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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글자 꼴과 '뜻글자라는 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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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글자는 치나말 말소리를 적는 표어문자(치나말의 소리마디 글자)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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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제안' /한글 문화단체 모두모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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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글자가 뜻을 나타내는 '신비로운 글자'라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한문글자를 써 온 치나인이나, 니혼인이나, 한국인의 대부분이 막연하게 품고 있는 '뜻글자의 미신'에서 비롯된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은 컴퓨터공학에도 정통한 언어학자인 유엣에이 메릴랜드 대학 헤브라이-동아시아어학과장인 '마샬 엉거(J. Marshall Unger)' 교수가 '니혼의 제5세대 컴퓨터 개발 계획'의 실패를 통렬하게 비판한《제5세대의 착각》(The Fi-fth Generation Fallacy)이란 책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한, 일관된 그의 주장이다.
1987년 6월 유엣에이 뉴욕에 있는 옥스포드 대학 출판국에서 출판한 이 책에는, "니혼이 인공지능에 그 미래를 건 까닭"(Why Japan is Betting Its Future on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부제목이 달려 있다. 이 책을 '오꾸무라 무쯔요'라는 니혼인이 니혼말로 번역하고, 책이름을《컴퓨터 사회와 한자》로 고쳐서, 1992년 9월에 니혼 도쿄의 사이마루 출판사에서 출판하였는데, 지금까지 계속해서, 니혼의 컴퓨터 업계는 물론 각계에 크나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아무리 '제5세대 컴퓨터'라 해도, 사람의 흉내를 낼 수 있는 '약한 뜻의 인공지능'을 갖출 수는 있어도,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강한 뜻의 인공지능'까지는 만들 수 없다."고 단정하면서,
"니혼 통산성 기계정보국이 직접 니혼의 최고 권위자를 모아 1982년 4월에 문을 연 이후, 5년 동안 니혼돈 일천억 엔이 넘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 연구․개발에 안간힘을 다 썼으나, 니혼인의 말과 말살이(글자살이까지 포함하는 언어 생활)의 우수성을 지나치게 과시하고 싶은, 과학스럽지 못한 니혼인 특유의 오만과, 니혼 국민 앞에 큰소리치고 싶은, 지나친 욕심에 사로잡힌 관료다운 발상 때문에, 한문글자 섞어쓰기를 단념하지 못해서, 결국은 '약한 뜻의 인공지능 컴퓨터'조차 개발하지 못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고 요약할 수 있는 혹평을 서슴지 않았다.
'엉거' 교수는, 두께 299쪽의 이 책에서, '뜻글자의 미신'이란 말을 스무 번도 넘게 쓰면서, 니혼의 제5세대 컴퓨터 개발 계획 실패의 원인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 가운데 '한문글자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라는 '뜻글자의 미신'에 사로잡혀, '판단의 눈'이 흐려진 것이 가장 큰 실패 원인의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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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거' 교수의 주장을, 책에 나오는 순서에 따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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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림표는 글쓴이의 보충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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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머리말'에서 그는, (한문글자가 글자살이에 얼마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개발 실패의 원인이) "니혼인의 니혼말 표기법이 일상생활에 주는 영향에는 거의 관심을 갖지 않는 사실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시작했다. 이어서
"이 맹점 때문에, 니혼인들은 이미 손에 익은 글자 쓰기 그 자체가 컴퓨터의 소프트 웨어 개발을 가로막고, 화이트칼러(사무 관리직)의 저능률의 원흉이 되고 있다는 사실도 느끼지 못하고, 또 강한 인공지능론자들이 믿고 있는 따위의 인식론을 비난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니혼인들의 글자살이에 대한 안일한 생각을 꼬집었다.
그리고, '니혼어의 현재의 표기법' 대목에서는, 니혼의 유명한 니혼어 학자 '긴다이찌 하루히꼬' 교수의 "니혼인이 (한문글자 섞어쓰기가 어렵기 때문에) 니혼말을 배우기 어렵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어린이가 학교에 가서 국어 교육을 받는 기한은, 이탈리아가 2년, 도이치란트가 3년, 비교적 오래 걸린다는 브리튼에서도 5년이면 읽고 쓰기는 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니혼은 소학교의 6년과 중학교의 3년이 걸려도 만족하게 신문을 읽을 수 없다. 고등학교를 나와도, 올바른 맞춤법이나, 한문글자 쓰기를 제대로 못 한다는 것이 니혼인들의 정설로 되어 있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그 까닭이 "한문글자 섞어쓰기에 있다."고 진단하였다.
이 문제에 관하여, '긴다이찌' 교수도 "니혼말이 특별히 어려운 말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은, '말 자체를 배우는 것'과 '말을 적는 방법(글자)을 배우는 것'이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저 자신도 느끼지 못한 채 마음속 밑바탕에 깔고) 처음부터 가정(전제)으로 삼고 말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수백만 명이 넘는 앞을 못보는 사람들이 말을 배우는 것과 글자를 배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고 증언하듯이, 그것은 별다른 문제인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눈이 안 보이기 때문에 말은 말소리를 통해서 먼저 배우고, 다음에 한문글자가 아닌 점자를 배워서, 한문글자 없는 글자살이를 몸으로 체험해서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날 쓰고 있는 말과 글을 생각해 볼 때도, 말이 언제나 글보다 앞서는 것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니혼인들은 '말이나 글을 생각할 때, 입을 통해서 나오는 입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니혼의 컴퓨터 딜레마의 뿌리가 되고 바탕이 되고 있다."고 '엉거' 교수는 지적했다. 그리고, "어느 다른 나라나 마찬가지로, 니혼에서도 표기(글자로 적기)는 언어(입말)의 이차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나 니혼에서는 음성학을 연구하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이나, 교육을 많이 받은 지식인에 이르기까지도, 한글이나 니혼 가나는 소리글자〔표음문자〕이고, 한문글자는 뜻글자〔표의문자〕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엉거' 교수는 "일반적으로, 가나는 뜻이 없는 소리를 적는 소리글자로 알고, 한문글자는 소리가 없는 뜻을 적는 뜻글자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진실이 아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대목에서 '엉거' 교수는 특별히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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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음/표의' 개념은 오류:
한자박이들은 글자의 개념을 표음/표의를 나누면서 한글‧알파벳을 소리글자 심지어 발음기호라고 깔보지만, 이는 한자박이들의 말글에 대한 무지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일 뿐, 글자를 표음과 표의로 나누는 것 자체가 오류이다 _ 악어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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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의문자의 개념은 역사가 길지만, 역사학에서 경의를 표할 만한 개념은 아니다. 이것은 16세기부터 18세기에 걸쳐, 카톨릭 선교사들이 치나를 좋게만 묘사․표현한 기록에 홀린 서양 지식인들이 그 당시의 치나열에 들떠서, 마음대로 치나글자를 표의문자라고 부른 것에 지나지 않는다. '표의문자(ideogram)'란 말 자체는 (옛날 이집트 비석에서 쁘트레마이어스 왕과 클레오파트라 여왕의 이름을 처음으로 읽어 낸 상형문자 해독의 대가인) 샴보리옹이 처음으로 쓴 말이다. 그러나, 그가 상형문자를 해독하게 된 것은, 우습게도 '상형문자가 표의문자'라는 가설을 버리고, 혹시나 상형문자도 소리를 적는 표음문자가 아닌가고 의심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어쨌든, '표의문자'라는 말의 개념에 대한 가장 큰 잘못은 개념과 형태를 구별하지 않는 데 있다. '표의문자'의 '표'는 '표기'라는 말이고, 그 표기라는 말은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소리를 적는 것'이라는 말이다. 상형문자〔시늉글자〕나 회화문자〔그림글자〕와는 달리, 뜻에 앞서서, 말소리를 적어야 한다. 한문글자는 치나말의 소리를 적은 것이지, 그 모두가 상형문자나 회화문자같이 어떤 시늉이나 그림을 그린 글자가 아니다. 그것은, 한문글자를 상형문자나 회화문자가 지니고 있는 뜻과 치나말에서 오는 뜻을, 같은 따위로 혼동하는 데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치나인, 한국인, 니혼인들이 잘못 느끼기 쉬운 한문글자를 생각할 때 표의문자로 생각해 버리는, 한문글자에 대한 '표의문자의 미신'인 것이다. 이는 특히 드 프란시스(De Francis, John)가 강력하게 주장하는 말이다.
'한문글자에는 그 글자를 치나말로 소리 내었을 때의 치나말의 뜻(한문글자의 뜻이 아니고, 그 이전의 치나말의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한문글자는 치나말을 표기한 것이니까, '표어문자'라고 해야 한다. 소리마디 하나하나에 따로따로 뜻이 있는 치나말 소리마디를 적은 소리마디글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한문글자의 꼴(형태)이 치나 말소리의 뜻을 뛰어넘어, 꼴로서의 뜻을 따로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글씨꼴에서 글자의 뜻을 찾으려고들 한다. 이 잘못된 생각에서 그 '뜻글자의 미신'은 시작되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한문글자에 대한 '뜻글자의 미신'은 한문글자를 구성하는 여섯 가지. 이른바 육서 가운데, 상형과 지시와 회의라는 세 가지 방법이 있어서, 사람을 혼돈 속에 빠지기 쉽도록 만들고 있다."고, 미신에 빠지기 쉬운 까닭을 설명했다. 그리고, '엉거' 교수는 한문글자의 짜임새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그 내용을 간추리고 글쓴이가 보태어 설명해 본다.
육서 가운데 '상형'은 '뫼 산'자나, '내 천'자같이 꼴을 그대로 그린 시늉글이기 때문에 뜻글자라는 말이 아주 틀린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기 쉽다. 그리고, '지사'는 옆으로 한 줄 그은 '한 일'자나 두 줄 그은 '두 이'자같이, 또는 옆으로 그은 금에서 위로 줄을 그어 올려 점을 찍어서 '위 상'자를 만들거나 반대로 아래로 내려서 그 옆에 점을 찍어 '아래 하'자를 만들거나 하는 것이다. 해 모양의 '날 일'자에 달 모양의 '달 월'자를 합쳐서 '밝은 명'자를 만드는 '회의' 또한 그렇다.
위에서 말한 세 가지는 그래도 꼴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나, '악할 악'자를 꼴은 그대로 쓰면서 '미워할 오'자로 쓸 때는 꼴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육서 가운데 글자 형성 방법의 하나인 '전주'라는 것이고, 또 보리를 뜻하는 '보리 래'자를 말소리가 같다고 해서 '올 래'자로 쓰는 것 같은 육서 중의 '가차'도 꼴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글자다. 그보다는, 한 쪽은 (바로 뜻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뜻을 넌지시 암시하면서, 그 반대쪽은 곧바로 소리를 나타내도록 한 육서 중의 '해서'라고도 하고, '형성'이라고도 하는 한문글자 들은 꼴과는 관계 없이, 소리를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수만 자가 넘는 한문글자의 3분지 2 이상이 이 '형성'으로 형성되어 있다. 니혼인들이 '상용 한자'라고 해서 1,950자로 한문글자 수를 제한해서 쓰는데, 역시 그 가운데 형성글자는 3분지 2가 넘는다.
그러니까, 한문글자는 뜻글자라 하기에는, 뜻글자스러운 꼴로 된 것은 그 숫자가 너무 적다. 3분지 1도 안 된다니 말이다. 그러나 3분지 2 이상이 되는 말소리 따라 만든 한문글자를 아직도 '표의문자'로들 생각하고 있으니, 드 프란시스가 "뜻글자의 미신"이란 말을 할 만도 하다. 예를 하나 들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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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方) 곁방(房) 방비할(防) 내칠(放) 길삼(紡) 꾀할(訪) 꽃다울(芳) 해로울(妨) 곁(傍) 밝을(昉) 비게(肪) 땅이름(坊) 본받을(倣) 방써붙일(榜) 비슷할(彷) 우방자(蒡) 허러말할(謗) 오줌통(膀) 쌍배(舫) 넓을(旁) 돌떨어지는소리(磅) 비퍼불(滂) 박달(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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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은 저마다 달라도, '모 방'자의 "방" 소리를 그대로 따라서 낸다. 이 경우 그 여러 글자에 붙어 있는 '모 방'자는 소리를 나타내었을 뿐, 뜻은 없다. 소리글자라고 말할 만도 하다.
'엉거' 교수가,《컴퓨터 사회와 한자》라는 책을 쓰면서, 한문글자에 대한 '뜻글자의 미신'을 지적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이치다. 결국, '엉거' 교수의 결론은 "한문글자는 치나말 말소리를 적는 표어문자(치나말의 소리마디글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진실을 분명하게 밝혀 주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그 치나 글자를 한글이 없었을 때, 한동안 빌어 썼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글인 한글만으로 글을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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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악어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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