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에 찬 듀얼 디스크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등 뒤에 예비 듀얼디스크를 매고 있는 공무원들이 수송기를 타고 대기하는 중이었다.
"다시 한 번 상황을 설명한다! 어제 시각 오후 22시! 하늘에서 이상한 물체가 슬럼가에 떨어진 것이 목격되었다! 제군들은 해당 지점으로 가서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적국의 미사일 같은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으나, 운석도 아닐 가능성이 높다! 생명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음으로 방심하지 말도록!"
대원들은 힘찬 기합소리를 뱉으며 덱을 세팅했다.
수송기 밑에 달린 탐지기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아래 상황을 확인했다. 슬럼가라 그런지 쓰레기 투성이었다. 영상 너머로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그런 곳에서 틈틈이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이 동네에서 사는 이들일 것이다. 그들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들을 주워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런 영상을 보며 레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여긴 대체 언제쯤 고칠 수 있을까?"
"포기해라, 여기 관리관이 어지간히도 직책이 높은데다, 세다던데. 나라면 가능할지도?"
"야, 난 왜 안 되고 넌 되는데!? 넌 나보다도 못하잖아?"
"너, 디스크의 잠금장치는 풀었냐?"
그는 듀얼 디스크를 내려다보았다. 공무원용 듀얼 디스크는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잠금을 풀어야만 시스템이 정상 작동되는데, 이제 보니 잠금을 안 푼 탓에 단순히 카드가 끼어있을 뿐, 셔플은 커녕 아무것도 되어있지 않았다.
레이는 허겁지겁 잠금 장치를 켰다. 그제서야 카드가 셔플되었다.
"으이그, 실력은 네가 확실히 높지만 맨날 덤벙거리니, 이번에도 실수나 하지 마라."
레이는 비슷한 시점에 붙은 동기의 말에 주눅이 들었다.
어느새 도착에 임박했다는 알람 신호가 들렸다. 영상을 통해 카운트가 나오며, 동시에 뛰어내릴 문이 천천히 개방되었다.
빠르게 카운트가 줄고, 0이 되자, 대장은 먼저 뛰어내렸고 대원들은 일제히 뒤따랐다.
레이는 중간 즈음에 뛰어내려, 빠르게 떨어질 수 있는 자세를 취했다. 제일 먼저 떨어진 대장이랑 거의 비슷한 지점까지 내려왔다.
"오오, 역시 실력 하나는 끝내주는군!"
"감사합니다!"
그들은 절찬리 떨어지면서 목적지를 훑어보았다. 그곳은 자그마한 무언가가 아주 빠른 속도로 떨어져 생긴 깊고 어두운 구덩이가 있었다. 주변에 신기하리만큼 그 어떤 피해도 없었다. 깔끔하게 떨어진 폐기물 위만 뚫은 상태였다.
레이의 듀얼 디스크에서 알림이 울렸다. 슬슬 낙하산을 피란 신호였다.
다른 이들은 각각 자기들의 카드 뭉치에서 하늘을 날 수 있는 카드를 하나 꺼내 사용했다. 레이는 빠르게 섬도희 레이를 내고, 링크 소환을 통해 하야테를 소환했다.
소환된 하야테는 갑주만이 있었는데, 레이의 몸에 장착되었다. 그리곤 부스터를 뿜어내며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었다.
레이는 가장 먼저 땅에 착지하여 듀얼 디스크의 중심부의 위치한 버튼을 눌러 상황을 해제했다. 레이와 하야테는 다시 덱으로 되돌아갔다.
대원들이 모두 땅에 내려오자 대장은 말했다.
"이상한 행동으로 이곳 주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하지 말도록. 그럼 곧바로 간다! 조사요원 앞으로!"
이번의 조사 요원은 레이와 말하던 바로 그 대원, 호크였다. 그는 구멍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 네오 스페이시언, 그랜드 몰을 소환했다. 그랜드 몰은 친근하게 그를 반겼고, 그도 마찬가지로 반겼다. 그는 그랜드 몰에게 구멍 안쪽으로 들어가 달라고 명령했다. 그랜드몰은 공중을 천천히 헤엄치듯이 구멍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랜드 몰이 보고 있는 것은 듀얼 디스크를 통해 해당 듀얼리스트에게 직접 전해졌다. 그 외의 깊이나 산소 농도 같은 그런 요소들도 착실하게 알려주었다.
"저기 몰, 좀만 속도를 올려줄래?"
몰은 수긍하며 좀 더 빠르게 헤엄쳤다.
깊이는 50m를 금방 넘어섰다. 그럼에도 구멍은 딱히 끝이 보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80m. 마찬가지였다.
100m. 소득은 여전히 없었다.
120m를 넘어갔을 때, 아마 10분 정도 지났을 것이다. 대원들 사이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생겨났다. 호크는 살짝 불안해하며 대장에게 말했다.
"제 듀얼 디스크는 사정 거리가 200m까지입니다만, 현재 120까지 팠음에도 별다른 소식이 없습니다!"
대장은 손톱을 깨물며, 아직은 말이 없었다.
그렇게 계속 들어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200m에 도착. 그럼에도 딱히 끝은 나지 않았다. 몰의 신호가 끊어지려고 하자 호크는 명령을 중지했다.
"200보다는 더 깊습니다. 탐사조를 투입시킬 건가요?"
대장은 혀를 차며, 레이를 보았다. 레이가 당황할 기회도 주지 않고 대장은 손가락으로 구멍을 가리켰다.
"레이 대원! 이번엔 대원 차례다! 자랑하는 섬도희의 실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네, 네!"
대답할 타이밍을 약간 놓쳐 말한 레이는 당황하면서 준비에 들어갔다.
라이프는 8000으로 시작하여, 패는 5장이 잡혔다.
먼저, 섬도기-호넷비트를 발동해 토큰을 소환하고, 링크 몬스터인 카가리를 소환. 장착했다. 이후 패에서 갑부 고블린을 발동해 카드를 드로우했다. 연속으로 갑부 고블린을 발동하고 툰 목차를 또 연속으로 발동하여, 툰 쌍둥이 엘프를 뽑고 마법카드 3장을 다시 묘지에 쌓았다.
여기서부터 섬도기동-인게이지를 발동하여 카드를 세팅했다.
구멍의 사이즈를 생각하여 허큘리 베이스는 장착하지 않았고, 위도우 앵커를 세트해놓았다.
그 외의 깊이 설정 등의 대략적인 준비가 끝나자, 레이는 구멍으로 뛰어내렸다.
카가리의 갑주에서 불이 뿜어지며 떨어지는 속도가 가속화 되었다. 미터기는 쉴 새 없이 숫자가 커져갔다. 180이 지났다고 눈에 들어왔을 때 자세를 틀어 아래쪽으로 불을 뿜었다. 정확하게 200 위치에서 멈추고는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추가로 50을 더 내려가자, 슬슬 밑쪽에 끝이 보이나 싶었다. 들고 있는 칼의 화력을 세게 하여 좀 더 밝게 해보았다.
그 밑에는, 몸 곳곳에 상처가 난 거한이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매끈한 파란 몸을 가진 그는 지금껏 본 적 없는 기묘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른쪽 팔뚝만 유독 육각형의 팔장식이 있었고, 그 쪽 어깨만이 이상하게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파란 머리의 그는 감정이 들어나지 않는 가면을 쓴 것 같았다.
"저게 뭐야......? 설마 저게 그 말로만 듣던 정령인가?"
레이는 문득 학교에서 배우던 카드의 정령을 떠올렸다.
현재 문명의 중심인 이 카드와 연결되어 있다는 특별한 세계의 주민들로써, 그들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나, 그 존재가 그려진 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특징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들은 보통은 인간과 협력하여 공존 관계를 가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개중에는 이상한 짓을 하는 놈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거의 카더라 수준이라는 소리라는 선생님의 마지막 드립도 떠올랐다.
"설마 그건가...... 아니겠지. 그래도 일단 보고할까?"
카가리는 대장에게 연락을 취하려고 했다. 그 때, 그 거한의 눈에 빛이 들어오며 조금씩 몸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뭐, 뭐야!?"
레이는 빠르게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카가리 특유의 기동성으로 인해 나올 때는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대장은 놀래며 물었다.
"갑자기 그렇게 뛰쳐나오나?"
"그, 그게!"
상황을 막 설명하려고 할 때, 그 구멍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레이와 호크는 놀랐지만 나머지 체포 요원들은 당황하지 않고 필드를 세팅했다.
고요우 킹, 슈팅 퀘이샤 드래곤, 앤틱 기어 메가톤 골렘 등등, 강력하고 상대를 무력화시키기 좋은 녀석들이 금방 소환되었다.
빛은 점점 강해지더니, 어느 순간 멈췄다. 그리고 잠시 후, 그 구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레이가 보았던 바로 그 거한이었다.
"고바밧, 여긴 또 어디야?"
그 거한은 주변을 둘러보며 혼란스러워하는 듯했다. 대장은 듀얼 디스크의 확성기 기능을 사용하였다.
"너는 누구냐!?"
"......응? 고바밧, 요즘 인간들은 신기한 도구를 쓰는군. 내 이름은 미라쥬맨. 최초로 완벽하다 인정받은 퍼펙트 오리진의 일원이다.
물론 이렇게 말해봐야 못 알아먹겠지만."
"그 쪽에서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그쪽에게 폭력을 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반항하면 아픈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을 명심해라!"
몬스터들이 조금씩 미라쥬맨에게 다가갔다. 슈팅 퀘이샤 드래곤이 포효했다.
미라쥬맨은 딱히 겁을 먹긴 커녕, 신기한 눈으로 그것들을 보았다. 그리곤 이상한 소리를 내며 가면같은 얼굴이 웃었다.
"고밧, 고밧, 고밧! 요즘엔 재롱잔치 한 번 화려한데? 뭐...... 단체로 덤빈다면 모를까, 1대 1로는 날 못 이길 거다."
"다시 한 번 경고한다! 투항하라! 그 이상은 다칠 것이다! 이 이상 경고는 없다!"
미라쥬맨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걸어갔다.
"저, 저 놈이! 일단 잡아라!"
앤틱 기어 메가톤 골렘이 먼저 나섰다. 6개의 다리로 빠르게 움직여서 6개의 팔로 주먹을 날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모래 먼지가 났다. 공격을 하긴 했으나 다치진 않았을까 걱정하며, 먼지가 가시기를 잠시 기다렸다. 그러나, 다치기는 커녕. 오른쪽 한 팔만으로 여섯 개의 팔을 모두 잡고 있었다.
"고밧,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승부를 해주도록 하지. 고바앗!"
잡고 있던 여섯 개의 팔을 그대로 들어, 옆으로 매쳐버리고는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뭐, 뭐야 저게...... 일단 체크를!"
대장은 급히 듀얼 디스크에 장착된 대상의 스텟 측정을 사용하였다.
공무원들의 듀얼 디스크로 인해 실체화되는 몬스터들은 그 특수성에 기인하여 통상 물건보다 더 현실의 공격력이 강해진다.
공격력 3000 정도면 콘크리트 정도는 부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앤틱 기어 메가톤 골렘의 3300이면 20cm 정도의 철근 콘크리트까지는 철거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런 수치에 기반하여 테러리스트의 기지나 테러 병기를 막는 데 화력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앤틱 기어 메가톤 골렘의 사용자의 디스크에 바로 데이터 계산을 요청하였고, 방금 한 방만을 계산하여 위력을 보았다.
계산은 금방 나왔다. 그리고, 다들 경악했다.
"말도 안 돼......."
공격력의 수치는 자그마치 4500으로 나왔던 것이다. 듀얼 디스크의 소환으로 인한 존재도 아니고 단일 개체만으로 저런 공격력이 말이 되는 것인지 다들 납득이 가지 않았다. 술렁거렸다.
레이는 그런 와중에 감탄을 토했다.
"정말로 저게 정령인 건가? 엄청나네!"
------
미라쥬맨은 혀를 차며 있을 곳을 찾아 날아다니는 중이었다.
달까지 가보았으나 거기에도 이미 인간들이 지어놓은 것들이 많았고, 심해건 정글이건 마찬가지였다.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살던 곳은 아니군. 고밧....... 잠시 쉴 장소를 찾아야 할 텐데."
분명 죽었어야 했던 상처였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회복이 된 몸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회복되진 않아서 몸이 좀 쑤셨다.
"저기서 부탁이라도 해봐야겠군."
지구를 한 바퀴 다 돌고, 결국 떨어졌던 곳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의 슬럼가로 그는 내려갔다.
--------
처음 써보는 팬픽인데 어떠세요? 어딜 어떻게 고치는 게 좋을까요?
(IP보기클릭)116.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