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웹이 평균 나이대가 다른 커뮤보다 높길래 혹시나 이 글 보고 그냥 공감이라도 가시는 분이 있을꺼 같아서 요즘 고민도 많고, 술마시고 새벽감성으로 다가 써봅니다.
26살 19군번 입니다니다. 어느덧 전역한지 3년 가까이 지나가는데
드라마를 잘 보진 않지만 가끔 맥주나 한잔 마시면서 보곤 합니다. 가장 마지막에 다 본게 사냥개들인데
8화였나 6화까지밖에 없어서 금방 다 보고 이제 뭐 보지 하던 찰나에 한 때 인기가 장난 아니던 D.P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미 유투브에서 쇼츠나 뭐.. 짧은 영상을 보면서 이거 재밌어 보이긴 하는데 보기는 좀 그렇다. 하며 그냥 저냥 알고있다가
이번에 보게 됐는데 보다보면 자꾸 '참으면 윤 일병 못참으면 임 병장' 이라는 문장이 머리속에 떠오르곤 하네요.
드라마로 봤을때도 끔찍한데 솔직히 저도 군대를 다녀와서 알고있다만 군대, 부대라는 공간이 워낙 폐쇄적이다 보니까 사건사고들이 밖에 알려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거 알고있습니다. 저희 부대도 제 군생활중에 이것저것 겪었다고 (사이버 도박, 안타까운 선택, 코로나) 생각하지만
그 중에 사회에 알려진건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드라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거 같다 하는 생각도 들고 제가 참 편한 시대에 군대
를 다녀왔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저희 아빠가 같이 술을 한잔 걸치면 군생활 얘기를 하시곤 했는데 그 시절은 그냥 지옥같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아빠도 선임한테 개머리판으로 맞아서 입술위 인중쪽에 찢어진 흉터가 남아있으시곤 합니다. 세월에 묻혀 많이 흐릿하긴 하지만..솔직히 요즘
군대 편해졌다는 말이 듣기 좋은건 아닙니다만 한 편으로는 옛 시절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이면 그렇게 말하는게 이해도 갑니다.
저는 군대에서 휴대폰도 썻고 그 덕분에 군대 이전 여자친구와 현재 여자친구가 같습니다. 대충 1900일 정도 되었네요.
부조리도 많이 사라진 시절에 군생활을 보냈습니다. 동기생활관은 물론이고 6개월 동기제라서,
위로 선임들은 그렇게 많지도 외우기 어렵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 맞선임은 절 잘 챙겨주기도 했고 일도 잘하던 에이스라서 배울 점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전역후에 같은 소대 소대장님, 맞선임, 맞후임들과 같이 술 한잔 진득하게 걸치기도 했죠.
뭔가 말이 길어졌는데 그냥 그 시절에 제가 군대를 갔다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스스로도 군생활을 못했다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부대관리소대에서 유선(가설)병을 맡아 부대내에 많은 CCTV들을 고치러 다니기도 했고 분
대장도 맡아보고 전역 전날까지 작업을 하기도 하고, 아 이건 군생활을 못한거 같습니다. 여튼 제 군생활에서 제 스스로 배운 점이 많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 시절에 군대를 갔다면 버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아빠께 어떻게 버텻냐고 여쭤봐도 '그냥 버텼다' 하고 마시지 더 말씀
은 안하십니다. 그래서 더 많은 말이 담겨있는거 같기도 하고.. 술을 마셔서 그런지 말이 많아졌습니다. 그냥 그 시절에 군대를 다녀오신 선배님들
께 한참 어린 후배가 말해봐야 뭐 의미가 있겠냐만은 그저 고생하셨다고 존경한다고 전해드리고 싶어서 글 끄적여봤습니다. 앞 날에 꽃길만 걸으시
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