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던 곳은 비교적 한국인들이 많이 안사는 지역이었고,
또 내가 있을 당시만 해도 관광으로 후쿠오카나 오사카처럼 한국인들이 늘 가는 그런 곳은 아니었음(내가 살던 동안에 저가항공으로 일본의 갈만한 곳은 이미 다 다녀온 사람들이 이윽고 이곳까지 온다는 느낌으로, 급격히 한국인 관광객들이 확 확 늘어나는 게 체감이 됐었으니…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지만)
그래서인지 나름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도 내가 한국인이란 걸 알면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와선 이것저것 질문하는 경우가 많았었더랬다(특히 동네 술집 들어가서 카운터석에 앉으면 100% 확률)
아마 한국인이 신기했나 봄
암튼 건너간 초기에 나는 한 음식점에서 1년 정도 서빙 알바를 했었는데,
내 이름 중의 한자 한 글자가 일본에선 상용한자 2156자에 포함이 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인명이나 지명으로도 전혀 쓰인 예가 없는 특이한 한자라,
이름표도 점장이 그냥 가타카나로만 뽑아서 달아줌
그러다보니 불특정 다수와 계속해서 얼굴을 맞대는 서빙 일을 하다 보면 손님들이 ‘혹시 한국인?’ 하며 말을 거는 일들이 많았다(더군다나 내 이름이 일본에서 유명한 한류 연예인의 이름과 같아서 더 그러지 않았을까 함. 내 이름을 처음 들으면 다들 하나같이 그 연예인을 얘기했었으니…).
그렇게 말을 걸며 보이는 반응은 대체로 3가지로 나뉘었는데,
첫 째는 여고생이나 대학 새내기 정도로 보이는 어린 여학생들이 “와! 한국인이다!” 하면서 신기해하고 좋아하며 말 거는 거(아마도 케이팝 아이돌 팬들),
둘 째는 아줌마들이 날 붙잡고서 “진짜 한국은 여자들이 전부 성형해요?”, “피부가 엄청 좋네. 역시 한국 화장품을 써서 그런가? 무슨 화장품 써요?” 같은 이상한 질문들을 해오는 경우(‘드럭스토어에서 파는 제일 싼 화장품요…’),
셋 째로는 나마비루 한 잔씩 빨아제낀 아재들이 “한국인이면 군대도 다녀왔나? 오! 그럼 총도 쏴봤어? 어때?” 같은 소리를 하는 경우였음.
특이한 케이스로는 왜 한국도 한자를 쓰는데 이름표를 가타카나로만 써놓은 것이냐며 진지하게 묻던 직장인 남성 3인 그룹과,
아직 한국이 엄청나게 못사는 나라인 줄 알았는지 나에게 “어디서 왔나요? 한국?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을꼬… 많이 힘들죠? 가엾게도… 부디 힘내요…” 하며 세상 동정 가득한 눈빛으로 지긋이 나를 짠하게 바라보던, 기모노를 입으신 되게 고운 할머니 손님이었다.
옆에 같이 온 자녀분들의 나보다도 더 당황해하던 그 표정이 아직도 생각남 ㅋㅋ
결론은 일본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하는 일을 하게 된다면 되도록이면 그냥 한자로 써서 이름표를 달자
바빠 죽겠는데 자꾸 말 걸고 붙잡아서 개귀찮음
첨엔 그럴 때마다 나름 친절하게 미소 지으며 최대한 성심성의껏 응대했는데, 나중엔 점장이 그냥 대충 대꾸하고 자리 피하라 그래서 그렇게 함
여담으로, 겨울에 가끔 스키 타러 온 서양인들이 손님으로 오면 동료들이 자꾸 나를 떠밀어서 곤란했었음
나도 영어 개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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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졸지에 회사에서 외국 담당 인데.. 나도 번역기라고 살려줘 | 22.02.14 15:5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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