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 루시는 분명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처음엔 자기 괴롭히는 놈들을 죽인 거니까 정당방위였지만, 그 다음의 일가족 몰살 등은 정당방위라고 볼 수 없겠지), 나는 루시를 비난하고 싶지 않아.
루시는 디클로니우스(신인류)답게 IQ가 ㅈㄴ 높은 게 분명해. 어린애일 때도 "여기 있는 아이들은 모두 불행해. 자신이 불행하니까,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을 필요로 하는 거겠지"라는 말을 했으니까. 실제로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를 부릴 만한 경제력이 없는 가난한 남부인들도 노예제를 적극찬성한 이유가 '자신보다 낮고 비천한 존재'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니까. 초등학생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랍지.
작중 고아원 선생들도 "전혀 꼬마답지 않다"고 수근거린 걸 보면, 비범한 지능의 소유자임이 분명해.
위에 나는 루시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만약 내가 루시에게 살해당한 일가족의 생존자라면 당연히 루시를 원수로 삼겠지. 이건 어쩔 수 없는 감정이야.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법률로 피해자의 가족에게 심판권을 주지 않는 게 아닐까? 판사도 본인이나 본인의 가족이 피해자인 경우엔 재판에 참여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져있지. "네 가족이 당했다면"이라는 표현은 감정적일 뿐 전혀 이성적이지 못해.
작중 디클로니우스 소녀들이 당한 온갖 잔학무도한 생체실험을 보면, 나치나 일제와 다를 바가 없어. 굳이 인권이나 동물권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이런 짓거리를 정당하다고 생각하진 않겠지?