자
호드는 늘 제정신이 아니죠 ㅎㅎㅎ | 21.12.18 17: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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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읽어주시기를! | 21.12.19 01:5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