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하는 땅의 환경 조사가 한참이던 세리에나의 조사단원들은 올해에도 각자 조그마한 바람을 소원으로 빌었다. 접수원은 조사단의 유쿠모 단체 휴가, 대단장은 강철같은 체력의 탑 파트너, 억척이는 '변비탈출' 이라는 다소 자그마한 소원을 빌었다.
세리에나에 정착한 이후부터 억척이는 만성 변비에 시달리고 있었다. 익숙치 않은 쌀쌀한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탓일까. 접수원이 그녀에게 변비에 좋은 음식들을 가져다 주었지만 기대만큼 효과는 없는듯 했다. 그날 점심, 복통에 끙끙대던 억척이에게 손길을 준 사람은 다름아닌 대단장이었다.
「당신의 동물적인 감각을 극대화하여 배변활동을 도와줍니다!!」
「효과직빵!! 효과 없을시 200% 환불!!」
"뭘 걱정하시나 억척이! 지난번 빚도 있고 하니... 이거면 충분할걸세."
대단장은 억척이의 사연을 듣고서 식사를 내팽개치고 그의 마이하우스에사 약 한 상자를 가지고왔다. 그는 자신이 관장할때 자주 사용하는 것이라며 그녀에게 선뜻 건네주었다. 그녀는 대단장의 과한 친절에 거절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러기엔 그녀가 겪어왔던 변비의 고통이 너무나 컸다.
주의사항이 적힌 설명서를 대충 읽어넘긴 억척이는 변비약 한 정을 먹고 소식이 오기를 기다렸다. 자정이 되도록 아랫배에 소식은 없었다. 그녀는 내일 아침일찍 있을 대규모 조사를 위해서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잠에 드는것을 선택했다.
다음날 아침, 유래없는 강추위를 맞이한 조사단은 대단장의 지시 하에 더욱 강력한 방한대책을 강구했다. 출정준비에 바쁜 조사단들 사이에서 억척이는 유독 불안한 낌새를 감추지 못했다. 전날 그녀가 먹은 변비약은 아직도 소식이 없었고 혹여나 조사 도중 신호가 올것을 대비해 뒷처리용 티슈를 챙기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비책이었다.
- 꾸르르르르륵
과하게 껴입은 것이 화근이었다. 체온이 오르자 신진대사가 더욱 활발해지는 것이라 억척이는 생각했다. 조사단이 캠프에 도착하고 조사준비를 하는 동안 그녀는 쑤르는듯한 복통과 싸우느라 캠프 구석에서 쭈그려앉아 숨고르기밖에 할 수 없었다.
"저, 전 괜찮아요. 걱정 안해주셔도.... 돼요...."
"이봐, 힘들면 캠프에 남아도 된다네."
"괜찮으니까.. 흐윽...! 먼저 출발하세요... 뒤따라갈게요..."
대단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신념 아래 억척이는 아랫배의 압력을 참아내며 조사단원들과 조사를 진행해나갔다. 그녀의 바람이 통한 것일까. 어느 순간부터 그녀를 죄어오던 복통은 눈녹듯 사라져있었고 그녀는 조사단의 최전방에서 소소한 해방감을 조사에 대한 열의로 승화시켰다.
"네르기간테다!"
"어째서 저녀석이...!"
푸른빛의 안내벌레를 따라간 곳에서 조사단은 뜻밖의 존재를 마주했다. 갑작스러운 네르기간테의 등장에 조사단은 잠시 당황하는듯 했지만, 이내 푸른별과 대단장을 중심으로 수렵할 준비를 신속히 갖추고 있었다. 비전투원인 억척이는 후방에서 헌터들을 보조해줄 보급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 꾸르르르륵
잠잠하던 억척이의 아랫배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조금 전괴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 큰 전투를 앞두고 긴장이 풀린 탓인지 이제는 그녀의 괄약근도 버틸 힘이 바닥나고 있었다. 왜 하필 지금, 큰 전투를 앞에두고 변비약이 말을 듣는 것인지, 그녀는 복잡미묘한 감정에 눈물을 흘렸다.
감정을 추스를 틈도 없이 그녀의 항문은 더 이상 냄새나는 숙변의 아우성을 버텨내지 못하고 묵혀왔던 덩어리들을 뿌드드득 소리와 함께 쏟아내버렸다. 후방에서 들려오는 괴성에 대단장과 푸른별을 포함한 모든 조사단원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에는 똥밭에 주저앉아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억척이와 그녀의 주변을 위로하듯 맴도는 녹색빛의 안내벌레들, 그리고 어디론가 날아가버리는 네르기간테의 거대한 그림자가 그녀 위로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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